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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재/한국은행(금리)

"韓銀 총재 못 믿겠다" 김중수에 쏟아지는 화살

"韓銀 총재 못 믿겠다" 김중수에 쏟아지는 화살

  • 방현철 기자

    입력 : 2013.05.11 03:06

    "동결 외치다 금리 인하… 논리 궁색" 韓銀직원 이례적 비판
    "관례 무시해가며 금통위 표결 결과 밝힌 것도 품격 상실"

    ‘2013국제금융협회(IIF) 아시아 CEO(최고경영자) 서밋’행사에서 발표 내용을 듣고 있는 김 총재.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가 뒤늦은 금리 인하 결정으로 리더십의 위기를 맞고 있다. 10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2013국제금융협회(IIF) 아시아 CEO(최고경영자) 서밋’행사에서 발표 내용을 듣고 있는 김 총재. /뉴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금리 동결을 시사한 김 총재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상 밖의 금리 인하를 결정하자 금융 시장에선 김 총재의 말은 더 이상 못 믿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은 내부에서도 김 총재의 행보를 놓고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10일 차장급 직원 A씨는 '금리 결정에 관한 짧은 견해'란 제목으로 김 총재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한은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보수적인 문화의 한은에서 직원이 총재에 반기를 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4월엔 이주열 전 부총재가 옷을 벗고 나가면서 "리더와 구성원이 가치를 서로 공유하며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으로 변화가 있기 바란다"면서 김 총재의 '독선'을 비판한 바 있다.

    "김 총재, 입장 변화 논리 궁색"

    A씨는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총재가 국회, 인도 출장 등에서 금리 동결 입장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발언들을 많이 했지만, 이달 결정은 인하였다"며 "지난 4월 중앙은행의 자존심을 보여줬으니 이젠 정책 협조가 옳다고 판단했는지, 소위 '선상 반란'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어느 쪽이든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A씨는 김 총재가 금리 인하 이유로 들었던 ▲추경 국회 통과 ▲유럽중앙은행(ECB) 등의 금리 인하 등에 대해 지난달과 이달의 입장이 바뀐 것을 지적했다. 그는 "추경 편성이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진 것도 아니고 금리를 인하한 유럽연합(EU)과 호주는 기축통화 보유국 또는 그에 상응하는 국가(김 총재가 지난달 우리는 기축통화국이 아니어서 금리를 대폭 떨어뜨리기 어렵다는 말을 뒤집었다는 뜻)"라며 "물가나 성장 전망이 4월에 견줘 특별히 바뀐 점도 눈에 띄지 않아 인하 논리가 매우 궁색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정책 결정 독립과 정부와의 협조를 모두 잡고자 4월 동결, 5월 인하를 선택한 것이라면 독립성도 구기고 정책협조 효과도 약화하는 상처만 남긴 것"이라며 "한은이 우리 경제에 어떤 도움이 됐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글에 대해 또 다른 직원은 "야근해 가면서 자료를 갖다주니 이런 결정을 했다. 이럴 거면 뭐하러 야근을 시키느냐"며 김 총재를 꼬집는 댓글을 다는 등 4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A씨는 노조위원장을 역임한 경력이 있고 한은 직원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앞으로 노조 차원의 반발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 총재 품격 상실했다"

    한은 직원들은 김 총재가 이번 금통위 직후 이례적으로 "한 명이 소수 의견이었다"며 표결 결과를 밝히고 나서 "제가 소수 의견을 내거나 하지는 않는다"며 자신은 금리 인하 편에 섰음을 공개한 것에 대해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한 직원은 "이렇게 쉽게 입장을 바꿀 것 같으면, 차라리 지난달에 금리를 인하했으면 한은의 신뢰가 바닥까진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총재가 관례를 무시하고 자신의 '변심'을 공개한 저의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금통위는 금통위 회의록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누가 어떤 의사를 표명했는지 공개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한 직원은 "금통위 의장인 김 총재가 자기 편의에 따라 스스로 관례를 깨고 있다"면서 "'나는 다수 편(금리 인하)에 섰다'고 청와대와 정부에 선전하는 것처럼 보여 중앙은행 총재의 품격을 상실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