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KAL기 폭파범 김현희

방송3사 돌아가며 김현희 의혹설… '시나리오' 있었나

방송3사 돌아가며 김현희 의혹설… '시나리오' 있었나

  • 전현석 기자

    입력 : 2012.06.25 03:07

    MBC 보도 11일 만에 SBS도 똑같은 주장 되풀이… KBS는 2부작으로 다뤄
    "남북정상회담 추진하던 盧정부의 대북 선물" 주장도… 새누리 특위서 조사할 듯
    2003.11.18 - MBC PD수첩
    2003.11.29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2004.05.22~23 - KBS 일요스페셜
    6개월 뒤 - 국정원 재조사 착수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범 김현희씨가 최근 TV 조선에 나와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자신을 가짜로 몰려고 했다고 폭로했다. 김씨는 줄곧 이런 움직임의 한복판에 MBC·SBS· KBS 등 공중파 3사가 있다는 얘기를 해 왔다.

    MBC 보도 11일 만에 SBS도

    2003년 11월 18일 MBC PD수첩은 '16년간의 의혹, KAL 폭파범 김현희의 진실'을 보도했다. 천주교 인권위원회와 정의구현 사제단 소속 115인의 신부가 '김현희 KAL 858기 조작의혹사건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지 15일 만이었다.

    사제단은 당시 △김현희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그 어떤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 가짜이고 △KAL 858기가 폭파되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전면 재조사를 요구했다.

    MBC PD수첩은 이 기자회견 내용을 소개하며 "'김현희는 가짜다'라는 의혹이 타당하다면 전면 재조사를 통해서라도 의혹을 속 시원히 풀어주는 것이 국가의 당연한 몫"이라고 했다.

    같은 달 29일엔 SBS의 간판 프로그램이었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16년간의 의혹과 진실'이란 타이틀로 이 사건을 다뤘다. 방송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한 공중파 시사 프로그램에서 같은 사건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거의 동시에 다룬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KBS는 이듬해인 2004년 5월 '일요스페셜'을 통해 '폭파, 진실은 무엇인가' '김현희와 김승일-의문의 행적'을 이틀에 걸쳐 보도했다.

    6개월 뒤인 2004년 11월 2일 국가정보원은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진실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여기서 다룰 주요 사안 중에 KAL 858기 폭파사건을 집어넣었다. 14년 전인 1990년 3월 대법원이 KAL 폭파범 김현희씨에게 최종 사형 확정 판결을 내렸는데도 공중파 방송 3사의 잇따른 보도 이후 정부 차원의 진실 규명 조사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이에 대해 안기부 제1특보를 지낸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는 24일 본지 인터뷰에서 "KAL기 사건 재조사를 위해 (권력)상층부가 민간단체와 언론을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최근 국회가 개원(開院)하면 "국회 또는 당 차원에서 '가짜 김현희 만들기 진상조사 특위'를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현희 진상조사 특위'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의혹이 당시 천주교 일부 신부들과 공중파 방송사의 잇단 의혹 제기, 국가차원의 진상 재조사가 이뤄지는 배후가 무엇인지를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0년 7월 21일, KAL기 폭파범 김현희씨와 북한에 의해 납치된 일본인 메구미씨의 어머니 사키에 여사가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 당시 면담은 일본 나가노현에 있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 별장에서 진행됐다. /AP
    김현희 거주지 노출시켜

    MBC PD수첩은 인터뷰를 거부하는 김현희씨의 거주지를 촬영해 노출시키기도 했다. 황장엽 노동당 총비서, 이한영(김정일 처조카)씨 등과 함께 최고 보안(保安) 사항으로 꼽혔던 김씨 집 주소를 언론이 알아내고 취재에 나섰고, 거주지를 사실상 공개해 버린 것이다. 김현희씨는 "방송 3사가 집주변을 집중 취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본지 인터뷰에서 "국정원에서 정보를 흘려준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며 "(김대중 정부의 국정원에서)PD수첩 등에 촬영하라고 강요한 뒤 자기들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고 거주지를 노출해 버렸다"고 했다.

    이에 대해 당시 MBC PD 수첩을 만들었던 최모 PD(현 MBC 계열사 사장)는 이날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겠다"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2004년 일요스페셜 2부작으로 KAL기 폭파 의혹사건을 제작했던 KBS 류모 PD는 "원래 KAL기 사건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기 때문에 취재를 시작한 것"이라며 "여전히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했다.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 선물?"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원의 일부 조직이 나서서 KAL기 사건에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이동복 대표는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던 당시 노무현 정부가 북측에 선물을 주려 한 것 아니냐"고 했다. 미국은 KAL기 폭파 사건 직후인 1988년 1월 20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한 전직 외교관은 "우리나라에서 KAL기 폭파 의혹이 일면 일수록 북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을 것이고, 남북정상회담에도 긍정적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말했다.

    PD수첩서 "김현희 가짜" 주장했던 이는 이정희(진보당 前대표) 남편

  • 조백건 기자

    입력 : 2012.06.25 03:07 | 수정 : 2012.06.26 08:15

    심재환 변호사는 여전히 "책 보면 가짜 바로 알아"

    심재환 변호사. /연합뉴스
    2003년 MBC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KAL기 폭파범 김현희는 완전히 가짜다"라고 말했던 심재환 변호사는 24일 1987년 대한항공(KAL) 858기를 폭파한 김현희씨가 여전히 '가짜 범인'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심씨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폭파 사건) 관련 서적이 현재 많이 나와 있다. 관련 서적을 쭉 보시면 (김현희씨가) 가짜라는 것을 바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성호 스님이 "김현희 가짜 설(說)은 국가적 혼란을 부추기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반국가적 행위"라며 그를 검찰에 고발한 것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나를 부를지 모르겠는데, 내가 10년 만에 이 사건에 관해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도 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대표의 남편인 심 변호사는 지난 3월에도 라디오에 출연해 "저는 당시에 가졌던 판단을 바꿀 이유를 아직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었다.

    KAL기 폭파 진상규명대책위원회의 자문변호사를 맡았던 그는 2003년 PD수첩에 출연해 "(김현희) 이건 어디서 데려왔는지 모르지만, 절대로 북한 공작원이나 북한에서 파견한 공작원이 아니라고 우리는 단정 짓는다"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