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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역사(고고학)

[기고] 國寶 83호 반가사유상, 와서 보게 하자


[기고] 國寶 83호 반가사유상, 와서 보게 하자

  • 설정(雪靖)·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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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 03:03

    
	설정(雪靖)·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사진
    설정(雪靖)·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산중도 간간이 세속의 일로 시끄러워질 때가 있다. 그때마다 출세간의 납자(衲子)들은 세간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이유로 외면해 왔다. 그러나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일, 중생의 삶에 대한 일은 세간과 출세간이 하나로 힘을 합쳐 지혜로운 길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보(國寶)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83호·아래 사진·이하 반가사유상)의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전시를 놓고 문화재위원회, 문화재청, 국립중앙박물관 사이에 논란이 있는 것으로 전해 들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이다. 국보이자 성보(聖寶)인 반가사유상은 지금까지 총 7차례 2000여일이라는 긴 시간 해외를 떠돌았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어느 나라도 국보를 그렇게 긴 시간 해외에 전시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도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린다는 명분으로 또다시 반가사유상의 해외 전시가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문화유산에 대한 우리 후손의 기본 임무를 망각하고 우리의 국격(國格)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문화재 당국의 기본 임무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재를 완벽하게 보전하여 후손에게 길이길이 전해주는 것이다. 아무리 완벽한 준비를 하더라도 전시를 위해 문화재를 이동할 경우 훼손될 여지가 많다. 이런 가능성을 우려한 영국, 프랑스 등은 진품 대신 국가가 인정한 복제품을 해외 전시하고 있다.

    다음은 국격 문제다. 반가사유상 해외 전시를 추진하는 분들은 혹시 지금도 우리 국격을 '한국 미술 5000년전'이 미국을 순회하던 1970년대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당시는 외국인들이 '한국'이라는 나라 그리고 한국 문화의 존재 자체를 잘 몰랐고, 우리로서는 소중한 국보라도 들고 나가서 '우리 좀 알아달라'고 호소해야 했던 때다.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사진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강남스타일' 등 한류(韓流), 휴대전화와 자동차 등 눈부시게 성장한 산업, 한식(韓食) 그리고 올림픽과 G20 정상회담 등으로 한국을 보는 세계의 눈은 1970년대와는 비교할 수 없게 높아졌다. 한국 문화를 보고 싶은 외국인이 있다면 그들이 직접 와서 보고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후손의 임무다. 좋은 예도 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우리 전통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도입한 템플스테이가 그것이다. 템플스테이는 시행 11년이 지나는 동안 연인원 내국인 200만명, 외국인 30만명이 참가했다. 인도·중국·일본 어디에서도 원형 그대로를 찾기 힘든 '간화선(看話禪)' 전통을 체험하기 위해 세계인들이 아시아 동쪽의 먼 나라를 제 발로 찾아온다.

    이젠 국보급 문화재를 해외에 보내기보다는 우리 스스로 아끼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해 우리 문화를 보고 듣고 맛보며 더욱 기뻐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국보급 문화재를 길이 보전하면서 세계에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진짜 큰 홍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