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4.18 17:18
시세가 6억4000만원 정도인데 5억9000만원에 낮춰 계약서를 쓰면 사겠다는 제안이었다. 차액은 따로 현금으로 받는 조건. 매수자에게 영문을 묻자, 돌아온 답은 “양도소득세 면제를 받기 위해 6억원 이하 조건을 맞춰달라는 것”이었다.
매수자 측은 “어차피 계약서를 낮게 쓰면 파는 쪽에서도 그만큼 양도차익이 낮아 양도세를 줄일 수 있지 않느냐”며 “이사비 명목으로 500만원을 더 얹어 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송씨는 “5000만원 정도 차이면 급매물로 처분했다고 소명해도 적발될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걱정할 것 없다”는 매수자의 말에 500만원을 더 받고 다운계약서를 써줄지 고민중이다.
- ▲ 한 공인중개소 앞에 매물 전단지 들이 붙어있다/조선일보 아카이브
정부도 세금 포탈을 노린 불법 매매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불시 집중단속 등에 나서기로 했다.
◆ 다운계약서 관행 다시 번지나
다운계약서란 실제로 집을 사고파는 가격보다 실거래가를 낮게 신고하는 것을 말한다. 주택 거래 시 각종 세금은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매도자와 매수자는 각각 양도세와 취득세를 실제보다 덜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5년 전에 10억원에 산 아파트를 15억원에 팔았다면 집을 판 사람은 양도차액 5억원에 대해 양도세를 내야 한다. 그런데 13억원에 집을 팔았다고 신고하면 차익 3억원에 대한 세금만 내면 된다.
집을 사는 사람도 이익이다. 85㎡ 이하 주택을 5억원에 샀다고 신고하면 내야 하는 취득세는 550만원이다. 7억원으로 신고하면 770만원을 내야 한다. 200만원 이상 돈을 아낄 수 있다.
최근 정부가 4·1 종합대책으로 아파트 값이 ‘6억원 이하’ 인 경우 5년간 양도세를 면제해주기로 하면서 다운계약서가 다시 들불처럼 번질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6억2000만원에 샀다고 신고하면 5년 뒤 집을 되팔 때 양도세를 내야 하지만 6억원으로 매매 신고를 하면 5년 뒤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집주인도 2000만원가량을 낮게 거래했다고 신고하고 따로 뒷돈을 받을 경우 양도세를 줄일 수 있다.
- ▲ 가락시영아파트 모습/조선일보 아카이브
◆ “단속만으로는 잡아내기 쉽지 않아”
다운계약에 대해서는 강한 처벌 규정이 있지만 사실상 단속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공인중개업자가 맘먹고 장부를 완벽히 숨기고 매수자와 매도자가 말을 잘 맞추면 사실상 단속이 어렵다”고 말했다.
주로 적발되는 경우는 다운계약으로 집을 산 매수자가 나중에 집을 팔 때 양도차액이 커져 이를 줄이기 위해 과거 다운계약 사실을 밝히면서다.
또 정부 단속반이 공인중개소를 불시 단속해 이중계약서나 이중장부 등을 발견하는 경우 발각되기도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4·1 대책과 관련해 다운계약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단속을 강화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거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불시 현장 점검에 나서거나 지자체 등과 합동 단속반을 꾸려 집중 단속에도 나서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다운계약서 작성 중개사 자격 박탈”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경우 매수자와 매도자뿐 아니라 거래를 이어준 공인중개업자도 처벌을 받는다. 5년 이내의 거래까지 소급해 처벌할 수 있다.
실거래가를 낮춰서 신고한 매수자는 양도세 포탈혐의로, 매도자는 취득세 포탈 혐의로 각각 국세청을 통해 세무조사를 받는다. 특히 4·1 대책처럼 양도세 비과세 감면에서도 배제될 수 있다. 산출된 세액의 40%는 가산해서 지급해야 한다.
공인중개사의 경우 자격이 박탈되고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송파구 문정동 B공인 관계자는 “4·1 대책으로 다운 계약서가 나올 가능성이 많다”며 “특히 6억원대 거래 물건인 경우에는 급매물로 처리했다는 해명도 가능해 다운계약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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