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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20% 확 낮추겠다" 국민석유, 정말 가능한 겁니까?

"기름값 20% 확 낮추겠다" 국민석유, 정말 가능한 겁니까?

입력 : 2013.04.04 22:52

[6월부터 판매 '국민석유' 중간 점검… 일반인들 1200억 약정]

- 두달 뒤, 리터당 200원 싸게
원유에 마진 40원만 붙는 셈… 2~3년 뒤엔 20% 싸게 판매
업계에선 "그 가격은 불가능, 그런 싼 기름 어디서 구하나"

- 정유공장도 세운다는데…
공장 세우는데 2조5000억, 건설 자금 조달에 난항 예상

- 정부 지원, 불가능한가
"유공처럼 정부가 도와달라" 국민석유에선 요구하지만 정부 지분출자 현재는 어려워

"일반 주유소보다 20% 싼 기름을 내놓겠다."

기름값을 확 낮추겠다는 목표를 내건 국민석유 주식회사가 지난달 21일 발기인 대회를 열고 창립을 선언했다. 작년 6월 설립준비위원회가 출범한 지 9개월 만이다. 지난 28일엔 설립 등기도 마쳤다.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대표인 국민석유는 지난해 지역 준비위를 꾸리고 일반인들로부터 인터넷 약정을 받았다. 현재 약정 규모는 1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석유 관계자는 4일 "이달 중순쯤 금융감독원에 증자 신청을 하고, 5월 말쯤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민석유, "2~3년 후 20% 싼 휘발유 공급"

국민석유는 석유 수입부터 시작, 2~3년 후 정유 공장을 지어 값싼 휘발유와 경유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본래 처음부터 값싼 원유를 들여와 정제해 공급하겠다고 했으나 자금 유치 등을 고려해 단계별 확대로 방향을 틀었다.

올 6월부터 1단계로 전국 주유소 50곳을 통해 리터(L)당 200원 싼 가격에 휘발유와 경유를 판매하고, 2단계로 반제품을 수입해 국내에서 가공을 거쳐 가격을 더 낮추겠다는 것이다. 마지막 3단계로 정유 공장을 지어 지금보다 L당 20%가량 싼 1600원 선에서 휘발유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주유소 네트워크도 올해 100개를 확보한 뒤 2015년까지 300개로 늘린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2015년엔 매출 5조원 이상, 순이익 3000억원을 올리는 규모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대체 이게 가능한 것일까? 국민석유 측은 "정부와 정치권, 정유사의 담합으로 높은 기름 값이 형성된 만큼 도입 원가와 유통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향후 정유 공장을 돌릴 때도 국내 기업들이 주로 도입하는 중동산 대신 시베리아와 캐나다산 원유를 도입하면 단가와 운송비를 줄여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말한다. 보통 4~5년이 걸리는 정유 공장 건설도 시간을 최대한 줄이면 2~3년이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학계와 업계, "현실성 떨어진다"

하지만 학계와 업계에선 '현실성이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1단계로 L당 200원 싼 석유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모든 단계의 마진을 포기해도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라는 지적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보통 휘발유의 주유소 판매 가격은 1952.5원. 여기서 200원을 낮추려면 주유소 마진과 인건비 등 유통 비용 75원을 모두 없애고, 922원인 정유사 공급 가격을 800원 수준까지 떨어뜨려야 한다. 원유 가격이 L당 760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이 가격을 맞출 수 있는 휘발유를 국제시장에서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대욱 숭실대 교수(경제학)는 "싼 기름을 한두 번은 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주유소 네크워크 확보도 기존 정유사들의 견제가 심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설령 계획대로 석유 제품을 싸게 수입하고, 주유소를 확보한다고 해도 정유 공장 건설이란 최종 목표는 벽에 막힐 것이란 관측이 많다. 2010년 대림산업이 사우디 아람코로부터 수주한 하루 40만배럴의 원유를 처리하기 위한 정유 공장 건설 비용은 100억달러(약 11조2360억원)였다. 이를 근거로 보면 국민석유가 추진 중인 정유 공장(10만배럴 규모)을 지으려면 2조5000억원 이상이 든다는 계산이다. 업계에선 국민석유 측이 그 정도 자금을 모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정책 자금을 지원받는 것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국민석유 측은 과거 SK에너지(옛 유공) 등이 정유사업에 진출할 때 정부가 지원한 것과 같은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고위 관료를 지낸 한 인사는 "이명박 정부 때 석유공사가 석유 유통업에 직접 진출하려는 방안을 검토했었지만 불공정 경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아 무산됐다"며 "정부가 지분을 출자하거나 보조금을 주는 것은 요즘 분위기엔 쉽지 않다"고 했다.

공장 부지를 확보할 수 있느냐도 관심거리다. 업계에선 울산과 여수, 대산 등 기존 석유화학단지들이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부지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국민석유 측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하고 있다고 했으나 아직 가시화된 곳은 없다.

국민석유가 본사를 세운 충남 천안은 내륙이라 정유 공장 입지로는 부적절한 곳이다. 국민석유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장 부지가 있는 지자체에서 회사 설립 등기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천안시 관계자는 "공장 설립과 관련해 아는 게 없다"고 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과)는 "휘발유와 경유를 취급하려면 상당한 기반 시설이 필요하다"며 "소규모인 국민석유회사가 싼값에 기름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국민석유

휘발유 등 석유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싼값에 공급하자는 취지에서 세운 회사. 작년 6월 설립준비위원회를 구성, 지난 28일 법인을 설립했다.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표이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