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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건강정보(잘못알고있는)

미세먼지, 폐뿐 아니라 뇌·심장도 공격한다

미세먼지, 폐뿐 아니라 뇌·심장도 공격한다

산모 마시면 태아 성장 저해, 산화 스트레스로 심장 이상… 뇌신경 다쳐 치매 가속화

입력 : 2013.04.17 09:17

미세먼지는 호흡기를 통해 혈액까지 침투, 부정맥을 일으키고 뇌 신경 등을 손상시킨다. 임신부가 과도한 미세먼지를 흡입하면, 태반을 통한 혈액 공급이 잘 안돼 태아 성장이 저하된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미세먼지가 폐, 호흡기, 피부, 눈 뿐 아니라 온 몸의 세포를 손상시키고 심장, 뇌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임신부가 고농도의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태아가 성장하지 않고, 태어난 아이의 지능이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미세먼지 많은 대도시의 아이, 지능 나빠

미세먼지는 태아 성장과 지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화여대의전원 예방의학교실 하은희 교수팀이 2006~2010년 서울, 울산, 천안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산모 658명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농도에 따른 태아와 태어난 아이들의 성장 상태를 장기간 분석했다.

각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서울→울산→천안 순으로 높았다. 각 지역별 산모의 태아 초음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산모의 태아 두정골(뒤통수 부분을 덮고 있는 뼈) 지름과 허벅지 길이가 천안에 비해 각각 0.09㎝, 0.01㎝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은희 교수는 "미세먼지가 산모의 몸 속으로 들어가 염증을 유발하고 혈액을 끈적거리게 만들어 태반을 통한 태아의 영양공급을 방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 지역 산모에서 태어난 생후 12개월 아이의 인지능력(말하기, 듣기 등)과 동작성도 천안, 울산에서 태어난 아이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 교수는 "미세먼지 속 유해물질이 태반을 통해 태아의 뇌 성장·발달을 저해했기 때문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칼슘 대사 방해해 부정맥 유발

미세먼지는 세포와 닿으면 산화 스트레스도 발생시킨다. 산화스트레스는 세포를 손상시키고, 세포 대사 이상을 유발한다. 세브란스 심장내과 정보영 교수팀이 쥐 110마리의 혈액 속에 고농도의 미세먼지(200㎍/mL)를 주입했더니 혈액 속 산화 스트레스 농도가 39% 증가했다. 이에 따라 세포 속에 칼슘이 과도하게 많아지는 등 칼슘 대사 장애가 발생, 부정맥(심장박동이 불규칙한 병)이 생겼다. 정 교수는 "미세먼지가 어떻게 부정맥을 유발하는지 보여주는 연구"라고 말했다.

인체 연구도 있다. 작년 캐나다 토론토종합병원 심장내과 연구팀이 건강한 성인 25명을 선정, 고농도의 미세먼지(150㎍/㎥)를 주입한 밀폐 공간에 2시간 동안 머물게 한 뒤 심전도 검사를 한 결과,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김현국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뇌 기능 떨어뜨려 치매 위험

미세먼지는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 뇌는 미세먼지와 같은 유해물질이 침투하기 가장 어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혈액이 뇌 조직으로 들어갈 때 유해물질을 걸러내는 장벽(혈액-뇌장벽·BBB)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영 교수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이 장벽을 뚫고 뇌로 직접 침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최근 동물실험에서 밝혀졌다. 미세먼지가 뇌 속으로 들어가면 염증반응이 일어나고 혈전이 생겨 뇌졸중이 유발될 수 있다.

신경세포 손상으로 인지기능도 떨어진다. 2012년 미국 러쉬대학병원 연구팀이 1만94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곳에 사는 사람일수록 뇌 인지기능 퇴화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노인의 경우 인지기능이 떨어지면 치매로 갈 위험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눈에 안 보이는 지름 10㎛ 이하(머리카락 굵기의 최대 7~8분의 1)의 작은 먼지로, 황산염, 질산염 등과 같은 독성물질이 들어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만성질환자, 고령자, 어린이는 미세먼지 농도가 30㎍/㎥을 넘으면 기침, 안구 따가움, 피부 트러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건강한 성인은 미세먼지 농도가 120㎍/㎥으면 폐·기도 세포 염증이 나타난다. 2011년 서울의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47㎍/㎥였다.
미세먼지보다 입자가 작은(지름 2.5㎛ 이하) 초미세먼지는 인체에 더 잘 침투하고, 건강에도 더 해롭다. 2012년 수도권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5.2㎍/㎥였다.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조우상 헬스조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