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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6·15(2000년 남북정상회담 기념식) 공동개최, 회담정례화' 요구… 靑, 거부

野 '6·15(2000년 남북정상회담 기념식) 공동개최, 회담정례화' 요구… 靑, 거부

  • 김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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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6.05 03:02 | 수정 : 2013.06.05 04:03

    [김진명 기자의 정치 인사이드]
    어제 예정됐던 朴대통령·여야 대표 회동 결렬된 까닭은

    "청와대가 野에 주는 것 없이 朴대통령 취임 100일 맞춰 밀어붙였다가 결렬" 지적도

    
	김진명 기자
    김진명 기자
    지난달 27일 청와대 이정현 정무수석(현 홍보수석)은 민주당 노웅래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황우여, 민주당 김한길 대표 간의 회동을 성사시키기 위한 물밑 접촉을 시작한 것이다. 노 의원은 민주당 김 대표의 비서실장이다. 당시 이 수석은 주변에 "민주당이 이런저런 요구 조건을 제시해 쉽진 않겠지만 회동을 꼭 성공시키겠다"면서 의지를 보였다.

    상황은 이 수석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 수석과 노 의원 간의 협상이 시작된 지 며칠 되지 않아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아무래도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에 갔다 온 이후 여야 대표를 만나야 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방중(訪中)은 이달 말 예정돼 있다. 그때 이후로 미룬다는 것은 협상이 어그러졌다는 얘기였다.

    당초 청와대는 3자 회동 성사를 낙관하는 분위기였다. 민주당에선 지난 4월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개성공단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영수회담을 제안한 적이 있다. 당시 청와대는 "추후에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5월 민주당 대표에 취임한 김한길 대표도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참여하는 여야 국정협의회가 설치돼 있다면 국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래서 상견례를 겸해 현안을 논의할 3자 회동 성사를 낙관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왜 결렬된 것일까. 여권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의 요구 조건이 있었는데 청와대가 받지 않으면서 연기됐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민주당의 요구는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기념행사 공동 개최와 영수회담의 정례화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의 6·15 관련 요구는 '남북 대화는 정부 간 공식 채널로 재개해야 한다'는 정부의 원칙을 훼손하는 문제라 양보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현안이 있을 때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고 영수회담 정례화는 전례도 찾기 어렵다"고도 했다. 민주당의 반응은 "그렇다면 회동을 미루자"는 것이었다. 민주당 측은 "지금 만나서 서로 할 얘기도 없으니 박 대통령이 중국에 갔다 온 뒤 다시 회동을 추진하자"고 했다고 한다.

    "3자 회동의 택일(擇日)도 좋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 취임 100일이 되는 '6월 4일'을 제의했다. 취임 100일에 맞춰 대통령 주도로 정치권이 서로 소통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싶었던 것이다. 반대로 민주당으로선 자리만 빛내주고 빈손으로 돌아올 경우 나올 '들러리만 섰다'는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일 이정현 정무수석을 공석 중인 홍보수석에 임명했다. 그러자 여권 일각에선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 주선 실패가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튀어나왔다. "박 대통령이 이 수석이 '정무'보다는 '홍보'에 맞는다고 판단했다"는 말도 돌았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영수 회동 협상 결렬 이전에 결정돼 있었다. 말이 안 되는 해석"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수석이 다소 무리를 했다"는 지적엔 다수가 공감했다. 여권 관계자는 "야당에 아무것도 안 주면서 '취임 100일'에 날짜를 맞춰 밀어붙이다 보니 협상이 깨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