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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깝다, 이 책!… 이대로 묻힐 순 없어

아깝다, 이 책!… 이대로 묻힐 순 없어

입력 : 2012.12.29 03:03

다독가 4人이 꼽았다 '진주 같은 올해의 책'

‘힐링’을 표방한 에세이가 서점가를 점령한 해였다. 하지만 물밑에선 좋은 기획과 옹골찬 내용으로 무장한 양서(良書)들도 줄기차게 출간됐다. 조선일보 북스팀이 다독가(多讀家)로 소문난 전문가 4명에게 “올해 나온 신간 중 가장 아까운 책 한 권씩을 꼽아달라”고 주문했다. 내용이 형편없어 안 팔린 책이 아니라, 알차고 흥미로워 수만 부 팔릴 것으로 기대했건만 운때가 맞지 않아 덜 팔렸거나 홍보 부족 등으로 크게 빛 보지 못한 책. 안타까운 ‘알짜배기’ 책 4권을 ‘아깝다, 이 책!’으로 소개한다.

(왼쪽부터)김수영, 박덕규, 오영욱, 강유정.

[왜 우린 기쁨만 얘기하나… 슬픔을 치유하는 건 슬픔]

슬픔의 위안
론 마라스코·브라이언 셔프 지음 | 김명숙 옮김|현암사|320쪽|1만3000원

슬픔은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렸을 때에 찾아온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마음을 다해 아끼고 사랑했던 그 무엇 혹은 그 누구였을 것이다. 그가 떠났을 수도 있고 내가 떠나보냈을 수도 있으며, 잔인한 운명으로 사랑하는 둘이 서로 다른 길을 걸어야 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문득 나에게로 찾아온 슬픔은 쉽게 부식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슬픔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슬픔이 나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슬픔은 기쁨보다 우리의 영혼에 자주 나타나고 훨씬 오래 머무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슬픔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개인의 일이고 내면의 일이며 설명한다고 해서 타인이 그것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슬픔에 대한 이야기는 타인의 정서적 호감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이 눈물을 글썽이며 늘어놓는 길고 긴 슬픈 이야기를 듣기 좋아할 사람은 없다. 누구나 밝고 희망과 힘을 주는 이야기를 반긴다. 결국 슬픔은 커져만 가고 진정한 위로는 드물다.

그래서 슬픔에 대해서 말하는 글과 책은 많지 않다. 때문에 이 책이 더욱 빛난다. 슬픈 일을 겪고 나서 슬픔에 빠졌다가 그곳으로부터 천천히 빠져나오는 힘겨운 과정에 대한 스물아홉 편의 아름다운 산문을 엮었다. 슬픔을 겪은 많은 사람의 이야기와 그에 대한 세심한 성찰이 담겨 있다. 슬픈 마음을 단번에 치유할 수 있는 약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나 자신의 힘으로 그 모든 것을 아주 천천히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에 담겨 있는 따뜻한 위안들은 그 과정을 견뎌내는 데에 반가운 동행자가 될 수 있다. 슬픔은 기쁨으로 치유되지 않는다. 슬픔은 슬픔의 친구들 혹은 슬픔의 동료들로 위로받는 것이고 이를 통해 아주 천천히 나에게서 떠날 것이다.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슬픔에 허락된 최고의 축복은 위안이다. '슬픔의 위안'을 권한다. /김수영·로도스 출판사 대표

[한국 문학 안 죽었다… '허리 힘'을 보여주마]

위풍당당
성석제 지음|문학동네|264쪽|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