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기업 가격 단합/대기업( 중소기업착취)

[김기천의 경제포커스] 삼성·현대車 떠나도 살 수 있어야


[김기천의 경제포커스] 삼성·현대車 떠나도 살 수 있어야

  • 김기천 논설위원

  • 입력 : 2013.07.03 03:03

    美 기업 본토 회귀… 내수시장 노린 것
    '유턴 지원 法'에도 반응 없는 韓 기업은 海外 비중 계속 커져 기업들 외국 나가도
    우리 경제 버티려면 중소기업 더 키워야

    
	김기천 논설위원
    김기천 논설위원
    제너럴 일렉트릭은 작년에 중국의 온수기 공장과 멕시코의 냉장고 공장 설비를 미국으로 옮겼다. NCR과 월풀도 각각 중국에서 생산하던 현금자동지급기(ATM)와 믹서기를 미국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포드자동차는 중국과 멕시코의 픽업트럭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옮기기로 했다.

    지난 몇 년 새 미국 제조업체들의 본토 회귀(回歸)가 크게 늘었다. 해외로 생산 시설을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과 대비해 '리쇼어링(re-shoring)'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다시 한 번 제조업 르네상스가 일어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2010~12년에 미국의 유턴 기업들이 만들어낸 일자리가 3만5000~5만개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도 해외로 나간 대기업들이 돌아올 수 있을까. 지난 27일 국회에서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에 관한 법률', 이른바 '유턴 기업 지원법'이 통과됐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도 자국 기업의 복귀를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이를 법제화한 것은 우리가 처음이다. 선진국보다 훨씬 다양하고 화끈한 지원책을 내놨다.

    그러나 보석 가공 업체를 비롯한 일부 중소기업이 유턴 의사를 밝히고 있을 뿐 대기업은 무반응이다. 삼성전자가 8조원을 들여 중국 시안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고, 현대·기아차 역시 중국 공장 신·증설을 검토하는 등 국내로 돌아오는 게 아니라 해외로 나간다는 소식만 들린다.

    미국 기업의 유턴 배경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의 임금 상승과 미국의 에너지 가격 하락, 물류(物流) 비용 부담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미국 시장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들의 복귀는 미국 내 판매 제품을 만드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미제(Made in USA)'를 수출하겠다는 게 아니다. 생산 비용, 품질관리, 소비자 접근성 등을 모두 감안해 '수요가 있는 곳에서 생산'하는 게 유리해졌기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미국이 작년에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1680억달러 유치해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장이 크기 때문에 외국 기업의 투자가 몰리고, 미국 기업도 유턴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 기업이 미국 기업처럼 국내 판매를 위해 해외 공장을 접고 돌아오는 것은 생각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의 주요 수출 대기업은 매출의 60~80%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이 대기업들이 지금보다 매출을 늘리고 성장하려면 밖으로 더 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건 미국 기업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작년 해외 직접투자액은 3290억달러로 미국이 유치한 FDI의 두 배에 이른다. 미국 기업들이 유턴하고 있다지만 해외 투자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재벌 대기업들은 앞으로도 연구개발(R&D)과 신제품 개발, 신사업 진출을 위한 국내 투자는 계속할 것이다. 이를 위해 관련 분야의 전문 인력 채용도 늘릴 것이다. 그러나 해외 생산·판매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생산직을 포함한 대기업 전체 고용은 갈수록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우리 경제 전체로는 좋지 않은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대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과 고용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서비스 산업과 소재·중간재 산업을 육성하고 경쟁력 있는 중소·중견기업을 더 많이 키워내는 수밖에 없다. 핵심은 삼성과 현대차에 의존하지 않고도 우리 경제가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래야 한국 경제가 더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