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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가격 단합/대기업( 중소기업착취)

與野 "美·日도 공개" 기업 "총수에만 비난 쏠릴것"

與野 "美·日도 공개" 기업 "총수에만 비난 쏠릴것"

  • 호경업 기자

    입력 : 2013.04.10 01:52

    [정무위 小委 '5억이상 연봉 공개법' 통과… 財界 촉각]
    정치권 "경영투명성 높아져" - "주주의 임원연봉 감시 강화"
    財界, 일부 내용 수긍하면서도… - "위화감 커지고 노사갈등 심화"
    이건희 회장·이재용 부회장은 등기 임원 아니라 대상서 빠져

    연봉 5억원 이상의 등기임원·감사 연봉을 개인별로 공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통과되자 재계는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여야 정치권은 "법안을 통과시킨 취지는 기업 임원 연봉에 대한 주주의 통제와 감시를 강화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임원들이 경영 성과와 관계없이 막대한 보수를 챙기는 것은 아닌지, 기업 지배주주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보수를 더 챙겨가지 않는지 등을 들여다보려면 보수 공개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더 나아가 미국·영국·일본·독일 등 주요 선진국이 개별 임원 보수를 공개한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상장회사의 최고경영자(CEO)와 최고 재무책임자(CFO) 등 연봉 상위 5명의 보수 규모를 세부적인 설명과 함께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2010년 2월 '기업 내용 등의 공개에 관한 내각부령'을 개정해 임원그룹의 보수를 항목별로 밝히고, 특히 1억엔 이상 보수를 받는 개별 임원의 보수액과 세부 내역을 공개하도록 규정했다.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재계에선 이번 개정안에 일부 수긍할 점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정치권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10대 그룹 소속 회사의 한 임원은 "주주 등 특정인이 아닌 일반인 전체에게 공개하는 것은 논쟁거리와 사회적 편 가르기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원들의 개별 연봉이 공개될 경우 직장 내 위화감이 조성되고 노사 갈등을 심화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미국 애플 최고경영자인 팀 쿡의 2011년 수입은 스톡옵션을 포함해 4000억원대이었는데도 팀 쿡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미국 내 많지 않았는데, 한국 사회 분위기는 이와 다르다"고 말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도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임금 격차에 대해 과민 반응하는 문화적인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며 "회사 특정 임원의 연봉이 공개되는 순간 우리는 크고 작든 부작용이 더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가 불만을 터뜨리는 더 깊은 속내에는 개정안대로라면 상당수 총수들의 연봉이 공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안대로 할 경우 계열사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은 연봉을 공개해야 한다. 재계 1위 그룹인 삼성의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등기임원이 아니어서 공개 대상이 아니다.

    재벌 총수의 연봉이 공개되면 "생산 현장에서 힘들게 일하는 근로자들의 연봉은 수천만원밖에 안 되는데, 지분 몇%만 갖고 있는 총수들은 수십억, 수백억원을 받는다"는 비난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총수 때리기'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런 비난을 피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의 등기임원에서 이탈하는 총수들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높다. 경제 민주화 분위기에 부담을 느낀 일부 오너 경영인들이 이미 대표이사와 등기이사직을 포기하고 있는데, 그런 움직임이 가속될 수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