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蔡총장 "유전자 검사 용의"… 실현 가능성 불투명


蔡총장 "유전자 검사 용의"… 실현 가능성 불투명

  • 윤주헌 기자

  • 입력 : 2013.09.10 03:01

    "정정보도 요구"… 婚外아들 보도 나흘만에 법적대응 나서
    내연녀·아들이 유전자 검사 동의 안하면 강제할 방법 없어
    법조계 "蔡, 대외 선전효과 크겠지만 실제론 시간 끌기용"

    
	혼외(婚外) 아들을 두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를 청구하겠다고 밝힌 채동욱 검찰총장이 9일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혼외(婚外) 아들을 두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를 청구하겠다고 밝힌 채동욱 검찰총장이 9일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혼외(婚外) 아들을 숨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채동욱 검찰총장이 "유전자 검사라도 할 용의가 있다"고 9일 밝혔다. 본지(6일자 A1·2면)를 통해 혼외자 존재가 보도된 지 4일 만이다. 채 총장은 6일 '전혀 모르는 일'→'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힌 뒤 침묵하다 본지가 "채 총장 혼외 아들 학교 기록에 '아버지 채동욱'"이라는 후속 기사를 싣자 추가 대응에 나선 것이다.

    채 총장은 이날 오후 본지에 "일련의 보도로 본인과 가족, 검찰 조직의 명예까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면서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이날 오전 채 총장은 구본선 대검 대변인을 통해 "정정보도 하지 않으면 추가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구 대변인은 "후속 조치에는 (민·형사소송 등) 모든 내용이 포함된다"면서도 "확대해석은 하지 말라"고 했다.

    채 총장은 지난 1999년 부산동부지청에 근무할 당시 한 여성과 만나 3년 뒤 아들을 낳아 몰래 길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채 총장은 이에 대해 정확한 사실 관계를 밝히지 않은 채 '저의(底意)를 파악하고 있다'거나 '검찰 조직 흔들기'라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대검은 이날 ▷조선일보에 정정보도 요구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 ▷법원에 정정보도 청구 소송이라는 3단계를 밟겠다고 밝혔다. 구본선 대변인은 "총장은 유전자 검사라도 할 용의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채 총장의 '유전자 검사 카드'가 대외적인 선전 효과는 클지 몰라도 실질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시간 끌기라는 견해가 많다. 채 총장이 정정보도를 요구하려면 자신이 아이의 아버지가 아니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언론중재법에는 보도가 허위임을 전제로 정정보도를 청구할 경우에는 보도의 허위성을 적극 입증해야 하는 책임은 청구인에게 있다고 돼 있다. 한 언론법 전공 교수는 "기사의 어떤 부분이 허위인지, 허위라는 점을 입증할 근거는 무엇인지를 먼저 밝히지 않은 채 정정보도만 요구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일"이라고 말했다.

    채 총장 말대로 언론중재위를 거쳐 법원 소송까지 갈 경우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이르면 1년 늦으면 몇년이 걸릴 수 있다. 그래서 이 점을 잘 아는 채 총장이 이번 사건을 장기화시켜 시간을 벌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치권의 지원을 받아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또한 소송의 핵심인 유전자 검사는 당사자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친자 확인소송이라면 법원이 당사자에게 유전자 감식을 하도록 강제하는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보도의 사실 관계를 다투는 민사소송에서는 유전자 검사를 강제할 수 없다는 게 법조인들의 해석이다. 또 미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아들 채군의 법적 대리인이 유전자 검사를 거부하면 실질적으로 강제할 방법도 없다.

    그나마 현실성이 높은 방법은 채 총장이 적극 나서는 것이다. 채군 모자(母子)를 설득해 채 총장과 함께 검증된 기관에서 유전자 검사를 신속히 진행하면 사실 여부가 금방 판명 날 수 있다. 재경 지검의 한 중견 검사는 "검찰 내부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총장이 빨리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채 총장이 의혹을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학교에 자신의 아버지가 채동욱이라고 적고 이를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닌 아이가 있었다는 추가 보도에 대해 채 총장이 해명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한편 채 총장은 본지가 채군 어머니 Y씨의 입장도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Y씨는 본지가 Y씨 명의 휴대폰으로 수십 차례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