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3.15 22:22
신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최고경영자의 보상 수준이 매우 높은 미국은 기업의 극심한 로비와 반발에도 규제 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SEC) 주도로 1992년 이래 임원 보수 공시의 내용과 질을 강화해왔다. 영국은 1992년의 '캐드베리(Cadbury) 보고서', 독일은 2005년 '경영진 보상 공시에 관한 법률'을 통해 임원 보수의 개별 공시를 의무화했다. 우리를 포함한 중국 일본 등은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에게 지급한 보수 총액만 사업 보고서에 공시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은 2010년부터 임원의 보상 규모가 1억엔을 넘는 경우 총액 공시가 아닌 임원 보수의 개별 공시를 하도록 공시 규정을 개정했다.
미국은 1992년부터 SEC의 강제 공시 규정에 따라 모든 상장회사의 이사회는 최고경영진의 보상 결정에 대해 자세한 공시를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제공하도록 했다. 이사회의 보상위원회는 매년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배포하는 자료에 '임원 보상에 관한 토론 및 분석'이란 보고서를 포함하도록 되어 있다. 이 보고서에는 임원 보상의 원칙 및 철학은 물론 CEO 등 보수가 가장 많은 최고경영진 5명의 상세한 세목별 보상 규모(비금전적 보상의 금전적 가치 포함) 및 보상 규모 산정에 사용된 평가 지표, 임원에게 부여된 목표 설정 방법 및 수준 등 구체적인 보수 규모 산정 방안에 대해 상세한 공시를 하도록 하고 있으며, 2006년부터는 기존 공시 범위와 강도를 대폭 강화하였다.
상장 기업 임원 보수의 개별 공시 및 구체적인 산정 방법 공개 방안은 재계에서 반대하는 여러 이유, 즉 노사 간 위화감 조성, 기업 간 임원 보수 비교를 통한 전반적인 임원 보수 수준의 상승, 기업 영업 비밀 침해 등의 문제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장점이 있다. 첫째, 임원 개별 보수의 수준과 구체적인 산정 방법에 대한 자세한 공시는 이사회 차원에서 보상 프로세스의 건전성과 논리적 타당성을 높이기 위한 자발적 노력을 유도하게 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기업 지배 구조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 둘째, 경영진을 견제·감시하는 이사회에서 최고경영자 보수 수준, 기업 성과와 보수의 연계 정도, 보상 규모 결정 방법의 논리적 타당성 등을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림으로써 미래 투자자들의 기업 지배 구조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덜어줄 수 있다.
자본시장법에서 구체적인 임원 보상 공개 범위를 어떻게 할지는(예를 들어 3억원 이상 또는 5억원 이상 시 공개할지, 등기 이사에 한정할지 또는 집행 이사로 확장할지) 아직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정 금액 이상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금액에 상관없이 등기 이사들의 개별 보상을 공시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일정 금액 이상을 공시하도록 하는 경우는 필자가 알기로 일본 이외에는 없으며 등기 이사의 개별 공시만 강제해도 지급 총액, 주총 승인 금액, 1인당 평균 급여액만 공시하는 현행 제도보다 크게 개선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주주와 외부 이해관계자가 관심을 갖는 것은 비단 보수 수준뿐만이 아니라 고정급·성과급 비중은 얼마인지, 이 보수 수준은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등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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