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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음식)/발로뛰어 찾은 숨은 맛집(전국)

음식칼럼니스트와 맛집 블로거 추천, 가격 대비 만족도 좋은 맛집을 찾아서

음식칼럼니스트와 맛집 블로거 추천, 가격 대비 만족도 좋은 맛집을 찾아서

입력 : 2013.05.07 09:00

어릴 적 시골에 계신 부모님은 이맘때쯤 되면 달게 지은 밥에 구수하게 잘 끓인 재래식 된장찌개와 조물조물 무친 봄동나물 푸짐하게 얹어 쓱쓱 비벼주셨다. 투박하기 그지없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봄날에 즐겨 먹는 힐링 밥상으로 그만한 게 없다. 볕이 잘 드는 요즘 같은 날이면 항상 생각나는 그리운 맛이다.

간혹 엄마가 해주는 푸짐한 ‘밥’을 먹을 때의 기분이 드는 음식점들이 있다. 맛도 맛이지만 하나라도 더 퍼주고자 하는 업주의 넉넉한 마음과 서비스, 식재료 하나에도 고집과 진정성을 불어넣어 제대로 된 웰빙 밥상을 제공하는 곳들이다. 다시 방문하고 싶은 좋은 음식점, 단골을 자처하고 싶은 완소 맛집의 절대적인 기준인 ‘가격대비 만족도’ 높은 곳은 어디일까.

가격대비 만족도의 시작은 조선시대?

한국은 일본처럼 200년 이상 가는 밥집이 없다. 세기를 뛰어넘는 동안 후손이 대대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유서 깊은 음식점을 찾기 힘들다. 이를 두고 국내 외식산업에 대한 업주들의 장인정신이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 한국은 외식문화가 발달한 역사 자체가 짧기 때문이다.

지금의 음식점과 비슷한 것이 생겼을 무렵은 조선시대 후기, 주막(酒幕)이다. 조선은 일반 사람들의 유동을 막았던 나라로 도로는커녕 지도도 그리지 못하게 했다. 그러니 사람이 없는 곳에 밥집이나 주막이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후기로 접어들고 상업이 발달하면서 역과 원 사이에 사설 주막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당시 역과 원을 이용하지 못하는 일반 상인들이 쉬어갈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다양한 종류의 행상꾼들이 무거운 봇짐을 내려놓고 술국에 밥을 술술 말아먹거나 탁주를 나누어 마시기도 했다. 예상컨대 ‘먹거리’에 있어 한국만의 훈훈한 인심이나 따뜻한 정서는 조선 후기 주막이 생기면서 형성된 것이 분명하다. 사실 음식을 ‘사고 판다’는 개념 자체도 어설펐을 뿐 아니라 이곳 저곳 오가는 허기진 상인들이 요기하고 편히 쉬도록 먹거리와 잘 곳을 저렴하게 ‘베푼다’는 의미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헐값에 탁주 한 사발 주문하면 안주가 무료로 붙어 나오고 밥과 술을 사먹는 이들에게 숙박은 무료였으니, 진정한 ‘가격대비 만족도’의 시작은 주막에서부터다.

그래서 맛집 블로거 9인에게 그런 ‘주막’같은 맛집을 물었다. ‘이 집에 가면 이 메뉴는 꼭 맛봐야 한다’는 단서를 달고 그들은 다양한 음식점과 메뉴들을 소개했다. 다행히 어릴 적 엄마가 해주신 봄동나물된장비빔밥 만큼 따뜻하고 넉넉한 음식들이다.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힐링 밥상, ‘저염 한정식’
요리하는 블로거 ‘나나’ 추천 <바달비>

정갈하고 깔끔한 한식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염분 함량을 최대한 낮춰 짜거나 자극적인 맛을 배제하여 ‘저염’과 ‘힐링’을 모토로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푸짐한 건강식 밥상을 제공하는 곳으로 가볼까. <바달비>의 메인 코스요리는 총 4가지로 구성돼 있다.

