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4.01 22:48
전병목 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새 정부가 제시한 복지 정책을 뒷받침할 재원 조달 대책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높아진 복지 수요에 대응해 박근혜 정부는 재정 지출은
줄이고, 세수는 늘린다는 두 가지 대응 방안을 내놨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세입 확대를 어떻게 하느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세입
확대 수단으로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 금융 소득 과세 정상화 등 형평성 제고, 지하경제 양성화, 국민 대타협을 통한 세 부담 수준 결정 등을
제시했다. 이는 쉽게 말해 누수가 없는 조세 제도를 먼저 만들고 부족하면 필요한 세 부담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하자는 것이다. 이 방안은 직접
세율 인상보다 어렵지만, 조세 정책의 기본에 충실한 것이다. 즉, 조세 부담의 수평적 형평성을 먼저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의 납세 의식을
높여 추가적 세입 확대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이 방안에 대한 비판적 시각의 근거는 세입 확보의 불확실성이다. 비과세 감면이나
지하경제 양성화만으로 얼마나 세금을 더 거둘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세제 개혁의 근본이 '조세 제도의 신뢰 확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세 부담의 형평성을 높이는 것은 조세 제도의 기초를 튼튼히 하는 정책이다. 예를 들어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이 근로소득에 대한 세율을 높인다면 납세자들은 조세 제도를 불공평하게 느끼고 세율 인상에도 반대할 것이다. 아무리 근로소득에 대한 세율을
누진적으로 정해도 금융이나 부동산 소득 등 다른 소득을 감안하면 세 부담은 공평하지 않다. 또 부유층은 정보력을 바탕으로 각종 비과세 감면
혜택을 더 많이 누릴 수도 있다. 미국의 워런 버핏도 주식 투자를 통해 돈을 많이 버는 자신의 세율보다 근로소득자인 직원들의 세율이 더 높은
경우가 있다고 한 바 있다.
감면 제도의 정비는 중산·서민층 지원을 제외한 부분에 집중함으로써 조세 부담의 형평성을 높이고 재원
조달에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소득공제 제도는 누진세율 체계에서 소득 수준이 높아감에 따라 큰 혜택을 부여하는데, 이를 세액공제 제도로 전환할
경우 형평성을 높일 수 있다. 이를 통해 고소득층의 감면 혜택을 줄여 형평성을 높이는 것이다. 중산·서민층 지원이 아닌 감면 제도는 전체 국세
감면액 중 약 3분의 1로 연간 10조~12조원 규모다. 이를 조정하면 상당한 재원 조달이 가능하다.
지하경제 양성화 역시 재원
조달과 납세 의식 개선을 위해 시급하다. 과세 행정에 포착되지 않는 지하경제의 존재는 조세 정책에 대한 불신을 초래해 세수 부진으로 이어진다.
세수 확보뿐만 아니라 조세 정책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가 필요하다. 현재 GDP 대비 19~29%로 추정되는 지하경제 규모를
10% 정도 개선해서 17~27% 정도로 낮추는 것은 그리 어려운 목표가 아니다. 선진국의 지하경제 규모가 10% 중반
수준이다.
복지를 늘리기 위한 재원 조달 방안은 지속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금융·부동산 소득을 많이 올리고도 근로소득보다 세
부담이 적고, 각종 편법을 동원해 과세를 피하는 사람이 많다면 세율 인상은 단기적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결국 납세자들의 반발만 일으킬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에 실을 묶어 바느질할 수는 없다. 복지 지출의 경직성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 비과세 감면 조정과 지하경제 축소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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