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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음식)/한식

‘레스토랑 G’ 오너셰프 양지훈

레스토랑 G’ 오너셰프 양지훈
좋은 제철 식재료보다 더 훌륭한 셰프는 없다

우리나라 사람의 대부분은 아무리 맛있는 양식을 먹어도 식후에 김치 한 점 생각나게 마련이다. 프랑스 요리와 이탈리아 요리를 넘나들며 다양한 양식 요리를 선보이고 있는 양지훈 셰프는 국내산 식재료를 활용해 양식의 장점을 살리면서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프랑스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양지훈 셰프와 나눈 식재료 이야기.





최고의 식재료를 적절한 용도로 타이밍에 맞게 사용 할 것!


유년 시절부터 양지훈 셰프의 꿈은 영화감독이었다. 그런데 대학 진학 무렵 ‘제대로 된 기술 하나만 있어도 평생 굶지는 않겠다.’ 싶어 얼떨결에 조리학과에 들어갔다. 큰 기대도 꿈도 없이 들어간 탓에 학점은 엉망이었지만, 요리사가 그에게는 천직이었는지 우연한 기회에 학교 박람회를 통해 미국에서의 취업 기회를 얻었다. 그곳에서 요리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그때부터 요리가 점점 좋아지고 재밌어졌다. 프랑스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루를 졸업한 그는 미국, 일본의 유명 레스토랑들과 두바이 인터컨티넨탈 호텔,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미슐랭 쓰리스타인 두바이 피에르가니에르 호텔을 거쳐 현재 ‘레스토랑 G’의 오너셰프가 되었다. 대중은 그를 <무한도전>에 나왔던 ‘양 셰프’로 더 친근하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요즘 대세는 ‘한식의 세계화’지만 그는 ‘양식의 한국화’를 꿈꾸는 대표 셰프다. 프랑스 요리를 선보이되, 거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맛을 더하고 싫어할 만한 맛은 재료나 조리법으로 상쇄시키는 것이다. 잔치국수 맛이 나는 파스타나 감 피클을 이용한 디저트, 카레를 가미한 수프 등 겉보기에는 양식이지만 직접 먹어보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제가 정통 프랑스 스타일을 선보였는데, 먹는 사람이 그 맛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면 요리사로서 저는 보람이 없겠죠. 김치가 미국으로 가면 미국 사람의 입맛에 맞게 다시 만들어지는 것처럼 양식 요리도 현지인의 입맛에 맞춰 새롭게 요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른 건 몰라도 직관력은 좋은 편이에요. 이 식재료와 저 식재료가 어우러졌을 때 맛의 상승효과나 상쇄효과 등이 머릿속에 떠오르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절대 미각은 아니에요. 음식은 먹어봐야 맛을 알잖아요. 미각은 기억일 뿐이에요. 다만 좋은 요리사가 되려면 직관력이 있어야 하고, 그 직관력을 기르기 위해 끊임없이 실습하는 등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거죠.”

프랑스 요리든 한국 요리든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식재료라고 그는 말한다.

“셰프마다 생각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저는 비싼 식재료가 확실히 좋은 음식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그건 셰프가 그만큼 요리에 투자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좋은 식재료보다 더 훌륭한 셰프는 없어요. 훌륭한 식재료를 제값에 구입하고, 그 식재료로 요리한 것을 정성을 다한 만큼의 값으로 손님들에게 받으면 되거든요.”

셰프가 매일 아침 식재료를 구입하러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는 최상의 품질을 늘 일정하게 유지하는 믿을 만한 중간업자에게 식재료를 공급받고, 대신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가장 핫하고 트렌디한 식품매장에 들른다. 요즘 인기 있는 제철 식재료가 무엇인지, 사람들이 어떤 식재료를 많이 구입하는지 등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서 메뉴에 대한 영감을 얻기도 하는데, 대중화되지 않았음에도 많은 사람들의 손이 닿는 식재료는 그것으로 만든 요리를 레스토랑 메뉴로 내놓았을 때 손님들도 거부반응 없이 맛있게 먹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청담동에 위치한 SSG 푸드마켓은 요즘 그가 가장 자주 가는 식품매장이다.

“최고의 식재료를 선택했다면 그것을 적절한 용도로, 적절한 타이밍에 사용할 줄도 알아야 해요. 올리브유만 하더라도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와 일반 올리브유는 용도도 사용 타이밍도 다르거든요. 요즘 저는 ‘이리아다 칼라마타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와 ‘데체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를 즐겨 사용하고 있는데, 주로 샐러드드레싱 재료로 쓰거나 수프를 서버하기 직전에 넣어요. 빵을 찍어 먹기도 하고요. 먹었을 때 알싸한 맛이 나고 풍미가 좋은 올리브유는 이처럼 가열하지 않아야 고유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거든요. 버터도 마찬가지예요. ‘이지니 버터’는 요리에 넣었을 때보다 식전 빵에 찍어 먹을 때 그 맛을 더욱 제대로 음미할 수 있어요. 등급이 같은 고기도 구울 때 뒤집는 타이밍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지고요.”