	바달비의 저염 한정식 밥상
바달비 저염 한정식
기본 2만원 코스부터 즐거운상차림(2만8000원), 행복한상차림(3만5000원), 다복한상차림(5만원)인데, 인삼제육구이와 감자옹심이, 삼계탕, 해파리냉채, 불고기냉채, 등 기본 10가지 이상의 요리와 식사메뉴를 차려낸다. 인삼제육구이는 간장양념에 인삼을 갈아 넣은 것이 특징인데 돼지고기 냄새를 잡아주면서도 인삼 고유의 향을 가미했다. 해파리냉채의 경우 겨자소스 대신 간장과 올리브오일, 식초와 다진 고추로 심심하게 간을 맞춰 해파리 본연의 맛을 잘 살렸다. 이밖에 한약재를 넣고 고운 삼계탕과 직접 만든 보리빵, 씨겨자소스에 채소와 함께 새콤하게 버무린 불고기냉채, 나물 위주의 반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점심에는 1만5000원에 힐링밥상을 만날 수 있으니 깔끔한 한식이 생각날 때 제격이다.
주소 서울시 관악구 신림5동 1427-16 전화 (02)889-2600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족발과 해물냄비의 기막힌 앙상블
냉철한 음식평론가 ‘건다운’ 추천 <오목집>



	오목집의 족발
오목집의 족발
식사와 술안주의 두 가지 매력을 다 지닌 메뉴로 족발(대 3만5000원, 중 3만원)만한 것이 없다. 족발은 오후 1시 넘어서부터 삶기 시작한다. 돼지고기가 매장까지 도착하는 시간이 그쯤이다. HACCP(식품위생관리시스템) 인증을 받은 신선한 국내산 족발을 그렇게 매일매일 2시간 이상 푹 삶아낸다. 그러니 오후 4시 넘어 방문해야 갓 삶은 따뜻한 족발을 먹을 수 있는 셈이다. 묵직한 방짜유기 접시에 담아 나오는 족발은 윤기가 돌고 김이 모락모락 나며 겉보기에도 촉촉하다. 이집은 앞다리와 뒷다리를 함께 내는데, 운동량이 많아 조직이 비교적 부드러운 앞다리와 저작감이 좋은 뒷다리 부분을 골고루 섞어야 맛이 풍부하다는 게 주인장의 설명이다.

국물이 아쉬운 주당을 위해 테이블 한쪽에는 홍합과 꽃게, 바지락, 배추를 넣은 맑은 국물의 해물냄비를 내니,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어 먹으면 끝맛은 칼칼하고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양천구 목동 917 목동파라곤 지하 45호 전화 (02)6737-6692



착한 가격ㆍ푸짐한 양ㆍ추억의 맛 세 박자 갖춘 ‘만점’짜리 ‘반점’
오로지 먹기 위해 산다는 ‘케빈’ 추천 <안동반점>


낡은 접시에 푸짐하게 담아낸 탕수육, 불맛 제대로 살린 잡채밥, 화끈한 국물의 짬뽕을 두고 소주 한잔 기울이기에 부담 없는 곳으로 ,식사 메뉴는 4000원부터 8000원까지 요리는 주로 1만6000원에서 2만원대 중반(中 기준)까지로 나름 저렴한 중국집이다. 메뉴판엔 나와 있지 않지만 ‘제일 작은 사이즈로 달라’고 주문하면 주인장이 알아서 小자(1만2000원)를 내준다. 두 명이 방문해도 부담 없는 가격에 요리를 맛볼 수 있어 좋다.


	안동반점의 탕수육과 잡채밥
안동반점의 탕수육과 잡채밥
잡채밥(6000원)은 맨밥 대신 볶음밥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밥알 사이사이 은근하게 밴 불맛이 적당히 올라오며, 짭짤하게 볶아낸 잡채와 함께 먹으니 맛이 좋다. 삼선짬뽕(8000원)은 얼큰하고 묵직하게 감기는 맛이다. 소주 한잔하기에는 부족함 없는 맛이다. 조미료의 맛이 다소 강하긴 하지만 착한 가격과 푸짐한 양을 생각하면 가격대비 만족도는 탁월하다
주소 서울시 성북구 보문동 1가 107 전화 (02)923-4448



삼겹살 가격으로 한우고기 먹을 수 있는 주옥같은 한우실비식당
대중식당 선호하는 외식콘셉트 기획자 김현수씨 추천 <값진식육>


질 좋은 한우고기를 보통 돼지고깃집의 삼겹살 값으로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문래동의 값진 식육의 한우실비모둠구이(150g, 1만3000원)에는 한우 등심과 갈빗살, 업진살 등의 부위가 골고루 들어간다. 주로 1등급이나 1+등급을 2~3주가량 숙성시킨 것들이다. 단백질의 고기는 숙성과정을 통해 조직이 부드러워지고 풍미와 식감도 좋아진다. 일본사람들이 갓 잡은 활어회보다 숙성시킨 선어를 선호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양념장이나 반찬은 아주 단출하다. 생소금과 기름장, 액젓소스 그리고 샐러드와 김치 종류 두어 가지가 전부다. 기름장엔 소금 대신 다진 마늘을 넣었다. 촉촉한 윤기와 육즙을 머금고 있는 한우고기가 마늘의 알싸한 향과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낸다. 까나리액젓에 청양고추와 마늘, 양파 등을 넣고 배합해 만든 액젓소스도 한우의 풍미를 더한다.

