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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건강정보(잘못알고있는)

수면 중 욕설·주먹질하면… 뇌종양·치매가 원인일 수도

수면 중 욕설·주먹질하면… 뇌종양·치매가 원인일 수도

잠꼬대, 무심히 넘길 수 없는 이유
렘수면행동장애… 보통 잠꼬대와 다른 질환
스트레스·수면 습관뿐 아니라… 뇌질환 탓 뇌간 기능 이상
증상 심하면 정밀 검사 받고… 부상 안 당하게 방바닥서 자야

입력 : 2013.04.24 08:50

잠을 자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발길질을 하는 등 잠꼬대가 심하면 ‘렘수면행동장애’일 가능성이 크다. ‘뇌 질환’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에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초등학생이었던 김모(8)군은 건강했지만 잠 잘 때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크게 웃는 일이 많았다. 부모님은 아들이 잠꼬대가 좀 심하다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갔다. 한 달이 지나자 김군은 자면서 발길질을 하고 침대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이와 함께 말투가 어눌해졌고 음식물을 잘 삼키지 못했다.

그제야 심각성을 느낀 김군의 부모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받게 했다. 검사 결과 김군의 잠꼬대는 렘수면행동장애 때문이었다. 원인 분석을 위해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했더니 뇌에서 종양이 발견됐다. 안타깝게도 김군은 투병을 하다 몇 해 전 세상을 떴다.

김군처럼 잠을 자다가 소리를 지르거나 발길질을 하는 등 잠꼬대의 정도가 심하다면 렘수면행동장애일 가능성이 크다. 사람이 잠을 잘 때 안구 운동 유무, 근육이 마비되는지 여부에 따라 렘수면과 비렘수면으로 나타난다. 렘수면 상태 때는 안구를 움직이면서 꿈을 꾸고, 비렘수면 때는 안구가 움직이지 않고 꿈도 꾸지 않는다. 보통 90~120분 주기로 렘수면·비렘수면이 반복된다.

통상적으로 잠이 들면 비렘수면으로 접어들고 90분이 지나면 안구는 움직이지만, 호흡을 제외한 나머지 근육은 마비되는 렘수면 상태가 된다. 렘수면행동장애가 있으면 근육이 마비되지 않기 때문에 꿈 속 행동을 실제로 하게 된다. 싸움을 하거나 절벽에서 떨어지는 등 꿈 속 상황을 그대로 옮기기 때문에 본인이나 주변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

렘수면행동장애는 스트레스, 음주, 불규칙한 수면 습관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 들어 뇌종양, 치매, 파킨슨병 등의 뇌 질환이 원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수면센터 이향운 교수는 "렘수면행동장애는 뇌종양 등 뇌질환의 초기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뇌질환이 뇌간 부위 기능에 이상을 초래해 수면장애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캐나다 맥길대 연구팀이 12년 동안 렘수면행동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 93명을 조사, 52.4%가 치매·파킨슨병 등의 퇴행성 신경질환으로 발전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환자들은 평소 수면 중 갑자기 일어나 소리를 지르고 표정이 경직되는 증세를 보였다"며 "뇌신경세포의 파괴로 수면장애가 일어나고 이것이 치매·파킨슨병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잠꼬대는 수면 중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향운 교수는 "잠을 자다가 새벽에 소리를 지르거나, 주먹질을 하거나, 욕설을 하면 단순 잠꼬대가 아닌 렘수면행동장애를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런 증세가 2회 이상 나타나면 곧바로 병원에 가서 야간수면다원검사 등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향운 교수는 또 "이들이 수면 중 과격한 행동을 하다 다치지 않도록 깨지기 쉬운 물건 등을 침실에서 없애고, 떨어지면 부상을 당하기 쉬우므로 침대보다는 방바닥에서 자도록 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조우상 헬스조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