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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재/ 세계정세

[제4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재벌 놓고 '황금알 거위' 對 '문어발 독점'… 토론배틀(battle), 50대50 무승부

[제4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재벌 놓고 '황금알 거위' 對 '문어발 독점'… 토론배틀(battle), 50대50 무승부

  •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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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3.27 03:10

    [아시아의 새로운 과제: 착한 성장, 똑똑한 복지]
    [Chosun Debate] 세션 4. 한국의 재벌규제 필요한가… 국내외 교수들 '2대2 맞짱 토론'
    처음엔 '재벌 규제팀'이 53대47로 앞서… 1시간 토론후 최종투표선 극적인 동점

    '재벌 옹호팀' 좌승희·아미트 - "재벌이 기술·인력 개발 주도
    황금알 낳는 거위 왜 죽이나… 자칫 한국경제에 살충제 될 것"
    '재벌 규제팀' 장하성·야페 - "일감 몰아주기·政經유착 폐해…
    시골서 벼농사 짓는 地主가 정미소·쌀집·여관 만들면 되나"

    "바뀌었어요! 작은 차이지만. 시작할 때 '재벌을 규제해야 한다'에 좀 더 힘을 실어주셨던 분들의 마음이 조금 바뀌었군요. 50대50! 이보다 더 팽팽할 수 없습니다."

    관심이 쏠렸던 콘퍼런스 4세션의 '재벌 디베이트(토론)'가 끝난 뒤, 청중들이 참여한 앱퍼런스(app-ference) 투표 결과를 바라본 짐 클랜시 CNN 앵커의 목소리가 행사장 장내를 뒤덮었다.

    디베이트가 시작할 때만 해도 청중 투표는 53대47로 '재벌을 규제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좌승희·아미트 對 장하성·야페… '재벌규제' 놓고 불꽃튀는 舌戰… 제4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첫날인 26일 열린‘4세션: 재벌 규제,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에서는 재벌 옹호 입장인 라파엘 아미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 좌승희 서울대 경제학부 겸임교수 팀(왼쪽)과 재벌 규제 입장인 이샤이 야페 이스라엘 히브리대 경영대학장,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수 팀이 2대2 태그매치 방식의 조선디베이트에 나와 불꽃 튀는 설전을 벌였다. /오종찬 기자

    좌승희 서울대 경제학부 겸임교수와 라파엘 아미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 등 재벌 옹호팀 대표연사는 자기편 숫자를 더 늘리기 위해 상대를 공략했고, '승기'를 잡은 듯한 재벌 규제팀의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이샤이 야페 이스라엘 히브리대 경영대학장도 치열한 방어전에 공격까지 더했다.

    난타전이 이어지고 최종투표를 하기 전인 세션 막바지, 장하성 교수는 "새로운 재벌 성공 신화가 나와야 한다는 데에 절대 동의한다"고 했다. 재벌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냐, '착한 성장의 걸림돌'이냐 하는 데에 대해선 마지막까지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새로운 재벌 개혁을 통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필요성에 대해선 뜻을 같이한 것이다.

    ◇한국 발전 원동력 vs 삼성 공화국

    먼저 포문을 연 건 재벌 옹호팀의 아미트 교수였다. 그는 "2008년 경제 위기 때 한국 재벌의 성장률은 한국 평균 기업의 성장률보다 높았고, 기술 변화와 인적 자원 개발을 주도한 게 재벌"이라며 "재벌을 과도하게 규제하면 한국 경제에 살충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하성 교수는 즉각 반박했다. 장 교수는 "삼성 패밀리는 1%도 안 되는 지분을 갖고선 거대 그룹을 '컨트롤'하고 있다"며 "시골에서 벼농사 짓는 지주가 쌀 도정하기 위해 정미소 만들고, 쌀가게, 여관, 택시회사, 학교까지 만들면 그 집은 효율적인지 몰라도 동네 사람과 사회까지 효율적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 "무차별적 사업 다각화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장 교수와 같은 재벌 규제팀의 야페 교수도 거들었다. 그는 "권력 남용, 일감 몰아주기, 정경(政經) 유착 등 재벌 부작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황금알 낳는 거위 vs 착한 성장의 걸림돌

    처음엔 '교수님'답게 자신의 의견을 조용하게 밝히던 이들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졌다. "재벌 부작용이 심하다고 하면서 투자자들은 왜 재벌 주식을 매각하지 않는가"(아미트), "대체 삼성 자회사가 몇 개인진 제대로 알고 있는가"(장하성) 등 상대를 향한 송곳 질문이 이어졌다.

    토론이 치열해지고 언성이 높아지자 짐 클랜시 CNN 앵커는 자제를 시킨 뒤 "재벌을 규제하려면 대체 얼마나 해야 하는가"라며 즉답을 구했다.

    이에 야페 교수는 "삼성처럼 호텔·요식업까지 소유한 재벌 기업이 너무 많은 경제 분야를 지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아미트 교수는 "독점을 규제하는 반(反)독점법을 잘 집행하면 되는데,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일 필요는 없다"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좌승희 교수는 "재벌을 규제하면 국민이 행복해진다는 것은 정치적인 최면일 뿐"이라면서 "제2, 제3의 삼성을 만들어야지 규제만 하면 결국 또다른 독과점을 낳을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장하성 교수는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원)가 59개국을 조사했는데, 한국의 대기업 효율성은 최상층인 반면 중소기업 효율성은 하위권이었다"며 "양측의 효율성 차이가 59개국 중 꼴찌인데, 이런 국가는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