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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재형저축 얌체 상술… 서민들 등골 빼먹네

은행, 재형저축 얌체 상술… 서민들 등골 빼먹네

  •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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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3.12 21:38

    -카드 만들면 금리 더 준다는데…
    신용카드 月30만원씩 긁으며 3년간 1000만원 이상 써도 이득은 겨우 5만5000원
    "카드로 이익 내려는 속셈"
    -재산 형성 도울까
    비과세 혜택 감안하더라도 일반 적금보다 年0.9%p 높아
    7년 이상 묶어놓은 것에 비해 실제 대가는 크지 않아

    11일 하루 동안 은행에서 재형저축에 가입한 사람은 7만5000명이었다. 18년 만에 다시 등장한 서민용 비과세 저축상품이란 점 때문에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판매 첫날(6일) 28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던 초반 열풍을 감안하면 인기가 급격히 식어가는 모습이다. 왜 그럴까? 초반에 고금리에 현혹됐던 가입자들이 득실을 꼼꼼히 따져 보기 시작하면서 재형저축의 허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또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고금리를 미끼로 제시하고, 갖가지 꼼수로 이익을 챙기려는 '얌체 상술'을 보이고 있는 것도 초반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서민 등골 빼먹는 재형저축 마케팅

    "최대 16만원을 돌려 드립니다."

    지난 11일 신한카드는 계열사인 신한은행의 재형저축 가입자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한다면서 카드 신상품을 내놓았다. 재형저축 가입자가 이 카드를 만들어 쓰면 3년 뒤 재형저축 불입액의 0.3%를 현금으로 되돌려 준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재형저축의 최고 금리가 연 4.5%이기 때문에, 이 카드를 사용하면 연 4.8%의 이자를 받는 셈이라고 카드사는 강조한다. 카드회사 말처럼 재형저축에 연간 비과세 최대 한도인 1200만원씩, 3년 동안 3600만원을 부으면 16만6500원을 현금으로 되돌려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따져 보면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소비자는 극히 제한된다.

    재형저축 가입 대상자는 연봉 5000만원 이하 직장인이나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의 자영업자다. 하지만 소득과 '저축 여력'은 다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구를 소득수준에 따라 1~5분위로 나누었을 때, 지난해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는 월평균 15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1분위 가구들은 저축 여력이 전혀 없어 재형저축이 '그림의 떡'이라는 얘기다. 2분위와 3분위 가구의 흑자액은 각각 월 33만원, 66만원으로 저축 여력이 크지 않다.

    만약 2분위 가구가 재형저축에 월 흑자액 33만원을 몽땅 넣었을 경우 위에서 설명한 재형저축 연계 신한카드를 사용해 3년 뒤 카드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돈은 5만5000원에 불과하다. 대신 3년 동안 1080만원을 카드로 긁어야 한다. 월평균 30만원씩 신용카드를 써야 한다는 부대조건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들도 재형저축 최고 금리를 주는 조건으로 신용카드를 일정액 이상 써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기업은행은 연 300만원 이상 신용카드를 써야 보너스 금리 0.1%포인트를 더 준다. 2분위 가구의 경우 연 4000원 이자를 더 받기 위해 300만원 신용카드를 써야 한다는 뜻이다. 하나은행은 하나SK카드를 만들었을 때 0.2%포인트, 국민은행은 KB카드를 신규로 신청하는 경우 0.1%포인트, 우리은행은 우리카드를 가지고 있는 경우 0.1%포인트의 추가금리를 걸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재형저축 자체만으로는 이익을 남기기 어려워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하게 해 부가 이익을 내려는 속셈"이라고 말했다.

    재산 형성 기능 약한 새 재형저축

    재형저축은 서민의 재산 형성을 돕는다는 취지로 18년 만에 나왔다. 하지만 뜯어 보면 재산 형성이라는 문구가 민망하다. 재형저축은 기존 적금보다 평균금리가 0.3%포인트 정도 높고, 비과세 혜택에 따른 금리 효과까지 감안하면 일반 적금에 돈을 넣는 것보다 연 0.9%포인트 정도 추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2분위 가구가 월 흑자액 33만원을 모두 재형저축에 몰아 넣는다고 가정하면, 기존 적금 상품에 넣었을 때와 비교해 1년에 3만7000원 더 이익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3분위 가구의 월 흑자액 66만원이 꼬박꼬박 재형저축 통장에 들어가면 1년에 7만3000원 정도 더 이익이다. 돈을 7년 이상 묶어 놓는 것에 대한 대가치고는 크지 않다.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옛 재형저축은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 서민층의 재산 형성을 돕는 기능이 있었지만, 새 재형저축은 차별화된 재산 형성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서민이 10만원 내면 정부가 10만원 보태서 돈을 불려 주는 형식의 서민 금융지원을 늘리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