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3.31 13:03
한화 김응용 감독이 덕아웃에서 경기를 보면서 껌을 씹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3.30/

"언제부터 껌을 씹었냐"고 물었다. 그는 "예전에는 안 씹었는데 씹기 시작했다. 롯데를 씹을려고 씹는다. 이거 롯데 껌이다"라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듣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웃음보가 빵 터졌다.
김응용 감독은 2004시즌을 끝으로 현장 지휘봉을 놓았다가 지난해말 한화 사령탑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30일 롯데전부터 9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왔다. 한화는 개막전에서 다잡았던 승리를 놓쳤다. 8회까지 5-4로 이기고 있다가 9회말 마지막 수비에서 마무리 안승민이 무너져 5대6으로 역전패했다. 경기전 김 감독은 5점을 내면 한화가 승리할 수 있다고 예상했었다. 그 말 대로 경기가 흘러가다 막판에서 뒤집어진 것이다.
김 감독에 앞서 껌씹는 것으로 유명한 지도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72)이다. 퍼거슨과 김응용은 공교롭게 1941년생으로 동갑이다. 퍼거슨 감독은 경기가 잘 안 풀릴 때 껌씹는 속도가 빨라진다. 그가 밝힌 껌씹는 이유는 껌을 씹으면 작전 구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정신을 집중하고 어떻게 경기 분위기를 전환할 지를 정리하는 것이다.
김 감독도 퍼거슨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껌을 씹으면 긴장이 풀리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김 감독과 일을 해본 야구인들은 김응용은 덩치가 산만해 겉으로 강해보여도 속이 무척 여린 사람이라고 말한다. 밖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아도 개막전 같은 경기에선 무척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했다. 30일 한화전은 김 감독이 정말 오랜만에 정규시즌에서 벤치에 앉은 경기였다. 마침 그 상대가 롯데였다. 껌과 롯데가 공교롭게 연관이 돼 있었다.
김 감독은 과거 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 한화는 과거 김 감독이 이끌었던 해태(현 KIA) 삼성 보다 전력이 떨어진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한화를 NC와 함께 꼴찌 후보로 꼽고 있다.
김 감독은 말수가 적다. 원래 그랬다. 그런데 짧게 툭툭 던지는 말에 위트가 넘친다. 롯데를 씹으려고 껌을 씹는다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과거 야구팬들은 상대가 두산 베어스일 때는 곰탕을 먹고 갔고, 한화 이글스와 싸울 때는 일부러 닭고기를 먹고 간다는 얘기가 있었다. 롯데제과를 대표했던 게 롯데껌인 것 처럼 두산은 곰, 한화는 독수리이기 때문에 같은 조류인 닭을 갖다 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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