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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가격 단합/대기업( 중소기업착취)

[제4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금융文盲(문맹) 벗어야 가난도 벗어… 금융으로 돈 번 부유층, 사회 환원해야"

[제4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금융文盲(문맹) 벗어야 가난도 벗어… 금융으로 돈 번 부유층, 사회 환원해야"

  •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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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3.28 03:10

    [아시아의 새로운 과제: 착한 성장, 똑똑한 복지]
    세션 6. 글로벌 금융 리더들의 세계경제 진단

    "금융社들, 금융민주화 나서라"
    - "美도 국민 40%가 퇴직연금 없어… 금융교육 제대로 못받았기 때문
    초·중·고서부터 지식 가르쳐야… 소외된 中企·小상공인에도 사업자금·멘토링 등 제공 필요"

    "과도한 금융규제는 곤란" 한목소리
    - "보이지 않는 손 '자유시장'을 정부가 주먹으로 다스려선 안돼"

    콘퍼런스 둘째 날인 27일 오전 6세션 '글로벌 금융 거물들의 세계 경제 진단'에서는 착한 성장, 똑똑한 복지로 향하는 이정표로 '금융 민주화'가 제시됐다. 세션에 참여한 글로벌 금융 거물들은 그동안 금융 서비스로부터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던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에게 '좋은 금융 상품'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성장의 열매를 맺고 함께 고루 나눌 수 있다는 데 생각을 같이했다.

    "모든 사람이 좋은 금융상품 접근할 수 있어야"

    '금융 민주화'라는 말은 세션 종료를 5분 앞둔 시점에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공동 CEO가 들고 나왔다. 그는 "돈을 더 벌어야 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교사, 경찰관, 소방관 같은 보통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좋은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없다. 왜 그런가?"라고 질문하며 스스로 답을 내렸다. "금융 민주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좋은 금융상품은 부유층이 독점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좋은 금융상품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 양극화다. 부유층은 자꾸 부유해지고 빈곤층은 자꾸 빈곤해진다. 큰돈을 버는 금융인을 포함한 부유층이 자신들에게 돈을 벌게 해 준 사회에 되돌려 줄 의무가 있다. 그게 바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제4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둘째 날인 27일 오전‘글로벌 금융 거물들의 세계경제 진단’세션에서 젭 에커트 블룸버그TV 기자의 진행으로 더글러스 플린트 HSBC그룹 회장,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공동 CEO, 로널드 오헨리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자산운용 부문 회장,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왼쪽부터) 등 4명이‘금융 민주화’를 집중 논의했다. /채승우 기자

    금융 민주화를 위한 처방은 서로 달랐다. 더글러스 플린트 HSBC그룹 회장은 '가짜 금융'을 버리고 '진짜 금융'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부자만 더 부자로 만드는 건 가짜 금융이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계속 확대해야 진짜 금융이다"라고 말했다. 플린트 회장은 또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안했다. 그는 "중소기업 등에게 사업에 필요한 자금과 전문 지식을 금융회사들이 지원해야 한다. 금융회사는 전담 직원을 배치해 사업 멘토링 서비스를 하는 등 다양한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로널드 오헨리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자산운용부문 회장은 '금융 지식의 민주화'를 제안했다. 그는 "점점 개인의 경제적 미래를 (사회가 아니라)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분위기다.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국민의 40%가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고 최소한의 사회보장제도에만 의존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금융 지식을 가르쳐 주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 문맹(文盲) 퇴치'를 역설했다. "금융회사들이 나서서 학교 (초·중·고등학교) 교육을 통해 금융 지식을 사회 전체에 보급해야 한다."

    "금융규제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곤란"

    연사 4명은 모두 "금융권에서 창출된 부(富)는 결국 모든 사람에게로 확산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금융권에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금융권에 대한 불신이 과도한 금융 규제로 번지는 것은 경계했다. 전광우 이사장은 "시장경제는 자원이 풍부하지만 예측하기가 어려운 망망대해나 마찬가지다. 파도가 높게 치거나 폭풍우가 몰아쳐 치명적인 피해를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물결만 잔잔하고 생명체는 거의 살지 않는 사해(死海)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이지 않는 손(자유시장)'을 '눈에 보이는 주먹(정부의 지나친 규제)'이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루벤스타인 칼라일 CEO는 "정부의 과잉 규제로 기업가 정신의 불씨마저 꺼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연사들은 최근 전 세계 경제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들이 새로운 성장 엔진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칼라일의 루벤스타인 CEO는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신흥국들의 GDP(국내총생산) 합계가 선진국의 GDP를 초월하는 해가 될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선진국이 전 세계 경제를 이끌어왔다면 이제는 그 축이 신흥국 쪽으로 기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