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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무죄확정…정치검찰·표적수사 논란 재점화?

한명숙 무죄확정…정치검찰·표적수사 논란 재점화

뉴시스|신정원|입력2013.03.14 18:42|수정2013.03.14 19:09

"檢 강압수사로 허위자백 가능성"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곽영욱(73)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 인사청탁 대가로 5만 달러(당시 5000여 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명숙(69) 전 국무총리가 3년 2개월 동안의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에 따라 검찰이 당시 야권 유력 서울시장 후보였던 한 전 총리를 표적 수사를 했다는 비난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이행과 야권의 공세 등과 맞물려 검찰 개혁도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1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 전 총리는 총리로 재직하던 2006년 12월20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곽 전 사장 등과 오찬을 가진 뒤 인사청탁 대가로 2만 달러와 3만 달러가 각각 담긴 편지봉투 2장을 수수한 혐의로 2009년 12월 기소됐다.

사건은 곽 전 사장이 2009년 11월 검찰 조사에서 "참여정부 실세 3명에게 금품을 줬다"고 진술하고, 이어 모 언론이 한 전 총리의 실명을 언급하면서 본격화됐다.

한 전 총리는 무죄를 주장하며 검찰 소환에 불응했지만 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조사하기까지 하는 등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어 2009년 12월22일 물증 없이 곽 전 사장의 진술만을 근거로 한 전 총리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특히 검찰은 1심 선고 하루 전 한 전 총리가 한만호(52)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의혹과 관련해 한신건영을 압수수색, 시장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한 전 총리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결과는 한 전 총리의 완승으로 끝났다. 법원은 1심부터 항소심, 상고심(대법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뇌물공여자인 곽 전 사장의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된다"며 한 전 총리에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곽 전 사장이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돈을 줬는지 여부와 액수, 전달방법에 대해 수시로 진술을 번복하는 등 일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오찬 장소인 총리공관의 구조와 식후 총리가 앞장서 나오는 통상적인 의전 절차, 돈봉투의 크기와 두께, 한 전 총리의 의상과 핸드백 소지 여부, 사전모의 가능성 등 당시 정황을 고려하면 '한 전 총리가 보는 앞에서 의자 위에 돈봉투 놓고 왔다'는 곽 전 사장의 주장은 비현실적이라고 봤다.

법원은 아울러 곽 전 사장이 검찰의 강압 수사 또는 선처를 기대하며 허위 진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고령에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던 곽 전 사장이 늦은 시간까지 조사를 받으면서 '죽을 수도 있다'는 극심한 공포를 느꼈을 수 있고, 곽 전 사장이 뇌물공여를 인정한 최초 진술과 이후 이를 부인하는 진술 등에 대한 주요 조서가 작성되지 않은 점, 곽 전 사장의 증권거래법 위반 사건이 내사종결된 점 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실제 곽 전 사장은 검찰 수사 당시 이미 70세를 넘었고 당뇨와 고혈압, 협심증 등을 앓다가 건강이 악화됐다.

또 곽 전 사장이 공여 사실을 부인한 2009년 11월19일에는 변호인이 돌아간 뒤에도 새벽까지 조사를 받은 반면 공여사실을 인정한 같은 달 24일에는 조사가 일찍 끝났다.

검찰이 2009년 곽 전 사장에 대해 회삿돈 8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이듬해 횡령액을 37억3990만원으로 공소장을 변경한 것과 4년여간 수사한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를 내사종결한 점도 주목했다.

곽 전 사장 역시 재판 과정에서 "검사가 눈을 부릅떠 무서웠다. 워낙 다그쳐서 (돈을) 줬다고 했다", "새벽 3시쯤 구치소에 들어가면 교도관이 '죽어서 뒷문으로 나간다'고 해…살려고 그랬다",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는 등의 진술을 해 강압수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대법원 선고로 5만 달러 수수 혐의는 벗었지만 한 전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사건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다만 한 전 총리는 1심에서 이미 무죄 판결을 받아 '검찰과의 대결'에서 완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6부는 내달 중순께 항소심 재판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한 전 총리는 이날 대법원 선고 직후 "검찰의 기소가 부당한 것이었음이 증명됐다. 이제 더 이상 정치탄압으로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통합당도 "지난 5년간 검찰은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며 전 정부 인사와 야당 인사들에 대해 보복성 기소와 정치탄압을 계속해왔다"며 "(이번 판결은) 검찰의 오만과 독선에 대해 법원이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이미 검찰개혁이 시대적 화두로 제기됐지만 검찰은 여전히 시대적 흐름을 거부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독립성과 중립성을 회복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새로운 검찰로 거듭나야 한다"고 압박했다.

jwshi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