된장찌개와 밥의 마리아주를 사랑하는 한식마니아라면 마지막에 된장찌개(후식용 1인 2000원)를 주문하라고 권하고 싶다. 재래식된장과 콩나물, 두부, 양파, 표고버섯, 청양고추, 소고기를 넣고 칼칼하게 끓여내 마무리 식사로 안성맞춤이다.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3가 77-43 전화 (02)2634-7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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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칼럼니스트와 맛집 블로거 추천, 가격 대비 만족도 좋은 맛집을 찾아서

입력 : 2013.05.07 09:00


	봉이만두의 만두 두접시
봉이만두의 만두
봉이 아저씨가 만들어주는 봉이만두, 한입 베어 무니 부추 향이 듬뿍~
만두마니아 아가씨 ‘초대리’ 추천 <봉이만두>


<봉이만두>는 만두로 유명한 중식당 <취영루> 출신의 주인장이 만두를 매일 직접 빚어내는 수제만두전문점이다. 대부분의 만두를 포장판매 하고 있지만 이 집의 낡은 테이블에 앉아 ‘봉이 아저씨’가 갓 만들어준 따끈한 만두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만두 가격은 전부 3000원, 손만두와 군만두 전부 알찬 녀석들로만 골라 8개씩 접시에 담아낸다. 만두 속엔 부추와 표고버섯, 호박, 양파, 돼지고기가 들어간다. 모든 재료를 전부 기계 없이 칼로 직접 다진다.

뜨끈하게 쪄낸 손만두를 후후 불어가며 한입 베어 물었다. 부추의 즙이 ‘톡’하고 터지면서 나머지 버섯과 고기의 고소한 향이 입안에 골고루 퍼진다. 채소의 순수한 맛과 볼륨감 있는 고기의 식감이 금실 좋은 한 쌍의 부부처럼 잘 어울린다. 군만두는 여기에 바삭한 식감이 추가된다. 겉을 태우지 않으면서 속까지 부드럽게 익히려면 약불에서만 4~5분을 여러 번 뒤집어가며 구워야 한다. 간단해 보여도 타이밍이 절대적인 음식이다. 조미료를 일절 넣지 않고, 소박하지만 솔직하고 양심적으로 만든 만두를 판매하는 게 돈 버는 일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게 봉이 아저씨의 생각이다.
주소 서울시 동대문구 휘경동 261-1 전화 (02)2215-1122



국물 반 고기 반, 푸짐한 한우갈비곰탕 한 뚝배기 하실래예?
화끈한 주당 블로거 ‘반달곰’ 추천 <설악한우마을>


가평 언저리를 지나면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싶을 때 <설악한우마을>에 들러 갈비곰탕(1만원) 한 그릇 먹으면 딱 좋겠다. 갈비곰탕은 말 그대로 곰탕의 사골육수에, 갈비탕에 들어가는 갈빗대를 넣어 완성한 ‘절충형’ 탕반 메뉴다. 커다란 가마솥에서 장작불로 서너 번 우려낸 뽀얀 국물의 묵직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 여기에 실한 갈비 뜯는 재미까지 더하니 식성 좋은 남자 손님에게 특히 인기 있는 품목이다.


	설악한우마을 한우갈비곰탕
설악한우마을 한우갈비곰탕
우선 놀랄 만큼 양이 많다. 일반 뚝배기보다 두 배가량 큼직한 뚝배기에 한우고기와 갈비를 푸짐하게 담아낸다. ‘국물 반 고기 반’이다. 진정한 주당이라면 식사로 주문했다가 낮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소주 한 두병은 너끈히 비울 정도의 맛과 양이다.

고기는 주로 한우 양지와 사태 부위를 쓴다. 국밥에 들어갈 고기로는 비교적 지방이 적은 이 같은 부위가 좋다.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결대로 갈라지며 부드럽게 씹힌다. 갈비는 압력솥에서 40분간 충분히 삶아내 야들야들하고 촉촉하다.

