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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야구(미국).추신수.류현진.박찬호.

이젠 '땅볼 괴물'

이젠 '땅볼 괴물'

  • 성진혁 기자
  • 입력 : 2013.05.24 03:02

    [류현진, 시즌 5승… 땅볼 유도해 아웃 12개 잡아]

    美 데뷔 후 최다 이닝 투구 - 7과 3분의 1이닝 동안 2실점
    9경기서 6이닝 이상 던지며 다저스 불펜 부담 덜어줘

    정확한 제구로 타선 압도 - 삼진 욕심 줄이고 맞혀 잡아
    장타 맞을 확률 떨어뜨려… 류 "다음 목표는 무실점 투구"

    류현진(26·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이닝을 책임지며 다섯 번째 승리를 따냈다. 선발투수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던 한국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류현진은 23일 밀워키 브루어스와 벌인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7과 3분의 1이닝을 2실점(6피안타 2볼넷)으로 막았다. 팀이 9대2로 완승하면서 류현진이 12일 마이애미전 승리 이후 11일 만에 1승을 보탰다. 이번 시즌 10경기에 나와 5승(2패). 류현진은 클레이튼 커쇼(5승2패)와 팀 내 다승 공동 1위가 됐다. 평균 자책점은 3.42에서 3.30으로 낮췄다.


    ◇이닝 이터 면모 되살리나

    이날 전까지 류현진의 최다 이닝 투구는 지난달 26일 뉴욕 메츠전 때의 7이닝(1실점·승패 없음)이었다. 데뷔전부터 8경기 연속 6이닝 이상을 책임졌던 그는 18일 애틀랜타전에선 5이닝 동안 공 100개를 던지고 교체됐다. 볼넷을 다섯 개나 내줬다. 힘으로 타자들을 윽박지르기보다 신중하게 던지다 보니 투구 수가 많아져 긴 이닝을 막기 어려웠다. 돈 매팅리 감독으로부터는 "투구 수가 100개가 되면 체력이 떨어진다"는 쓴소리도 들었다.

    
	LA 다저스 투수 류현진이 23일 미 프로야구(MLB) 밀워키 브루어스와 치른 원정 경기에서 시즌 5승째를 거뒀다. 그는 이날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이닝(7과 3분의 1이닝)을 2실점으로 막아내며 이닝 이터(inning eater)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사진은 이날 경기 1회에 공을 던지고 있는 류현진
    LA 다저스 투수 류현진이 23일 미 프로야구(MLB) 밀워키 브루어스와 치른 원정 경기에서 시즌 5승째를 거뒀다. 그는 이날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이닝(7과 3분의 1이닝)을 2실점으로 막아내며 이닝 이터(inning eater)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사진은 이날 경기 1회에 공을 던지고 있는 류현진. /Getty Images 멀티비츠
    류현진은 23일에도 4회까지 공 79개를 던져 6이닝 정도가 한계인 듯했다. 하지만 5회를 공 4개로 막았다. 6회는 12개, 7회도 6개로 끝내는 효율적인 피칭을 했다. 8회 1사까지 총투구 수는 108개였고, 스트라이크가 70개였다.

    류현진은 전형적인 이닝 이터(inning eater) 스타일의 투수다. 한국에서 7년간 190경기에 나와 1269이닝을 던졌다. 평균 6과 3분의 2이닝이 넘었다. 완투가 27번. 그중 21번이 완투승(13번)과 완봉승(8번)이었고, 완투패가 6번이었다. 그가 미국 무대에서도 팀의 주축 투수로 인정받으려면 최대한 오래 마운드에서 버텨 구원 투수진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닥터 K'에서 맞혀 잡기로

    류현진은 지난달 6경기(37과 3분의 2이닝)에서 삼진 46개를 잡았다. 평균 7.67개로 내셔널리그 3위였다. 이달 4경기에선 삼진이 14개였다. 평균(3.5개)으로 따지면 지난달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도 꾸준히 호투를 이어간다. 맞혀 잡는 투구, 특히 땅볼을 많이 끌어내고 있어서다. 특히 23일은 땅볼을 10개(병살타 2개 포함) 유도했다. 전체 아웃카운트 22개 중 12개를 땅볼로 처리한 셈이다. 나머지는 뜬공이 5개, 삼진이 4개, 외야수 송구가 1개였다.

    
	류현진이 땅볼 아웃 유도한 구질과 타구 방향 설명도

    직구(53개) 최고 구속은 시속 148㎞로 빠른 편은 아니었는데 낮은 제구력이 돋보였다. 커브(21개)와 슬라이더·체인지업(각 17개)도 효과적으로 섞어 구사했다. 1회 1사 1·2루 위기 땐 상대 타자 조너선 루크로이에게 몸쪽 낮은 직구(시속 143㎞)로 유격수 앞 땅볼 병살타를 유도했다. 5회 1사 1루에선 아오키 노리치카에 시속 114㎞의 느린 커브를 던져 1루수 앞 땅볼 병살타로 만들었다. 6회 라이언 브론에게 시속 108㎞짜리 커브를 던졌다가 가운데로 몰리는 바람에 솔로 홈런을 맞은 것이 옥의 티였다.

    이날까지 류현진이 땅볼로 잡은 아웃 개수와 뜬공으로 잡은 아웃 개수의 비율은 1.22. 4월(1.03)보다 이달(1.48)이 높다. 땅볼을 많이 유도할수록 장타 맞을 확률이 떨어지므로 투수에게 유리해진다.

    ◇"올해 안에 무실점 경기하겠다"

    순조롭게 5승을 거둔 류현진은 경기 후 "선발 로테이션을 잘 지켜 아주 만족스럽다"면서 "두 자릿수 승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직 한 번도 무실점 경기를 한 적이 없는 데 대해선 "언젠가는 점수를 주지 않는 경기가 나올 것"이라면서 "올해 안에 되지 않을까"라고 낙관했다.

    MLB 홈페이지는 "다저스가 류현진을 보루(堡壘)로 삼아 승리했다"고 전했다. 다저스는 여전히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5개 팀 중 꼴찌(19승26패)에 머물러 있다. 류현진은 29일 안방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LA 에인절스전에 등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