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5.2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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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그런데 처음 박찬호가 다저스와 계약했을 때 원했던 등번호는 61번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에이전트이던 스티브 김에게 들은 뒷얘기에 따르면 박찬호가 구단에 요청한 번호는 16번이었습니다. 박 선수가 한국에서 아마 시절부터 달던 번호입니다.
그런데 다저스에서는 당시 아말파타노라는 코치가 16번을 쓰고 있어서 다른 번호를 고르라고 했습니다. 결국 박찬호는 16번을 앞뒤로 바꾼 61번을 달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MLB 선수의 번호는 아무리 커야 강타자의 44번이나 너클볼 투수의 49번 정도였습니다. 한국에서 온 깡마른 무명 투수가 61번을 달자 처음에는 희한하다는 시선이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나중에 시속 160㎞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지며 정상급 투수로 발돋움하자 미국의 어린 선수 중에서도 61번을 다는 선수가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제 MLB 각 팀에 한 명 정도는 꼭 61번을 다는 선수가 나올 정도로 이 번호는 박찬호 덕분에 MLB에서 인기 번호가 됐습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1년 뒤인 1995년 노모 히데오(野茂英雄)가 다저스와 계약하면서 16번을 요청해 받은 일입니다. 특혜를 준 것이 아닌가 싶지만 실은 그 코치가 1994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났고, 때마침 계약한 노모가 16번을 요청하면서 그의 차지가 된 것이었습니다.
신시내티 레즈의 추신수(31) 선수는 17번을 달려고 상당히 노력했습니다. 처음 시애틀과 계약하고 마이너리그에 갔을 때 받은 번호는 54번이었습니다. 그저 비어 있는 번호 중 하나였는데 추신수는 좀 안정을 찾자 구단에 요청해서 어린 시절부터 달았던 17번으로 바꿔 달았습니다.
그런데 MLB에 승격해서는 이 번호를 가질 수가 없었습니다. 하세가와 시게토시(長谷川滋利)를 비롯해 빅리그 선배들이 번번이 17번을 달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된 후 17번을 달고 싶었지만 애런 분이라는 선배가 또 17번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추신수는 16번을 대신 달았지만, 분이 은퇴하자 드디어 17번을 차지했습니다. 그 뒤로는 인디언스의 간판 선수이자 MLB의 스타로 떠오르면서 이제 추신수의 17번을 건드릴 선수는 없습니다. 신시내티로 옮겨서도 어려움 없이 17번은 그의 번호가 됐습니다.
다저스에서 신인왕을 노리는 류현진(26)은 2006년 한화 이글스에 지명되고 처음 받은 번호는 15번이었습니다. 선배 구대성 선수의 대를 이어 뛰어난 왼손 투수가 되라는 뜻이었는데 구대성이 복귀하면서 그 번호를 돌려주게 됐습니다.
그러자 류현진은 99번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번호를 선택했습니다. 몸무게 한계선을 99㎏에 맞추겠다는 의지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지만, 이 번호는 이글스의 마지막 우승인 1999년을 의미하는 뜻으로 좁혀지면서 류현진에게 큰 의미를 갖게 됩니다.
그런데 다저스와 계약하면서 이 번호를 달지 못할 뻔한 사연이 있습니다. 류현진이 99번을 요청하자 다저스 구단에서는 처음엔 난색을 보였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2010년까지 99번을 달고 뛴 매니 라미레스의 인기가 폭발적이었기에 결번은 아니더라도 그 번호를 비워둘까 고민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저스는 회의 끝에 큰 기대를 걸고 거액을 투자해 한국에서 영입한 신예 투수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 류현진은 원하던 99번을 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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