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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건강 예방

점심값 아껴 헬스클럽 등록… '힐링(healing·치유) 소비족' 는다

점심값 아껴 헬스클럽 등록… '힐링(healing·치유) 소비족' 는다

  • 박유연 기자
  • 입력 : 2012.08.22 10:13

    [新 불황형 소비 트렌드]
    경제 상황 어려운 가운데서 게임기·악기·화훼용품 등 오락·문화 소비는 크게 늘어
    "경기 불황에 지친 사람들, 필수품 소비 줄여서라도 마음의 위안 얻으려 해"

    직장인 이윤정(33)씨는 최근 공짜로 이용하던 사내 헬스클럽 대신 인근의 시설 좋고 깔끔한 사설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월 이용료가 10만원인데, 개인 트레이너까지 붙여 월 25만원을 추가해 총 35만원을 낸다. 400만원 정도인 월급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씨는 "남편이 처음엔 반대했는데 나를 위해 뭐 하나는 쓰고 싶다고 얘기해 허락을 받아냈다"고 "기분 전환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점심을 구내 식당에서만 먹는다. 이씨는 "줄어든 점심 값을 감안하면 실제 쓰는 돈은 얼마 늘지 않았다"며 "요즘같이 어려울 때 큰 활력소가 되고 있어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소비가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오락·문화 소비는 크게 늘고 있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 통상 오락·문화 소비부터 줄이는 게 일반적인데, 최근엔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오랜 경기 침체에 지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힐링(healing·치유)족'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게임기 소비 최대 폭 증가

    지난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가계조사'에 따르면 전국 가계의 오락·문화 소비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6.8% 늘어나 전체 소비 증가율 3.6%를 크게 웃돌았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게임기 등 '오락문화 내구재' 소비가 142.2% 증가해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고, 악기, 취미용품, 화훼용품, 오락서비스, 문화서비스, 단체여행비 등 거의 모든 오락·문화 분야에서 두 자릿수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또 스마트폰 등 통신 장비 소비가 145.4%나 증가해 역시 통계 작성 이래 최대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2분기에 특별한 신제품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기존 제품을 교체한 사람이 많았다는 뜻이다.

    자료:통계청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이런 트렌드 덕에 '힐링족'을 대상으로 한 산업은 경기 침체 속에서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여름 휴가철인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이 회사를 통해 해외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6만8700명으로 2010년보다 20% 늘었다. 또 서울 시내 특급 호텔의 여름 패키지(호텔에서 가족이나 연인 단위로 1~2박을 보내는 상품) 판매가 급증하면서 70~80% 정도 하던 여름 객실 점유율이 올해는 90% 이상으로 올라갔다.

    TV홈쇼핑의 아웃도어 판매는 런던올림픽 특수까지 겹치면서 방송 시간대별로 1년 전보다 50% 이상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GS홈쇼핑 관계자는 "올해 들어 방송에서 전자제품 편성을 줄이고, 아웃도어 같은 여가 관련 제품의 편성을 크게 높였다"고 말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가 닥쳤던 3년 전과는 달라진 현상이다. 지난 2009년 1분기의 경우 오락·문화 소비가 1년 전보다 7.9% 감소했다. 전체 소비 감소율 3.6%의 두 배 이상으로, 당시는 사람들이 오락·문화 소비부터 줄였다.

    ◇필수품 소비는 크게 줄어

    반면 필수품 소비는 부진하다. 2분기 전국 가계의 식료품, 관리비, 교통비, 교육비 증가율은 1~2%에 그쳤다. 해당 제품 물가를 감안한 실질 소비를 보면 식료품, 관리비, 교통비가 1년 전보다 각각 3.7%, 3.0%, 2.0%씩 감소했다. 물가를 감안한 실질 소비가 물가를 감안하지 않은 명목 소비와 비슷한 오락·문화와 대조적이다.

    사람들이 여가·오락 소비는 늘리는 대신, 필수재 소비는 적극적으로 줄이고 있다는 뜻이 된다. 김종대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소비자들은 다른 소비를 줄여, 스스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상품을 적극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긴축을 하면서도 팍팍한 현실을 잊으며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소소한 여가 소비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