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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재/한국은행(금리)

景氣 예상보다 나빠지자… 韓銀, 한달만에 급선회

景氣 예상보다 나빠지자… 韓銀, 한달만에 급선회

  • 방현철 기자

    입력 : 2013.05.10 03:20

    [금통委, 금리인하 6대1로 압도적 지지… 追更과 쌍끌이 효과 기대속 일각선 "失機했다" 비판]

    -금리 전격 인하 배경은
    생산·투자·수출 모두 부진에 上低下高 진단도 빗나갈 조짐
    ECB 등 각국 릴레이 금리인하… 추경 통과 등 정치권도 압박

    한국은행 기준 금리 - 그래프
    지난달 시장의 예상과 달리 금리를 동결했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한 달 만에 입장을 바꿔 9일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날 한은은 기준금리를 기존 연 2.75%에서 연 2.5%로 0.25%포인트 낮춘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캐스팅 보트(최종 결정권)를 행사해 금리 동결을 주도했던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엔 대세를 따라 금리 인하 쪽에 섰다. 한은 총재는 금리 결정 시 찬반 동수일 때를 제외하곤 항상 다수 편에 서도록 되어있는데, 이날 금통위에선 금리 인하가 5명으로 동결 1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자동적으로 인하 쪽으로 분류됐다.


    한은이 이렇게 입장을 급선회한 이유로는 ▲악화되는 국내 경제와 회복이 더딘 세계경제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행진 ▲정부와 정치권의 금리 인하 압박 등을 들 수 있다. 이 밖에도 블룸버그통신은 한은의 금리 인하 이유로 "엔저로 한국의 수출 전망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은이 유럽 등의 금리 인하 행진에 동참했다"고 보도했다. 한은은 추경(追更)과 금리 인하가 동시에 효과를 발휘하면 올해 성장률이 0.2%포인트 올라 2.8%를 기록하고, 내년에는 4% 초반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악화되는 국내 경제지표

    기획재정부는 7일 발간한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5월호에서 "미국의 채무 한도 협상, 유럽 경제의 회복 지연, 엔화 약세 등 외부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생산·투자·수출 등 실물경제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3월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2.6%가 줄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3월 설비투자와 건설 투자도 전달 대비 각각 6.6%와 3.0% 감소했다. 4월 수출은 조업 일수가 늘었는데도 작년 같은 달보다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런 실물경제지표 속보는 한은이 지난달 금리 동결 이유 중 하나로 꼽은 상저하고(上低下高) 경기 진단에 의문을 표시하도록 만들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9일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9일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로이터 뉴시스
    외부 경제 환경도 여전히 좋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을 3.5%에서 3.3%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과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은 '성장률 쇼크'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기대치에 못 미쳤다.

    세계 중앙은행 금리 인하에 동참

    한은과 달리 세계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경기 침체에 금리 인하로 대응하고 있는 것도 한은으로서는 큰 부담이 됐다. 이달 들어 기준금리를 내린 주요한 나라는 유로존(유로 사용 17개국), 호주, 인도 등이다. 유럽중앙은행은 경기 침체 우려를 들어 지난 2일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연 0.5%로 낮췄고, 호주도 7일 연 3.0%에서 연 2.75%로 낮췄다. 두 곳 모두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럽중앙은행(ECB) 등 일부 중앙은행에서 정책 금리를 인하한 게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 요인 중 하나였다"며 "금리는 선진국이 변화할 때 같이 변화를 시켜주는 게 바람직하지 않으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의 올해 통화정책 조정 내용
    추경 통과 등 정부·정치권의 압박

    여야 합의로 지난 7일 추경이 통과된 것도 한은을 압박했다. 여야가 합의해서 경제를 살려보자는 데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면 마치 경제 회생 의지에 재를 뿌리는 듯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한은의 금리 인하를 강력하게 촉구해 왔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국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 역할을 기대한다"며 금리 인하를 촉구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8일 벤처기업인 간담회 자리에서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저성장이 고착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며 우회적으로 한은에 금리를 낮춰줄 것을 종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