프랑스 요리의 경우 맛도 중요하지만, ‘눈으로 먼저 먹는 음식’이라 불릴 정도로 완성된 모양이 특히 중요하다. 그 어떤 나라보다 귀족의 식문화가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더 많다. 기본적으로 모든 요리는 맛은 물론 색감까지 고려해 완성해야 하는데, 양지훈 셰프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손님들이 음식을 식상해하지 않도록 약 2주에 한 번은 메뉴를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것이다.

“오너셰프의 자리가 그리 편치만은 않지만, 요리하는 것이 참 좋아요. 지금 꿈은 레스토랑 G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겁니다. 한국판 미슐랭이 나온다면 레스토랑 G가 거기서 별점을 하나라도 받았으면 합니다.(웃음) 그리고 더 나이가 들면 50세가 되기 전에 MBA를 공부해 레스토랑 컨설팅을 하고 싶어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열심히 노력만 한다면 누구나 셰프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제 경험을 후배들에게 나눠주고 싶기도 하고요.”





피스타치오 수프
- 기본재료
피스타치오 알맹이 2㎏, 통마늘 6쪽, 양파 400g, 대파(흰 부분) 150g, 감자 1개, 샐러리 220g, 치킨스톡 4ℓ, 물 4㎖, 생크림 70g, 그린 커리 3g, 부케가르니·소금·후춧가루 약간씩
- 만드는 법
1 오일을 두른 팬에 마늘을 넣고 색이 날 때까지 볶다가 양파, 대파(흰 부분), 감자, 샐러리 순으로 넣어 계속 볶는다. 2 마른 프라이팬에 피스타치오를 넣고 고루 볶다가 치킨스톡, 부케가르니, 물을 넣고 피스타치오가 속까지 푹 익을 때까지 익힌다. 3 ②를 믹서에 갈아서 체에 거르고 고운 물만 받아 피스타치오퓨레를 만든다. 4 냄비에 ③의 피스타치오퓨레, 생크림, 그린 커리를 넣고 데워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해 낸다.

사프란소스를 곁들인 가자미 구이
- 기본재료
가자미 1마리, 크랜베리 칩 2조각, 로즈메리 1줄기, 핀허브(이태리파슬리, 처빌, 차이브) 10g, 정제 버터 20g, 콘수프 50㎖, 사워크림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다진 샬롯 2작은술, 시금치 1줌, 바질·라임주스·소금·후춧가루 약간씩
- 만드는 법
1 크랜베리 빵을 얇게 썰어 색이 나지 않게 오븐에서 완전히 말려 칩을 만들어둔다. 2 가자미는 손질 후 껍질을 벗기고 바질과 로즈메리로 마리네이드해 진공 포장한다. 3 진공 포장된 가자미를 60℃ 물에 1분간 담갔다 꺼낸 후 포장을 벗기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4 프라이팬에 정제 버터를 바르고 80℃ 정도로 가열해 ③의 가자미를 올린 다음, 핀허브를 뿌리자마자 재빨리 뒤집어 굽는다. 5 콘수프가 담긴 냄비에 사워크림을 넣고 고루 섞은 뒤 살짝 데워서 접시에 담는다. 6 가자미를 구운 팬에 마늘과 샬롯을 넣고 볶다가 마지막에 시금치를 넣고 소금, 후춧가루, 라임주스로 간해 ⑤의 접시에 가자미 구이, 크랜베리 칩과 함께 담아 낸다.



퀴노아샐러드
“프렌치 레스토랑은 연인들이 특별한 시간을 갖기 위해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의 취향을 좀 더 반영하는 편이에요. 특히 저는 음식의 색감을 중요하게 여기죠. 노란색, 녹색, 빨간색, 주황색 등은 제가 좋아하는 색상들이에요. 보통은 식재료 본연의 색을 요리에 살리는데, 때에 따라서는 식용꽃 등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 기본재료
퀴노아 50g, 노랑·빨강·주황 파프리카 15g씩, 방울토마토(콩피한 것)·블랙 올리브·할라피뇨 10g씩,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10㎖, 다진 마늘 1쪽 분량, 샬롯·감 피클·래디쉬 1개씩, 샴페인비니거 5㎖, 설탕 5g, 재스민·식용꽃·퓨어올리브유 적당량씩
- 만드는 법
1 퀴노아는 끓는 물에 10분간 삶아두고, 파프리카는 곱게 다져둔다. 2 방울토마토는 씨를 깨끗이 제거하고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에 담아 150℃의 오븐에서 1시간 30분 정도 콩피한다. 3 ②가 콩피되면 껍질을 벗겨 곱게 다지고 기름을 두른 팬에 다진 마늘과 다진 샬롯을 볶다가 샴페인비니거와 설탕을 넣어 새콤달콤하게 볶는다. 4 감은 껍질과 씨를 제거해 피클물에 담가 3일간 담갔다가 빼 믹서에 간다. 5 래디쉬는 슬라이서로 얇게 밀어서 얼음물에 담가 아삭하게 만든다. 6 삶아둔 퀴노아에 곱게 다진 파프리카와 블랙 올리브, 할라피뇨, 퓨어올리브유를 넣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해 그릇에 담고 그 위에 감 피클 간것과 콩피한 토마토를 올린 다음 래디쉬와 재스민, 식용꽃으로 장식해 낸다.

취재 강부연 기자 사진 강현욱 촬영협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