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3.01 22:50
김태훈 국제부 차장

북한의 1·2차 핵실험 때 잠잠했던 중국 여론이 3차 핵실험 이후 강도 높은 비판으로 바뀐 것에 대해서도 훗날 남·북한이 통일된 뒤 돌이켜보면 "그때 중국인의 민심 변화가 한반도 통일시대를 여는 첫 걸음이었다"는 평가가 나올지도 모른다. 당장은 "북한의 3차 핵실험은 미·북 간 대결 탓"이라며 여전히 북한을 감싸는 중국 정부의 태도에 가려 그 미래가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인들이 북한을 비난하고 나선 이유를 살펴보면 북·중 관계의 특수성보다는 핵실험에 반대하고 환경오염을 질타하는 보편적 잣대로 세상을 보기 시작한 '새로운 중국인'의 등장을 확인하게 된다.
이 '새로운 중국인'은 2006년 10월 북한의 첫 핵실험 때 침묵하던 그 중국인이 아니다. 지난 30년에 걸친 개혁·개방의 결과로 중국인은 전보다 더 잘살게 됐고 정치의식도 전보다 성숙해졌으며 외국에 더 자주 나가서 세상을 보는 시각도 넓어졌다. 좌파적 혁명 이념에 물들었던 문화혁명 세대가 물러난 뒤 들어선 바링허우(八零後·1980년 이후 출생자) 세대는 인권과 복지, 근로 여건 개선과 환경오염 방지 같은 보편적인 기준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그런 중국인의 눈에 3대 세습으로 물려받은 왕조를 지키기 위해 핵도발을 감행하고 이웃나라에 방사능 오염 공포를 확산시키는 북한은 더 이상 좋은 이웃일 수도, 지켜줘야 할 맹방(盟邦)일 수도 없다.
'새로운 중국인'의 등장은 향후 10년간 중국을 이끌어 갈 시진핑 정부의 한반도 전략 수립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한·미 동맹에 맞서는 중국의 전략적 자산'이란 주장은 보편적 국제관계를 요구하는 여론에 맞서기가 점점 버거워질 것이다. 중국 정부가 반북(反北) 여론을 통제하기도 힘든 세상이 됐다. 이미 5억명에 이르는 중국 네티즌의 백가쟁명(百家爭鳴)을 틀어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 정부는 보편적 가치에 눈뜬 중국인을 우군(友軍)으로 활용해야 한다. 토대는 이미 마련돼 있다. 한·중 수교 후 시작된 양국의 교역·교류 규모는 북한을 압도한 지 오래다. 2011년 기준 한·중 간 교역액은 2456억달러인 반면 북·중 간 교역은 60억달러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한·중 간에 오간 관광객은 700만명에 육박한다. 한류(韓流) 드라마를 즐기는 중국인들에게 한국은 북한보다 훨씬 가깝고 친숙한 이웃이다. 이런 바탕 위에 아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머물고 있는 한·중 관계를 한반도 통일시대를 함께 여는 파트너십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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