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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구의 해피베이스볼]류현진의 성공 가능성을 묻는 분들께

[정진구의 해피베이스볼]류현진의 성공 가능성을 묻는 분들께

SBS | 정진구 기자 | 입력 2013.03.04 13:27 | 수정 2013.03.0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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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기자인 내가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바로 '메이저리그에 간 류현진이 성공할 수 있을까?'이다.

사실 답변하기 애매한 질문이다. 필자가 점쟁이도 아닌데, 류현진의 성공 여부를 콕 짚어 말하기 어렵다. 무턱대고 대답해 놨는데, 결과가 그 반대로 나오면 '야구기자란 사람이 뭐 저래'라는 핀잔을 들을까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류현진의 '아메리칸드림' 실현 가능성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따져봐야 할 것들이 무수히 많다. 그래서 속시원하게 말해주기 힘들다.

그래도 굳이 필자에게 대답을 강요한다면…. 반반이라고 본다. 사실 국내 많은 야구 전문가들은 필자보다 좀 더 후한 점수를 주는 것 같다. 하지만 류현진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객관적은 예측은 달라야 한다고 본다. 마음같아서야 류현진이 메이저리그를 평정하고 한국인과 한국프로야구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길 바라지만, 실패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류현진에 대해 걱정되는 점?

우선 필자가 류현진에 대해 걱정하는 이유는 한국과 미국에서는 '완급조절 차이' 때문이다.

국내에서 류현진은 대다수의 타자들보다 한 수 위였다. 실력이 압도적이니 완급조절이 가능했다. 특히 류현진은 힘을 써야 할 때와 뺄 때를 정확하게 알았다. 예를 들어 상위타선을 상대할 때는 전력투구를 하다가 하위타선을 만나면 60~70%의 힘만으로 승부했다. 상위타선 내에서도 타자에 따라 완급조절을 했다.

류현진은 마음만 먹으면 140Km 후반대에 육박하는 강속구도 던질 수 있는 투수다. 하지만 한화 이글스에서 류현진이 한 경기에 140km 후반대의 공을 던진 것은 주로 상대 팀의 중심타자를 상대할 때, 손에 꼽을 정도였다. 8,9번타자를 만나면 그런 강속구를 굳이 던지면서 힘 뺄 필요가 없었다. 이런 완급조절로 인해 류현진은 체력을 안배해 비교적 긴 이닝을 소화 수 있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메이저리그 팀의 하위타자들은 파워를 비롯해 모든 면에서 국내 팀 하위타자와 급이 다르다.(물론 9번타자로 나올 투수는 예외다.) 하위타선을 상대로 완급조절을 하는 여유를 부렸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실투는 물론이고, 140km 초중반대의 직구(설사 제구가 됐더라도)로는 메이저리그 하위타자들에게도 버거울 수 있다.

다시 말해 류현진이 국내에서 4번타자를 상대했을 때와 같은 전력투구를 메이저리그에서는 지속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더구나 상대 타자들의 장단점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첫 해에는 더욱 그렇다. 1번부터 8번타자까지 돌 다리 두들기듯 신중하게, 그리고 전력을 다해 상대해야 한다. 힘들어도 140km 후반대의 빠른 공 구사 비율도 늘려야 한다.

그런식으로 매 경기를 임해야 할 류현진이 체력적으로 버텨낼 수 있을 지가 중요하다. 여기에 4일 휴식 후 등판과, 원정경기시 긴 이동거리는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흔히 말하는 공인구 적응은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지만 체력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필자의 걱정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류현진이 이 점을 이겨낼 수 있다면 메이저리그 성공확률은 크게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타고난 배짱, 류현진의 장점

문화가 다른 해외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 중에 힘들어하는 부류는 대게 성격이 예민한 학생들이다. 반면 배짱 있고,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무던하게 대처하는 학생들은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주곤 한다. 류현진이 후자의 대표격이다.

특유의 넉살과 두둑한 배짱은 류현진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류현진을 잘 아는 한화 관계자는 '평소 류현진은 고민이 별로 없고, 모든 일을 단순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운동선수로서는 더 없이 좋은 성격이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였던 박찬호 역시 류현진의 이런 성격을 부러워했다.

LA다저스 같은 빅마켓 구단을 취재하는 지역 언론들은 극성스럽기로 유명하다. 특히 류현진 같은 외국인 선수들은 조금만 못해도 비판의 대상이 된다. 얼마 전 류현진에게 있었던 일명 '담배 사건'이 대표적이다. 류현진이 러닝 훈련에서 낙오하자 MLB 닷컴의 다저스 담당 기자는 '류현진이 담배를 끊어야 한다'고 일침 했다. 사실 이제 미국에서 첫걸음을 시작한 선수에게 이런 기사는 독이다.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류현진은 가볍게 받아 넘겼다. 정말 '쿨'하게도 '그런 기사가 뭐 대수냐'는 식으로 대처했다. 류현진다웠다.

미국 진출 후 처음으로 홈런을 내준 지난 2일 LA에인절스와 시범경기에서도 류현진의 이런 면은 드러났다. 아직 선발자리를 100% 보장받지 못한 류현진에게 매 시범경기는 정규경기만큼이나 중요했다.

2일 류현진은 첫 타자부터 볼넷을 내주더니 결국에는 상대팀 강타자인 조시 해밀턴에게 홈런을 맞았다. 어지간한 투수라면 여기서 소위 말하는 '멘붕'이 오고, 급격히 페이스가 흔들렸을테지만 류현진은 곧바로 평정심을 되찾았다. 얼굴에 드러난 표정도 처음 그대로였다. 메이저리그 신인 투수지만 베테랑의 향기가 느껴졌다. 필자는 매사에 전혀 예민하지 않은 류현진의 이런 모습을 매우 높이 산다. 환경이 다른 미국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 다시 간단하게 정리하겠다. 류현진은 성격상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타고났다. 하지만 한국에서보다 완급조절에 대한 융통성이 줄어드는 것, 그리고 이에 따른 체력 문제는 류현진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필자가 대답해 줄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다.

 

[참조]  메이저리그는 전세계에서 모인 우수선수들인데, 너무 쉽게 생각 했다.

           박찬호 한테 얘기도 안들어 보았나? 조언도 안받았나?

          오늘 표정이, 여유가, 자신감이, 없어 보이던데

          공 속도, 연습 많이 해야 겠다. 무던히 노력하고 연습해야 살아 남을 것 같다.

          류현진 화이팅!!! 

           



(SBS 통합온라인뉴스 정진구 기자)

(사진제공=연합뉴스)


정진구 기자jingooe@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