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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국민의 최후의 보루(경,검.법원)

[사설] 법원·검찰, 이러고도 낯 들 수 있나


[사설] 법원·검찰, 이러고도 낯 들 수 있나


입력 : 2013.07.17 03:04 | 수정 : 2013.07.17 03:12

브로커 유상봉씨는 건설현장 식당(함바) 운영권을 따내려고 고위 공무원들에게 금품을 준 혐의로 지난 3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 형을 받았다. 유씨 돈을 받은 사람 가운데는 전직 경찰청장·방위사업청장·해경청장·청와대 감찰팀장이 들어 있었다. 유씨는 이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동안 법원으로부터 세 번이나 구속 집행정지 허가를 받았다. 경찰은 유씨가 풀려나 있던 작년 4~5월 청와대 경호실 간부(서기관)에게 함바 운영권을 따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2000만원을 준 혐의를 잡고 수사에 나섰다. 청와대는 이 경호실 간부를 15일 파면했다.

유씨는 구속 기소된 후 석 달 만인 2011년 2월 갑상샘암과 당뇨 치료를 이유로 서울동부지법에서 모두 7주간 구속 집행정지 허가를 받았다. 구속 집행정지는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 중병에 걸린 경우 재판부가 잠시 풀어주는 것을 말한다. 유씨는 2심 재판 중인 2011년 11월에도 다시 구속 집행정지로 풀려났다. 곧이어 2012년 1~5월 충남 당진 화력발전소 공사 예정지 등 전국 주요 공사 현장의 함바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측근을 시켜 지방자치단체 담당 국장이나 건설사 임원들에게 한 번에 수백만원어치씩 술 접대를 했다.

대법원 예규엔 법원이 피고인을 구속 집행정지로 풀어줄 경우 병원이나 자택으로 주거지를 제한하고 병원에는 일정 기간마다 피고인의 건강 상태를 보고하도록 명령할 수 있게 돼 있다. 유씨의 경우에서 보듯 돈 좀 있는 사람에겐 있으나 마나 한 규정이다. 해마다 구속 집행정지로 풀려나는 300여명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여대생을 청부 살해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중견기업 대표 부인이 감옥에 있어야 할 기간 중 거의 절반을 검찰의 형집행정지로 풀려나 병원 특실에서 지낸 사실이 드러났다. 그땐 형집행정지 제도가 돈 있고 힘 있는 계층의 '합법 탈옥'수단으로 악용된다 해서 문제가 됐다. 이번 유씨 사건으로 보면 법원이 허가하는 구속 집행정지도 마찬가지였다. 이래서야 법원· 검찰이 어떻게 낯을 들고 하늘을 볼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