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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재/ 세계정세

[아시안 리더쉽 콘퍼런스] “세계의 중심, 태평양으로 옮겨져”

[아시안 리더쉽 콘퍼런스] “세계의 중심, 태평양으로 옮겨져”

조선일보 주최로 3월 3일부터 이틀간 열린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에는 아태 지역의 국가 지도자와 대표적 기업인이 한자리에 모여 아시아의 공동 번영을 모색하고 대책을 제시했다. 콘퍼런스에는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 짐 볼저 전 뉴질랜드 총리, 옹켕용 아세안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주요 참석자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과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의 연설 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자본 시대 가고 경영 시대 온다”


세계 무대의 중심이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맥락에서 말하겠습니다. 기술변화에 대해서 한마디 하면, 새로운 유형의 인간을 창조해내고 있습니다.

19세기에 중시된 것은 자본의 소유권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됩니다. 경영은 다른 유형의 자산입니다.

현재 전인류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는 핵무기의 확산입니다. 과거에는 핵무기 기술이 여러 국가로 파급될 줄은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북한이 핵무기를 추진하게 됐습니다. 이런 결과로 위험에 처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게 됨으로써 다른 국가도 이를 보유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세계가 핵무기 확산을 통제해야 합니다.

북핵 6자회담은 계속 지속돼야 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토론하고 협상할 대안이 없기 때문에 다시 6자회담이 재개될 것입니다. 북핵 해결이라는 공통의 목적은 우리 앞에 있는데, 이 책임은 일본 중국 등 모든 국가가 공유하고 있는 사안입니다. 공동의 접근법을 통해서 해결해야 하고, 모든 참여자를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동시에 이 문제를 무조건 지연시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미국의 일각에서는 중국을 ‘새로운 소련’으로 보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전에 소련이 있던 자리에 중국을 끼워넣으려고 합니다. 과거 미·소 간 대립관계를 중국과의 대립관계로 대체하려는 시각도 있습니다. 만약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면 중국과 미국 모두 실패하게 됩니다. 평화적인 경쟁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관계자들이 함께 협력해야 합니다. 국제관계에서는 모두가 합의를 이루는 것이 필요합니다. 중국이 주변 상황에 맞춰 자신의 힘을 조절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향후 10, 20년 후의 세상을 내다볼 때 인정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세계화가 편리함을 가져다 주지만 동시에 모든 나라에 같은 혜택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세계화에서 자신이 상대적으로 열등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국가는 자신에게 자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국제적인 시스템의 잘못인지, 아니면 스스로 간과한 어떤 다른 이유 때문인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오늘날의 국가는 다른 국가의 협조와 협력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역사상 협력관계가 없었던 곳과도 말입니다. 세계 여러 곳을 살펴볼 때 국가마다 태도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세계 여러 국가를 돌아다니면서 미국 정책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 중에는 미국은 신중하게 개발한 마스터플랜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미국은 이 마스터플랜을 개발해서, 이를 이행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미국이 이 정도로 똑똑했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1세대 동안은 미국이 아주 강력했기에 미국은 외교를 국내 정책처럼 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한국을 비롯,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해보십시오. 미국의 참여가 상당히 중요했다는 데 공감할 것입니다. 만약 세계적 합의가 없다면 여러 국가가 나름대로의 목표를 개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여러가지 마찰이 발생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평화와 진전을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말입니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

“힘은 국가를 잘 관리했을 때 나오는 것”


지도자는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합니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현대 역사를 보십시오. 이들 국가는 지도자 때문에 초기에는 흥행했지만 파멸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는 지도자를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올바른 지도자를 선택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유권자가 반드시 후보의 자질만을 보고 선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종, 사상, 신념 때문에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또 잘못된 정보에 의해서 선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증오와 공포를 퍼뜨리는 어떤 선전 때문에 선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고의 자질을 갖고 있는 후보자가 반드시 선택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사악하고, 영악한 지도자가 승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재임기간 중 지도자는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계발할 시간을 갖지 못합니다. 모든 제도를 숙지하는 데 1년이 걸립니다. 정책을 결정하고, 향후 방향을 설정하는 데 2년이 걸립니다. 정책을 이행할 때는 재선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결국 단임제라면 임기말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단임제로 선출되는 지도자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말레이시아는 의회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고안한 정책을 이행할 수 있습니다.

국민이 선택한 정부만이 정부의 역할을 대신해서 통치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끊임없는 논란으로 정책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떤 우수한 정책도 실효를 거두지 못합니다.

과거 유럽은 우리를 식민지화하고 독점하려 했습니다. 오늘날까지도 유럽식 시스템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국제 금융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합니다. 환투기자들이 공격했을 때 이에 대응을 했습니다. 힘은 총구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잘 관리했을 때 나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위기를 잘 극복했습니다. 외부에서는 말레이시아에 족벌주의가 있다고 하나 우리는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런 위기가 닥쳤을 때, 안정적인 정치환경을 갖고 있었습니다. 또 위기관리팀을 만들어 시정조치를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인해서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빨리 재기할 수 있었습니다.

▲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3월3일 열린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 개막 세션 장면. 글로벌 리더들이 나란히 ?은 단상 테이블 양쪽으로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의 연설 모습이 스크린에 비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단순히 성장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이를 창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북남 관통도로를 건설했습니다. 건설 당시에는 필요가 없었지만 개통하자마자 산업공단이 생겨났습니다. 고속도로를 활용해서 항만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수요가 창출됐습니다. 다른 산업 발전의 촉매역할을 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그동안 열등감에 시달렸습니다. 그 전에는 싱가포르를 통해서 무역을 했습니다. 많은 혜택을 싱가포르가 가져갔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기업인, 장관을 묶어서 해외에 가서 교역하는 것을 공부하도록 했습니다. 이런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서 독특한 과제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말레이시아 기업은 외국으로 많이 진출했습니다.

좋은 구조를 만들고 이 구조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지도자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지도자만으로는 안됩니다. 국민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도자가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지도자 혼자서 공(功)을 독차지해서는 안됩니다. 국민에게 공을 돌려야 합니다. 이것이 말레이시아의 경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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