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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치(국회)

[사설] 이러다 진짜 나라의 위기 온다

[사설] 이러다 진짜 나라의 위기 온다

    입력 : 2013.03.11 02:27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장관 17명 중 13명만 우선 임명한다.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오늘로 2주다. 새 정부 초기다운 의욕과 활력은 보이지 않고, 내각의 비정상 출발만이 뉴스가 되고 있다. 이런데도 여야는 지난 주말 정부조직법 협상 테이블에 제대로 마주 앉지도 않았다. 나라가 처한 상황이 어떤지 제정신을 갖고 한 번만 돌아보아도 이럴 수는 없다.

    북한은 오늘을 기해 정전(停戰)협정을 백지화하고 남북 불가침 합의도 파기하겠다고 했다. 전쟁 상태 중단을 전쟁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협박이다. 오늘부터 한·미는 키리졸브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북한도 육·해·공이 총동원된 국가급 훈련을 한다고 한다. 정부는 북한이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도발을 저지르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안보팀은 사실상 24시간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쉽게 말해 지금은 국가적으로 비상 상황이다.

    유엔의 대북 제재는 막 가동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외교·안보 진영이 새로 짜였고, 중국에선 시진핑 신임 국가주석 체제가 정식 출범했다. 그런데도 우리 외교·안보팀은 오늘에야 겨우 자기 자리에 앉아보게 됐다. 그나마 사령탑인 청와대 안보실은 여전히 공중에 떠 있다.

    경제는 2%대 저(低)성장의 늪에 빠져버렸는데 헤어날 방도가 무엇인지 누구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1000조원에 이르는 가계(家計) 부채와 부동산 거래 실종이 서민을 짓누르는 와중에 독과점 식품 기업들은 어수선한 새 정부 상황을 이용해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고 있다. 잘나가던 수출 기업들마저 엔저(低)를 업은 일본 기업들에 밀리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본 아베 정권은 우리보다 두 달 먼저 출발했다. 두 나라의 상황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일본은 새 정부의 강한 리더십으로 꿈쩍도 않던 경기가 마침내 일어서는 것 아니냐는 희망이 나라 전반에 퍼지고 있다. 기업들이 스스로 직원 임금을 올려 소비를 늘리겠다고 나서고, 기업 광고가 넘쳐날 정도다. 한때 경제·사회적으로 마치 무덤처럼 침체됐던 나라가 이런 전기를 맞은 것은 정치 리더십, 특히 새 정권 초기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새 정부의 100일이 5년을 좌우한다고 한다. 이미 기회가 지나가버린 것은 아니라 해도 천금 같은 시간이 속절없이 흐르고 그 위를 안보 위기의 검은 구름이 덮고 있다. 대통령과 여야가 비상한 상황에 맞는 비상한 의식을 갖지 않으면 나라 분위기 전체가 가라앉는 전혀 다른 위기가 닥칠 것이다.
    MSN 메신저

입력 : 2013.03.11 02:27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장관 17명 중 13명만 우선 임명한다.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오늘로 2주다. 새 정부 초기다운 의욕과 활력은 보이지 않고, 내각의 비정상 출발만이 뉴스가 되고 있다. 이런데도 여야는 지난 주말 정부조직법 협상 테이블에 제대로 마주 앉지도 않았다. 나라가 처한 상황이 어떤지 제정신을 갖고 한 번만 돌아보아도 이럴 수는 없다.

북한은 오늘을 기해 정전(停戰)협정을 백지화하고 남북 불가침 합의도 파기하겠다고 했다. 전쟁 상태 중단을 전쟁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협박이다. 오늘부터 한·미는 키리졸브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북한도 육·해·공이 총동원된 국가급 훈련을 한다고 한다. 정부는 북한이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도발을 저지르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안보팀은 사실상 24시간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쉽게 말해 지금은 국가적으로 비상 상황이다.

유엔의 대북 제재는 막 가동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외교·안보 진영이 새로 짜였고, 중국에선 시진핑 신임 국가주석 체제가 정식 출범했다. 그런데도 우리 외교·안보팀은 오늘에야 겨우 자기 자리에 앉아보게 됐다. 그나마 사령탑인 청와대 안보실은 여전히 공중에 떠 있다.

경제는 2%대 저(低)성장의 늪에 빠져버렸는데 헤어날 방도가 무엇인지 누구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1000조원에 이르는 가계(家計) 부채와 부동산 거래 실종이 서민을 짓누르는 와중에 독과점 식품 기업들은 어수선한 새 정부 상황을 이용해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고 있다. 잘나가던 수출 기업들마저 엔저(低)를 업은 일본 기업들에 밀리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본 아베 정권은 우리보다 두 달 먼저 출발했다. 두 나라의 상황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일본은 새 정부의 강한 리더십으로 꿈쩍도 않던 경기가 마침내 일어서는 것 아니냐는 희망이 나라 전반에 퍼지고 있다. 기업들이 스스로 직원 임금을 올려 소비를 늘리겠다고 나서고, 기업 광고가 넘쳐날 정도다. 한때 경제·사회적으로 마치 무덤처럼 침체됐던 나라가 이런 전기를 맞은 것은 정치 리더십, 특히 새 정권 초기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새 정부의 100일이 5년을 좌우한다고 한다. 이미 기회가 지나가버린 것은 아니라 해도 천금 같은 시간이 속절없이 흐르고 그 위를 안보 위기의 검은 구름이 덮고 있다. 대통령과 여야가 비상한 상황에 맞는 비상한 의식을 갖지 않으면 나라 분위기 전체가 가라앉는 전혀 다른 위기가 닥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