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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입차가 판 친다?

[시승기] 이지아 타던 마세라티 올 뉴 콰트로포르테 타보니

[시승기] 이지아 타던 마세라티 올 뉴 콰트로포르테 타보니

  • 안석현 기자

    입력 : 2013.05.31 14:40 | 수정 : 2013.05.31 14:40

    이탈리아 '마세라티'는 우리나라에서 매우 생소한 자동차 브랜드다. 작년에 국내서 팔린 양을 모두 합쳐야 60여대 정도이다. 길에서 우연히 마주칠 가능성도 극히 낮다. 오죽하면 지난달 배우 이지아씨의 마세라티 추돌 사건을 놓고 마세라티 인지도에는 오히려 득이 됐다고 말하는 이가 있을 정도일까.

    이처럼 '그들만의 자동차'에 불과했던 마세라티가 최근 좀 더 대중적인 차로 변하기로 작정했다. 2015년까지 생산량을 작년 대비 10배로 늘리겠다고 공언하는가 하면, 기존 자동차의 반값인 1억원 초반 자동차(기블리)도 출시했다. 여전히 비싼 가격이지만 구매 가능한 소비자가 크게 늘어날 것임은 분명하다. 극한의 주행성능을 강조해온 마세라티는 내년에 실용성을 가미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르반테'도 내놓을 계획이다. 고급스러움은 유지하면서 저변은 넓히는 '매스티지(Masstige)' 브랜드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곳곳에 묻어난다.

    마세라티 올 뉴 콰트로포르테. /마세라티 제공
    마세라티 올 뉴 콰트로포르테. /마세라티 제공

    그리고 가장 최근에 출시한 '올 뉴 콰트로포르테'는 이처럼 크게 바뀐 마세라티 브랜드 전략의 서막을 알리는 차다.

    '이코노미'석이었던 뒷좌석이 '비즈니스'석으로

    올 뉴 콰트로포르테는 10년 만에 모델 변경된 차 치고는 외관상 큰 차이가 없었다. 뒷면 브레이크 등의 모양에 변화를 주긴 했지만, 상어 머리를 형상화 한 앞모습은 마세라티 특유의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했다.
    올 뉴 콰트로포르테(가장 앞)와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스포츠(두 번째). /마세라티 제공
    올 뉴 콰트로포르테(가장 앞)와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스포츠(두 번째). /마세라티 제공

    그럼에도 마세라티가 지난해 출시된 콰트로포르테를 5세대, 올해 출시 모델을 6세대로 구분 짓는 것은 확 바뀐 뒷좌석이 한 몫 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 뉴 콰트로포르테의 뒷좌석 무릎 공간은 이전 모델에 비해 11㎝ 길어졌다. 겨우 '반 뼘'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좁은 자동차 뒷좌석에서 11㎝가 주는 차이는 크다. 5세대 뒷좌석에서 다리를 꼬고 앉기가 불가능했다면, 올 뉴 콰트로포르테에서는 가능하다. 차량 좌우 너비도 6㎝ 길어졌다. 이처럼 넓어진 실내 공간은 장거리 운행 때 빛을 발한다.
    올 뉴 콰트로포르테 뒷좌석의 모습. 위는 앞좌석을 평상시대로 둔 상태고, 아래는 앞좌석을 앞으로 밀어놓은 상태. /안석현 기자
    올 뉴 콰트로포르테 뒷좌석의 모습. 위는 앞좌석을 평상시대로 둔 상태고, 아래는 앞좌석을 앞으로 밀어놓은 상태. /안석현 기자

    키 178㎝인 기자가 뒷좌석에 앉아 보니 여타 스포츠 세단에서 느낄 수 없었던 편안함과 여유가 흘렀다. 덕분에 기존 콰트로포르테가 운전자 혼자 즐기는 차였다면, 올 뉴 콰트로포르테는 뒷좌석에 가족들을 태우고 교외로 나가도 불편하지 않은 차가 됐다. 마세라티의 뛰어난 주행 성능은 좋지만 가족들이 다 같이 타기에 불편하게 생각했던 운전자라면 중요하게 여길 수 있는 포인트다.

    시속 100km 올리는 데 4.7초

    그렇다고 콰트로포르테가 마냥 온순해졌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최고출력 530마력을 내는 3.8리터(L) 8기통 엔진은 마세라티의 변심에 다소 실망했을 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로 잡기에 충분했다.

    서울 강남에서 출발해 강원도 평창을 돌아오는 왕복 400km를 주행해 보니 올 뉴 콰트로포르테는 잘 길들여진 '준마(駿馬)'와 같았다. 뒷좌석의 여유로움은 대중차와의 타협점을 찾았지만, 주행성능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특히 8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이뤄진 가속 성능이 매력적이었다.
    올 뉴 콰트로포르테는 엠블럼과 뒷바퀴 휠, C필러(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안석현 기자
    올 뉴 콰트로포르테는 엠블럼과 뒷바퀴 휠, C필러(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안석현 기자

    고속도로에 들어서 가속페달을 밟자 순식간에 시속 100km에 도달했다. 2L 엔진의 중형 세단으로 시속 50km 가속하는 것과 체감상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 차의 최고 속도는 시속 307km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4.7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속도 제한 때문에 시속 110km까지 밖에 달릴 수 없다는 게 차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전자제어식 충격흡수장치(서스펜션) 역시 일품이다. 이 차의 서스펜션은 단단한 정도가 유동적이다. 곡선 구간을 빠르게 빠져 나올 때는 단단하게, 요철 구간에서는 탄력적으로 변해 충격을 흡수한다. 덕분에 시속 110km에서 브레이크를 전혀 밟지 않고 고속으로 선회할 때 차의 무게중심이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았다.

    조용한 실내, 4륜 구동…마세라티 맞아?

    과거 마세라티는 오로지 빨리 달리는 데만 열중했다. 최근에는 달리는 중 동승자의 안전이나 안락함에도 크게 신경을 쓴 것 같았다. 올 뉴 콰트로포르테는 역대 처음 4륜 구동 시스템을 장착했다. 4륜 구동 시스템은 눈이나 비가 많이 오는 날씨에도 좀 더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어 이 차의 실용성을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올 뉴 콰트로포르테의 실내(위)와 트렁크. /안석현 기자
    올 뉴 콰트로포르테의 실내(위)와 트렁크. /안석현 기자

    실내 역시 조용했다.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앱)으로 측정해보니 시속 100km에서73데시벨(㏈)이 기록됐다. 이는 청소기나 번화가에서 유발되는 소음으로 대형 엔진이 1분당 2000~3000회 돌아가는 것을 감안하면 정숙한 수준이다.

    가족 친화적인 차라고 해서 가격까지 친화적이지는 않았다. 이 차의 가격은 2억1600만~2억4500만원으로 여전히 범접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래도 고객 저변을 넓히면서 기존 마니아들의 토라진 마음까지 달래야 하는 마세라티 입장에서는 가장 절충점을 잘 찾은 차가 올 뉴 콰트로포르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