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3.07 03:08
이런 북한의 협박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군은 김영철이 직접 나선 이번 상황은 과거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유엔 대북 제재는 북한에 들어가고 나오는 모든 화물을 검사하고 북한과 관련된 금융 활동을 전면적으로 감시하는 내용으로 제재의 강도가 훨씬 높아졌고 특히 중국이 여기에 동의하고 있어 북이 실질적·심리적 타격을 받게 돼 있다. 북한은 이번에도 무모한 도발로 판을 크게 흔들어 국면을 바꾼 뒤 협상에 나서려 할 가능성이 있다.
김영철은 성명에서 한·미 훈련이 본격화되는 11일을 정전협정 백지화 시기로 못박고 "마음대로 타격할 것"이라고 했다. 북의 도발은 4차 핵실험, 탄도미사일 발사, NLL 월선, 서해 5도에 대한 포격, 대남(對南) 테러 등 언제 어떤 형태로 벌어질지 알 수 없다. 북은 봄철을 이용해 잠수함 활동을 늘렸고, 다음 주엔 육·해·공이 모두 참여하는 '국가급 훈련'을 한다고 공표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날엔 서울을 목표로 한 모의 사격 훈련까지 했다.
우리 군은 6일 "북이 도발을 감행한다면 도발 원점과 지원 세력은 물론 그 지휘 세력까지 강력하고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은 경계 태세를 강화했고 주요 지휘관들에게 1시간 거리를 벗어나지 말라고 지시했다. 군의 대비가 실전 상황까지를 상정한 수준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이런 안보 위기 상황에 종합적으로 대처하고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주체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정부가 지금 식물 상태다. 안보 총사령탑이 돼야 할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않아 법적 근거도 없이 상황을 챙기고 있다고 한다. 새 국방장관은 취임하지 못했고 전(前) 정부 국방장관이 자리에 앉아 있는 어정쩡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군사적 위기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지휘 체계의 '어정쩡함'이다. 그래서 전쟁에선 최우선적으로 상대의 지휘 체계를 무너뜨리려 하는 것인데, 이 나라는 스스로 지휘 체계를 공중(空中)에 띄워놓고 있다. 만약 북이 지금 도발해오면 청와대와 정부에서 국가의 명운을 가를 결정들이 신속 정확하게 내려질 수 있겠는가. 그러지 못할 것이다. 이 나라의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이 무슨 대단한 이해타산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한 같은 집단에 위협을 받는 나라가 이런 지경인 경우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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