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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국민의 최후의 보루(경,검.법원)

'범털 수감자'들의 수난시대

'범털 수감자'들의 수난시대

  • 한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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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3.07 03:06

    입원 중인 김승연 회장, 잠 안 자거나 울부짖는 증세
    최태원 회장, 부인이 초기엔 매일 면회… 러브레터도
    김승연 회장 구속집행정지 연장

    서울고법이 6일 한화그룹 김승연(61) 회장의 구속집행정지를 오는 5월 7일까지 2개월 연장했다. 2월 초부터 김 회장을 치료 중인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김 회장이 '섬망(譫妄·delirium)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소견을 법원에 냈다.

    섬망은 주의력과 언어능력 저하가 나타나며 헛것을 보고 밤에 잠을 자지 않거나 고함을 지르는 등의 발작 증세를 보이는 신경정신 질환이다. 김 회장은 실제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울부짖는 불안정한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급격히 발생하고 치료하면 호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치매와는 다른 병이다. 법원 관계자는 "의료진이 '김 회장이 최근 증세가 더 심해지면서 수면 주기도 불규칙해 항(抗)정신제 사용량이 일반 환자보다 훨씬 많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회장 말고도 재벌·유력인사 등 이른바 '범털 수감자'들도 수난을 겪고 있다.

    올 초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된 태광그룹 이호진(51) 전 회장과 어머니 이선애(85) 전 상무는 1년 가까이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이 전 상무는 상고를 포기해 1월 17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가 나흘 만에 다시 경기 안양의 병원으로 옮겼다. 거동을 못해 대·소변 수발까지 해야 해서 구치소에서는 감당이 안 된다고 한다. 이 전 상무는 작년에도 구치소에서 뇌졸중 후유증으로 감각이 무딘 왼손에 손난로를 쥐고 잠들었다가 3도 화상(火傷)을 입어 구속집행이 정지됐다. 병원에서 밤에 뒤척이다 침대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고관절과 척추가 부러졌다. 2011년 간암 수술을 받은 이 전 회장은 작년에 보석 허가를 받아 입원한 서울아산병원에서 7~8년 전부터 앓던 우울증 치료도 받고 있다. 약기운 때문에 멍하게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는 미국에 간 이식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6.56㎡(약 1.9평) 서울구치소 독방에 8개월째 수감 중인 이상득(78) 전 의원은 72㎏이던 체중이 8㎏쯤 줄었다. 밥 한 그릇 뚝딱 비우던 식성이었지만 요즘은 반 그릇 정도만 비운다고 한다. 그는 항소심 재판에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측근은 "3년 전 수술한 눈에 녹내장이 생겨 재판 준비를 하기 힘들고 당뇨와 무릎 관절염이 심하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달 28일 법원에 보석을 신청했다.

    수감 두 달째를 맞는 최태원(53) SK 회장은 수시로 변호사들을 접견하면서 항소심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이 초기엔 거의 매일 면회를 갔고, 애틋한 마음을 담은 '러브 레터'를 남편에게 건네기도 했다고 한다. 최 회장은 면회객들에게 "이런 일이 생겨서 송구하다. 세상에 저의 마음을 잘 전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