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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건강보험의 미래 놓고 국민 大토론 필요

[사설] 건강보험의 미래 놓고 국민 大토론 필요

입력 : 2013.02.26 02:46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를 현행 수준(소득의 5.89%)으로 유지할 경우 2030년의 건보 적자가 16조~28조원, 2050년엔 59조~102조까지 늘어난다는 예측을 내놨다. 2016년부터 건강보험료를 부담할 젊은이 숫자는 줄어드는 반면 건보료를 내지 않지 않으면서 병원에 다니는 노인은 급증하기 때문이다. 65세 이상 노인의 월평균 진료비는 24만7166원으로 일반인(7만8159원)의 3배를 넘는다.

고령화만 건보 재정에 압박을 가하는 게 아니다. 우리의 건보 보장률은 현재 63%로 유럽 선진국 수준(80% 이상)보다 낮기 때문에 이걸 끌어올려야 한다. 새 정부가 약속한 '4대 중증 필수 진료비 100% 건보 보장'도 건보 보장률을 높이는 정책의 하나다. 이런 정책 방향은 불가피하지만 결국 건보 재정을 악화시키는 작용을 하게 된다.

건보 제도엔 미국형(型)과 영국형의 두 가지 극단적 모델이 있다. 미국 의료 체계는 국가가 빈곤층·노인층만 공공 의료보험으로 책임지고 나머지 계층은 민간 건강보험에 가입해 각자 알아서 해결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선 건보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인구의 15%나 된다. 이러다 보니 2007년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가 고발했던 것처럼 손가락이 두 개 잘린 환자가 건보가 없어 한 손가락만 봉합 수술을 받는 비참한 상황까지 나올 수 있다.

영국은 국가가 세금으로 누구에게나 공짜 진료를 해주는 시스템이다. 여기에 드는 예산은 연간 170조원으로 인구가 비슷한 우리 국민 의료비의 두 배가 넘는다. 이렇게 정부 예산의 25%나 되는 돈을 병·의원 운영에 쏟아붓고 있지만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려면 몇 달씩 기다려야 하는 것이 영국식 '무상(無償) 의료'의 맹점이다. 얼마 전엔 영국 한 종합병원에서 2005년부터 4년 동안 부실 진료로 환자가 최대 1200명 사망했다는 보고서가 나올 정도로 의료 서비스의 질(質)도 떨어진다.

고령화에 대처하고 선진국 수준으로 건보 보장률을 높이려면 소득·재산이 넉넉한데도 자녀 등의 피(被)부양자로 올라 보험료를 내지 않는 사람들의 무임승차를 막아야 한다. 표준적 진료엔 정액제(定額制)를 도입해 과잉 진료를 막고, 감기 같은 경증(輕症) 환자에 대한 건보 보장성을 낮추는 것도 필요하다. 건강보험 제도가 적자로 망가지지 않게 하려면 누군가에겐 부담을 더 얹고 다른 누군가에겐 건보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 여러 소득·직업 계층 사이의 이해 조정 과정이 필수적이다. 우리의 건강보험 제도를 장기적으로 미국형과 영국형의 두 극단 모델 사이의 어떤 형태로 끌고나갈 건지에 관한 국민적 토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