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7.28 17:09 | 수정 : 2013.07.28 17:11
지난 25일 오후 2시10분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원룸 앞. 13억원대 분양사기로 무려 44개월 동안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온 손모(41)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곧바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를 찾아온 이들은 ‘택배기사’로 변장한 서울 강남경찰서 논현1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이었다. “저항하지 말고 엎드리세요”라는 경찰의 말에 신장 190㎝의 장신(長身)인 손씨는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28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시행사 부도로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이 없는데도 17명에게 가짜로 아파트를 분양, 13억원의 피해를 준 혐의로 경기도 S아파트 시행사 전 대표 손씨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2월 1일부터 이듬해 6월 30일까지 S아파트 시행사 대표를 지낸 손씨는 부도가 난 뒤에도 17명에게 해당 아파트를 분양하는 이중계약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손씨는 사기,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모두 17차례나 지명수배가 된 상태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쯤 “논현동 원룸에 손씨가 은신해있다”는 신고를 받고, 근처에서 검거작전을 세웠다. 경찰이 갑자기 집으로 들이닥치면 당황한 손씨가 원룸에 함께 있는 지인을 인질로 잡거나, 자해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궁리 끝에 손씨를 바깥으로 끌어내기 위해 택배기사로 변장하기로 했다. 빈 상자와 장갑은 파출소에서 공수했고, ‘택배 조끼’는 때마침 파출소에 배달온 택배기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빌렸다.
손씨는 초인종을 누른 택배기사가 경찰관인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대문을 열었다. 그는 체념한 듯 “내가 지명수배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모든 범죄사실을 인정한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손씨를 붙잡은 논현1파출소 김진성(37) 경사는 “7년째 경찰생활을 했지만 변장하고 피의자를 검거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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