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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재/한국은행(금리)

김중수, 大勢 따랐지만 리더십에 큰 상처

김중수, 大勢 따랐지만 리더십에 큰 상처

  • 방현철 기자

    입력 : 2013.05.10 03:20

    1명 빼곤 금통위 전원 찬성에 金총재, 동결 입장 바꾼 듯
    "독립적 중앙은행의 신뢰성, 金총재 말 바꾸기로 무너져"

    "정부와 국회가 힘을 합해 경제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같이 동참하고 협력하는 게 바람직하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기 불과 엿새 전까지만 해도 강하게 금리 동결을 시사했던 김중수(金仲秀) 한국은행 총재가 9일 갑자기 '금리 인하론자'로 변신했다.
    한은 안팎에선 7명으로 구성된 금통위의 분위기가 금리 인하 쪽으로 기울자 김 총재가 다시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총재의 갑작스러운 노선 변경에 금리 동결 논리를 뒷받침하려고 백방으로 뛰었던 한은 집행부는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금통위를 계기로 김 총재의 리더십이 큰 상처를 받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중수 한은총재의 말 바꾸기
    이날 금통위에선 금리 인하 대 동결 주장이 6대1로 나왔다. 금통위 주변에선 소수 의견을 낸 1명이 총재나 박원식 부총재가 아니라 다른 금통위원이란 얘기가 흘러나왔다. 김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제가 혼자서 소수 의견을 내거나 하지는 않습니다"며 금리 인하 쪽에 섰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 금통위의 회의 분위기가 일방적으로 금리 인하 쪽으로 흐르자, 총재와 부총재가 모두 금리 인하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금통위에선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의 의견이 인하와 동결을 두고 3대3으로 팽팽하게 맞서자, 김 총재가 캐스팅 보트(최종 결정권)를 행사해 동결로 결론지었다.

    김 총재의 깜짝 변신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김 총재는 지난 3일에도 "작년 7월과 10월에 (금리를) 0.5%포인트 내린 것은 굉장히 큰 것이다"며 "올해 1~3월 정책 조합을 얘기한 건 새 정부가 올 거니까 '네 차례'라고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금리 인하론에 대해선 "기업·채무자가 싼 이자를 원하니 한은에 '경쟁적 금리 인하(race to the bottom)'를 하라는 것인데, 한국이 기축통화를 쓰는 미국, 일본도 아닌데 어디까지 가란 것인가" 하고 반문했다.

    그런데 이날 금통위에서 김 총재는 금리 인하의 근거로 유럽중앙은행(ECB) 등의 금리 인하를 들면서,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새 정부 들어 한은의 독립성 강화를 주장하며 정부와 각을 세워왔던 그간 김 총재의 태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김 총재는 3년 전 총재 취임 당시엔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최종 선택은 대통령이 하는 것이며 한은도 정부의 일원이다"고 말한 바 있어 한은 총재로서 그의 '철학'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한다.

    또 지난달과 비교해 특별히 달라진 상황이 없는데 이달엔 금리 인하로 선회함에 따라 '이미 실기(失機)한 뒷북 인하'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한은의 한 직원은 "한은 독립의 전제 조건인 중앙은행의 신뢰가 김 총재의 말 바꾸기에 무너져 버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