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3.08 03:08 | 수정 : 2013.03.08 03:14
개방과 포용력으로 帝國 된 로마, 종교 관용이 인재 부른 네덜란드
화교들 사실상 추방했던 한국은 재미교포 김종훈씨 돌아가게
해
아직 견고히 자리 잡은 쇄국 심리 '진보' 자처 정치인들이 더 폐쇄적
전홍찬 부산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거기에는 자유중국 국기를 게양한 화교 학교도 있었으니, 국내 화교 인구가 상당한 규모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단일민족 국가를 자랑하던 한국 사회는 외국인 거주자들에게 너그럽지 않았다. 외국인에 대한 외환거래규제법, 외국인토지소유금지령 등 한국 정부가 시행한 각종 외국인 차별 정책과 조치들은 화교 추방령과 다름없었다. 차이나타운이 외자(外資) 유입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기회 측면보다 화교의 국내 경제력 증강이나 화교를 통한 국부 유출과 같은 위험 측면을 더 우려했던 것 같다. 전 세계에서 화교가 굴리는 유동 자산이 3조달러가 넘는 점을 생각하면 화교 추방으로 한국은 문화 다원주의는 말할 것도 없고 어쩌면 상당한 경제적 기회도 상실했을 수 있다.
그런데도 한국 경제는 선진국 문턱까지 도달했다. 세계에서 7번째로 '20-50 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에 진입했고, IT와 자동차 산업에서 세계적인 강국이 되었다. 그 배경에는 수출 드라이브로 시작된 국제화 정책이 있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즉 개방이 초래할 위험보다 그것이 가져다 줄 기회 요소를 더 적극 수용한 결과이다. 한국 경제 개방 수준을 보여주는 단적인 징표가 증시에서 30%가 넘는 외국인 투자 비중이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비해 한국 사회에서 가장 폐쇄적인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영역이 정치계와 관료 집단이다. 바로 이 영역이 가장 낙후한 분야이기도 하다. 국회는 여전히 점거와 폭력이 난무하고, 정치인과 관료 사회는 부패와 도덕적 해이가 줄지 않고 있다.
개방이 국가 발전에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역사에 많다. 로마제국이 대표적인 예다. 로마는 늪지 언덕에서 건국했고 바다와도 인접하지 않았다. 지리적으로 제국이 되기에 좋은 조건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로마가 지중해를 내해로 만들 수 있었던 제1 요인으로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는 타민족에 대한 개방성과 포용력을 꼽았다. 로마는 제정(帝政) 시대에도 황제를 특정 가계(家系)에 국한하지 않았다. 심지어 식민지 출신도 왕위에 오를 수 있었다. '오현제(五賢帝) 시대' 중심에 있었던 트라야누스와 하드리아누스는 스페인 출신, '군인 황제 시대'를 평정한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아드리아해 건너 발칸반도의 스플릿 출신이었다. 인재를 인종과 민족으로 차별하지 않고 등용했던 관례를 로마인들은 황제 자리까지 적용했던 것이다.
지리적 조건으로 말하면
유럽에서 네덜란드만큼 불리한 나라도 없다.
국토가 좁을 뿐만 아니라 그중 4분의 1이 해수면보다 낮은 저지대 습지였다. 네덜란드가 강소국으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는 종교적 관용 정책으로 유럽 전역에서 많은 인재를 불러 모은 것이었다. 캘빈주의 신교 국가였지만 스페인에서 쫓겨난 유대인을 대거 수용하였다. 그 후 위그노 등 박해받던 종교적 소수파 지식인들도 네덜란드로 모여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네덜란드는 17세기에 이르러 문화와 경제 면에서 황금시대를 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유대인을 추방하는 편협성을 보인 스페인은
과거 자국 식민지였던 네덜란드에 뒤처졌다. 독일을 통일한 프로이센도 강대국이 되는 과정에서 국적과 종교를 불문한 인재 영입 정책을 펼쳤다.
외국인이라고도 할 수 없는 재미 교포 김종훈씨가 결국 스스로 짐을 싸서 돌아갔다. 쇄국 심리가 한국 사회에 여전히 견고히 자리 잡고 있음을 그의 좌절이 확인해 주었다. 오히려 미국 정부가 이민자인 그를 민감한 국가 정보 업무에 참여시켰던 것과 비교하게 된다. 나라 돈줄을 좌지우지하는 중앙은행 총재를 외국인으로 임명하는 나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먼 이야기이다.
김종훈씨를 내친 정치권은 자기들과 고위 관료들이 퇴임 후에도 노른자위 자리를 누릴 수 있도록 '전관예우'를 합법화해 놓고 있다. 이렇게 폐쇄적이고 편파적일 수 있는가? '진보'를 자처하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외국 인재 영입에 더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나타난 또 다른 아이러니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했다면 히딩크 감독도 한국 축구사에 없었을 것이다. 제대로 된 차이나타운이 없는 나라에서 이중국적자 장관 임명은 애초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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