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5.04 09:00
이런 구도가 계속되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디젤 모델은 BMW, 가솔린 모델은 벤츠라는 인식도 자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BMW와 벤츠 모두 이런 이미지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BMW는 “우리 가솔린 모델도 좋은데 너무 디젤 모델만 부각돼 걱정”이라고 하고, 벤츠 역시 “고급차라는 벤츠의 이미지와 디젤이 맞지 않아 주목을 못 받는 것이 아쉽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벤츠가 BMW의 디젤 아성에 도전하는 야심작을 내놨다. E 250 CDI 4매틱(MATIC) 모델이다.
- ▲ E 250 CDI 4매틱/메르세데스 벤츠 제공
여기에 최근 늘고 있는 4륜구동의 수요에도 대응했다. 그동안 고급 세단에는 후륜구동(뒷바퀴 굴림) 방식을 쓰는 것이 불문율처럼 여겨졌고, 벤츠 또한 후륜구동에 집중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행 안정성이 높고 눈길에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4륜구동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심지어 7시리즈나 S클래스 같은 각사의 최고급 세단의 판매량을 봐도 4륜구동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벤츠의 상시4륜구동 시스템인 4매틱은 차체 자세제어 시스템(ESP) 및 전자식 트랙션 시스템(4ETS)과 함께 작동하며 열악한 노면 상황을 만나도 순간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디젤 엔진과 4륜구동 시스템을 조합한 차가 아직 많지 않다는 점도 이 차의 차별점으로 부각할만하다.
가장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변속기다. 기존 E클래스에는 7G트로닉이라는 변속기가 들어갔다. 경쟁사의 8단 변속기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E클래스에 새로 들어간 7G트로닉플러스 변속기는 이전 변속기보다 빠르고 정확한 변속 실력을 보여주며 디젤차 특유의 가속력에 힘을 보탰다. 이 변속기는 2013년형 E클래스에 모두 적용됐지만, 최고의 궁합은 E 250 CDI 4매틱에서 볼 수 있었다.
- ▲ E 250 CDI 4매틱/메르세데스 벤츠 제공
특히 앞에도 언급했듯 변속기의 반응이 민첩해 매우 경쾌하게 속도를 높일 수 있었던 점이 인상적이었다. rpm이 2000을 넘어가는 것을 보기 어려울 정도다. 이쯤 되면 8단 변속기가 부러울 이유가 없다. 서스펜션(차체 자세 제어 장치)은 기존과 달라지지 않았지만, 4륜구동 방식인 만큼 접지력이 좋아 승차감은 약간 단단해진 느낌이 든다.
차를 고속 구간에 얹어놓고 핸들링과 제동력 등도 시험해봤다. 묵직한 핸들링은 또 하나의 변화된 점이다. 벤츠가 ‘안락한 차’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고수하는 것을 정말 과감하게 포기한 모양이다. 굴곡이 심한 구간에서 핸들을 돌렸을 때의 안정감이 개선됐고, ESP 등이 과감하게 개입해 자세를 잡아준다는 느낌도 종종 느낄 수 있었다. 만약 내·외장 껍데기를 바꾼 차를 받아 운전했다면 이 차가 벤츠라는 것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 만큼 주행 느낌의 변화가 확실했다.
제동장치는 예민하게 반응하지는 않았다. 편안한 제동을 추구하던 기존 느낌을 크게 바꾸지 않은 듯했다. 실내·외는 디자인은 기존 E클래스와 같다. 국산이 아니라 불편한 내비게이션도 그대로다. BMW와 벤츠, 아우디가 왜 자체 내비게이션을 고수하는지는 여전한 불만사항이다.
- ▲ E 250 CDI 4매틱/메르세데스 벤츠 제공
렉서스의 경우 이미 ‘얌전하고 편안한 차’라는 이미지를 잊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역동적인 주행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서다. 벤츠는 독일 고급차 3인방 중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다. 고급스럽다는 이미지의 이면에는 렉서스와 마찬가지로 편안한 차라는 인상도 겹쳐 있다. 벤츠가 극단적인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다음에 나올 모델의 변화는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 71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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