갈비를 충분히 뜯고 난 후엔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깍두기나 갓김치를 올려먹으면 제대로 된 화룡점정. 밥은 일반 공깃밥 대신 즉석에서 1인분씩 지은 돌솥밥을 낸다. 쫀득하고 차진 밥맛이 아주 좋다.
주소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신천리 412-1 전화 (031)584-7444



2만5000원에 한우갈빗살도 먹고 대창도 먹고 육사시미도 먹고!
서민형 식도락가 ‘케케케’ 추천 <태백산>


인천의 한우전문점 <태백산>에서는 1++최상위 등급의 한우 갈빗살을 2만5000원(150g)에 맛볼 수 있다. 이 집 갈비가 맛있는 이유는 정갈한 고기 커팅 기술과 숙성, 국내산 참숯화로의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갈빗살 자체의 맛이다. 갈빗살은 마블링이 촘촘하고 지방질이 풍부해 부드럽고 고소한 풍미가 뛰어나다. 더구나 <태백산>은 갈비 부위 중에서도 고소한 늑간살 부분과 부드러운 꽃갈빗살 부분을 골고루 섞어서 내기 때문에 여느 한우집에서 내는 갈빗살 메뉴보다 맛이 풍부하다.


	태백산 육사시미와 한우갈빗살
태백산 육사시미(좌)와 한우갈빗살(우)
큼직한 참숯화로에 잘 구운 갈비 한 점을 먹고 있으면 주인장이 육사시미와 생간, 천엽을 가져다준다. 평일 저녁 한우를 주문하는 손님에게는 항시 내는 서비스 품목이다. 전라도 광주에서 당일 도축해 들여온 한우 생육사시미라 상당히 신선하다. 무엇보다 쫄깃쫄깃한 육질은 소주를 부른다. 미리 예약하면 양념육회까지 공짜로 맛볼 수 있다. 갈비가 조금 느끼해질 때쯤엔 양념대창을 내준다. 이것도 서비스다. 남은 술잔까지 맛깔나게 비우라는 주인장의 센스있는 배려다. 해파리냉채와 시원한 묵사발, 각종 샐러드와 김치, 장아찌 종류의 반찬들도 커다란 대접에 넉넉하게 담아준다.
주소 인천시 서구 왕길동 221-6 전화 (032)567-3392



자글자글 끓여먹는 전골식 한우불고기 잔치
소박하고 정겨운 맛집 찾아다니는 ‘아포리아’ 추천 <경성한우불고기>


	경성한우불고기의 한우불고기
경성한우불고기의 한우불고기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한우불고기를 먹을 수 있는 곳을 추천받아 인천까지 다녀왔다. 식도락가와 미식가들 사이에선 ‘홍어 골목’이라 불리는 곳에 위치한 자그마한 불고깃집이다. 보통 전골불고기는 한우식당에서 별미로 내거나 아줌마 손님을 잡기 위한 점심특선으로 구성하는 반면 이 집은 오로지 불고기만 메인으로 내세운다.

한우생불고기(200g 1만2000원)와 한우양념불고기(200g 1만1000원)는 각각 양도 푸짐하고 가격도 1만원대로 저렴하다. 생불고기는 신선한 한우고기의 식감과 풍미를 살리기 위해 양념을 최소화한다. 일본식 야키니쿠처럼 주문 시 즉석에서 양념에 살짝만 버무려 상에 낸다. 양파와 대파 등의 채소와 함께 돌판에 구워먹는 방식이고 국물이 적다. 적당히 심심하면서 깔끔한 맛에 술안주고 좋을 성 싶다.

한우양념불고기는 가족 단위로 방문했을 때 주문하기 좋은 메뉴다. 간장 양념에 6시간 이상 재기 때문에 생불고기보다 달착지근한 맛이 강하다. 간장 육수도 넉넉하게 들어가 진짜 전골식 불고기를 먹는 느낌이다. 쫄깃한 납작당면과 수제비도 푸짐하게 들어가 있어 특히 아이들이 좋아한다.
주소 인천시 남동구 만수6동 1024-13 전화 (032)461-9392


글/ 월간외식경영 황해원 외식·맛집 전문 기자
순대국밥, 해장국, 추어탕, 곰탕, 설렁탕 등의 탕반음식을 비롯해 한식을 사랑하는 외식전문기자. ‘애인은 떠나도 맛난 음식은 떠나지 않는다’, ‘인생은 짧고 맛난 요리는 많다’는 생각을 모토로 한 달에 한 번씩 전국 맛집 로드를 다닌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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