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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백세 건강 유지

직원 몰래 조금씩… 현대百, 짠맛 40% 뺀 '싱거운 대작전'

직원 몰래 조금씩… 현대百, 짠맛 40% 뺀 '싱거운 대작전'

  • 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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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1.18 03:00

    [건강한 삶 9988(99세까지 88하게 삽시다) 프로젝트 - 1부 나트륨]
    [6] 소금 줄이고 맛 불만도 줄이고… 사내식당 '두토끼 사냥'

    6개월 '나트륨 4단계 작전' - ① 염도계 도입, 식탁 소금통 빼
    ② 조리법 바꿔 절인 반찬 줄여 ③ 유자·사과… 천연소스 개발
    ④ 국물양 210mL→180mL로 1인당 소금양 5.5g→3.1g으로

    단계적으로 줄이니 맛 변화 몰라
    - 직원 절반이 "간 적당하다"… 직원 체중도 평균 1.4㎏ 줄어

    현대백화점은 직원 2만7000여명을 감쪽같이 속인 '싱거운 거짓말'을 했다. 사내 식당에서 직원들 모르게 6개월에 걸쳐 나트륨 함량을 조금씩 서서히 줄여나가는 작전으로 "맛이 없어졌다"는 직원 불만도 없애고, 나트륨 함량도 절반 가까이 줄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이같이 시나브로 저염 전략을 지난해 6월부터 펼친 결과, 기존 한 끼 평균 나트륨 함량(2113㎎)을 871㎎ 줄인 1242㎎(1월 현재)까지 낮췄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짠맛을 40% 뺀 것이다.

    17일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직원식당에서 직원들이 저(低)나트륨 급식 메뉴에 대한 맛 평가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전국 14개 점포에서 점심때에 각각 1500~2000명분의 직원 식사를 제공하는 현대백화점이 처음부터 '싱거운 거짓말' 작전을 쓴 건 아니었다.

    애초에는 수요일 주 1회 '저염식의 날'을 정하고 염도를 확 낮춘 국과 반찬을 제공했다. 지난해 3월이었다. 그랬더니 "싱거워서 못 먹겠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3개월 후 저염 메뉴에 대한 맛 평가를 하자 "맛없다"는 의견이 51%까지 나왔다. 음식을 남기는 직원도 많아졌다.

    이에 사내 식당을 운영하는 현대그린푸드 영양사들이 아이디어를 냈다. 직원들에게는 알리지 말고, 매달 매끼 평균 소금 함량을 0.4g(나트륨 160㎎)씩 줄이자는 전략이었다.

    이렇게 6월부터 '싱거운 거짓말' 작전이 시작됐다. 소금양을 서서히 줄이는 치밀한 4단계 작전 지침이 나왔다. 1단계(6~7월)는 우선 염도계를 도입해 데이터 관리를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다음 국에 넣는 소금양을 1인분에 0.2g씩 살짝 줄이고, 식탁에 따로 놓아뒀던 소금통을 없앴다. 이것으로 기존 한 끼 식사 소금양 5.5g에서 0.4g 뺐다.

    2단계(8~9월) 작전은 조리 방법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짠맛의 절임종류 반찬은 가능한 한 줄였다. 대신 간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되는 생야채를 반찬으로 내놓았다. 소시지·햄 등 가공식품도 줄였다. 사용하더라도 한 번 뜨거운 물에 데쳐 소금기를 뺐다. 저염 간장·된장도 도입했다. 그렇게 해서 소금양을 0.9g 더 낮췄다.

    3단계는 가능한 한 덜 짠 소스를 개발해 제공하는 방법이었다. 마요네즈나 소금 간이 들어간 양념장을 줄이고, 대신 유자·사과·레몬 등을 사용한 소스가 등장했다.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고 홍합·들깨·북어를 사용한 천연조미료 사용을 늘렸다. 이렇게 또다시 소금양 0.7g을 줄여나갔다.

    마지막 4단계는 1인당 제공하는 국물의 양을 210mL에서 180mL로 줄이는 방법을 썼다. 한 번에 대량으로 국을 끓이면 나중에 국물이 졸아붙어 짜지기 때문에 30분 간격으로 국을 2~3번 나눠 끓이기도 했다. 이렇게 6개월이 지나 사내식당에서 사용하는 1인당 소금의 양은 5.5g에서 3.1g으로 줄었다. 그사이 직원들은 맛의 변화를 못 느끼고 예전보다 소금이 대폭 줄어든 싱거운 식사에 익숙해졌다.

    지난 연말 시행한 맛 평가에서 "맛이 없다"는 의견은 점포당 평균 20% 미만으로 확 줄었다. 직원 1000명을 상대로 한 미각 테스트에서 '싱거워진 맛'을 '적당한 간'이라고 평가한 직원이 절반 가까이 됐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시행한 우리나라 성인 미각 테스트에서는 이 정도의 염도 음식을 적당한 간이라고 평가한 사람은 24%에 불과했다.

    직원 481명을 대상으로 한 체중 변화 조사에서도 평균 체중이 6개월 전보다 1.4㎏ 줄었다. 이는 저염 식단의 효과로, 짠맛에 길들여진 경우에는 과식하는 경향이 있다.

    현대그린푸드 최은영(29) 영양사는 "우리가 서서히 소금양을 줄였다는 것을 직원들이 알면 다들 깜짝 놀랄 것"이라며 "짠맛에 중독된 사람들도 단계별로 소금 섭취량을 줄여나가면 입맛 변화 없이 얼마든지 싱겁게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