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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치(국회)

[이슈진단]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 리더십

[이슈진단]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 리더십

  • 고성국 정치평론가·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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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3.06 22:47

    정부조직 개편으로 꼬인 정국… 여야 지도부 타협·절충 못하고
    정당정치 '권한 행사' 난맥 보여…안보·민생문제 산적해 있는데
    SO 관할 문제에 목을 매서야, 결국 대통령의 정치력 주목돼

    고성국 정치평론가·정치학 박사
    우선 분명히 해둘 게 있다. 공은 국회에 가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던진 정부조직 개편안의 처리 권한은 100% 국회가 갖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열번 백번 발표해도 국회가 움직이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것이 정부조직 개편 문제다. 법을 고쳐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담화는 대통령의 격앙된 상태를 표현하는 데는 효과가 있었을지 모르나 정국을 풀어가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물론, 알고 보니 대통령이 야당이 주장하듯 '글자 한 자도 고치지 못한다'며 원안 고수를 고집한 것은 아니었다는 정황을 설명한 작은 효과는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대통령의 밀어붙이기식 국정 운영에 대한 야권의 우려에 대해 결과적인 공감을 넓혀주었다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말 대통령이 아니라 이제 막 시작한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담화와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반박 기자회견으로 정국이 숨 가쁘게 돌아가는데도 여당을 이끄는 황우여 대표, 이한구 원내대표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국이 얽히고설킨 가운데 정국 타개의 해법을 만들어 내고 꼬인 실마리를 풀어내야 할 집권당의 지도부가 도통 얼굴을 볼 수 없다는 데 이번 정치 위기의 핵심이 숨어 있다.

    국회가 정치의 장이 되려면 모든 이슈가 일단은 국회에서 논의되고 절충되고 타협되고 결정돼야 한다. 그러려면 여야의 지도부가 타협하고 절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만 한다. 민주정치의 요체가 정당정치라는 원론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그런데 바로 이 정당정치의 '권한 행사'에서 새누리당도 민주통합당도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온 국민을 피곤하게 만드는 정국 파행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과연 당내 강경파, 진보성과 야당성만을 강조하는 분파의 '큰 목소리'에 끌려 다니지 않을 만큼 심지 굳고 균형 잡힌 지도력을 갖추게 될 것인가. 새누리당 역시 대형 권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정치적 권위와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시청자들의 TV 시청권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종합유선방송 사업자(SO)를 관할하는 부서가 미래창조과학부여야 하는지 방송통신위여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그것대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주제다. 쌍방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니만큼 여야의 주장 모두 일면의 진심을 담고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이래도 한판 저래도 한판'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여야 모두 목을 매고 있으니 답답하다는 것이다. 정권 출범 초기 운운할 것도 없이 지금 같은 안보 위기 상황에서, 그리고 민생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때에 그 문제 하나로 이렇게 정국이 엉망진창이 돼도 좋은 것인가? 국민이 답답해하는 것도 여야가 그럴 만한 데 목을 거는 것이 아니라 그럴 일도 아닌 것 같은데 목을 걸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 담화의 내용대로 지금 우리나라는 안보 위기와 글로벌 경제 위기라는 두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통령의 첫째 과제는 위기에 처한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안위를 보장하는 것이다. 아무리 장관도 한 사람 없고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에서 잠을 자도 국정 전반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이 가벼워질 수는 없다. 정국이 꽉 막혀도 그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고 정국이 가파른 대치 국면으로 치달아도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말 그대로 무한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자리가 대통령이다. 답답한 정국과 한심한 정치 리더십을 보면서 결국 대통령의 정치력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는 대통령 중심제 국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