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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우리한글(세계에서 가장훌륭한 )

[사설]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한글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사설]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한글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입력 : 2013.10.10 03:02

한글날이 23년 만에 법정 공휴일로 돌아온 9일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선 한글 관련 행사가 온종일 이어졌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기리고 한글의 우수성을 자랑하는 행사도 의미 있는 일이긴 하다. 그러나 우리가 567년 전 만들어진 한글을 얼마나 바르게 쓰고 한글 어휘의 뜻을 얼마나 넓고 깊게 확장해왔는가를 돌아보면 부끄럽다.

한글이 과학적 원리로 만들어졌다는 데 세계의 많은 학자가 놀라고 있다. 이런 과학적 문자를 과학 하기 좋은 언어, 논리적인 언어로 발전시키는 게 후손이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한국인 대부분은 한글로 된 철학책을 열면 앞이 깜깜해진다. '현존재(現存在)' '즉자적(卽自的)' '대자적(對自的) 같은 표현과 마주치면 이게 어느 나라 말인가 의심하게 된다. 일본인들이 독일 철학을 자기네 나름으로 소화해 만든 말들을 완전히 다른 토양에 이식(移植)해와 100년이 넘도록 개량하거나 변종(變種)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숱한 개념어도 마찬가지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을 펼치면 수십 가지의 서로 다른 뜻으로 풀이돼 있는 낱말이 많다. 과학·철학·문학을 비롯해 각 방면에서 그만큼 다양하게 단어의 의미를 확장했다는 뜻이다. 한글 사전에서는 그런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본지와 국립국어원이 공동 기획한 '한글이 아프다' 연재 기사를 보면 인터넷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병들고 뒤틀린 말, 고장 난 문장이 넘쳐나고 있다. 청소년들은 '엠창(상대방 엄마를 욕하는 말)' '여병추(여기 병신 하나 추가요)' 같은 말을 표준어처럼 쓰고 있다. 아름답고 과학적인 한글을 만드신 분들 대할 낯이 없다.

독일이 철학 종주국이 된 것은 철학자들이 끊임없이 독일어의 의미와 문맥을 다듬고 이런 독일어를 통해 역사에 남을 업적을 남긴 덕분이다. 영어가 세계의 언어로 떠오른 것도 셰익스피어 같은 작가들이 영어를 갈고 닦으며 뜻을 풍요롭게 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제 한글 전용이냐 국한 혼용이냐 하는 대립을 넘어 한글과 한국어를 정확하고 아름답고 뜻이 풍부한 언어로 만드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