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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난 사회 안전망 - 빚에 갇힌 서민들] [1] 빚 돌려막는 서민… 생계형 부채 88조원

[펑크난 사회 안전망 - 빚에 갇힌 서민들] [1] 빚 돌려막는 서민… 생계형 부채 88조원

  •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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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3.06 03:01

    본지가 해법을 모색합니다
    소득 하위 40%가 진 빚 2년새 13조원이나 늘어

    우리나라 가계 부채는 1000조원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하우스푸어 등 중산층이 지고 있는 부채도 많지만, 빚을 낸 생계형 부채가 더 큰 문제입니다. 이는 헐거운 사회안전망 탓에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빚을 내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서민들의 허리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본지는 생계형 가계부채 문제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해법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우리나라엔 두 가지 가계부채가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전체 가계부채는 959조원. 이 가운데 450조원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해 90%가량은 중산층 이상이 진 빚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엔 먹고살기 위해서 빚을 진 생계형 빚이 있다. 작년 말 소득 하위 40%가 진 부채 140조원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등을 제외하고 생활비나 전·월세 보증금, 다른 빚을 갚기 위해 진 빚 등은 88조원이다. 2010년 75조원에서 2년 새 13조원이나 늘었다. 하위 소득 718만 가구가 먹고사느라 진 빚이 그동안 가구당 181만원씩 늘어난 것이다.

    본지와 현대경제연구원이 통계청의 기본 자료를 활용해 추산한 결과, 빚을 지고 있는 소득 하위 20% 가구의 2011년 가처분 소득은 456만원인데, 금융부채 잔액은 3838만원에 달했다. 부채가 소득의 8배가 넘는다. 8년 번 것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빚 갚는 데 써도 부족하다.

    생계형 빚이 늘어나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구멍 나 있기 때문이다. 본지 취재팀이 만난 직업소개소에서 일당 5만~6만원짜리 허드렛일자리를 기다리는 60대 할머니는 의료보험이 안 되는 치아 치료를 받느라 빚을 100만원 졌고, 갑자기 직장을 잃었으나 충분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40대 가장은 수퍼를 운영하다 빚에 쫓겨 산동네 보증금 700만원짜리 월셋집으로 내몰렸다. 벌이가 없는 이들에게 빚은 영원히 도망갈 수 없는 고통이다.

    이런 빚의 굴레를 풀 수 있는 방법은 금리를 낮춰주거나, 상환 기간을 늘려주는 금융 대책으로는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허석균 중앙대 교수는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문제는 복지로 해결됐어야 할 문제인데 금융으로 풀어보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