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2.21 06:35

아무리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라도 비시즌 전지훈련 시기에 150km 이상을 던지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나오더라도 첫 선을 보이는 외국인 투수 아니면 아직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한 유망주 투수들이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만년 유망주에서 국가대표 투수로 우뚝 선 노경은(29, 두산 베어스)은 아직 더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 속에 ‘일부러 세게 던졌다’.
WBC 대표팀 일원으로 대만 전지훈련에 한창인 노경은은 지난 20일 타이완 도류 구장에서 열린 신생팀 NC 다이노스와의 연습경기에서 대표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 2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탈삼진 3개, 사사구 1개 무실점 쾌투를 펼치며 6-2 승리의 징검다리를 놓았다. 이날 대표팀 투수들 5명 중 유일하게 피안타를 기록하지 않은 투수가 바로 노경은이었다.
28개의 공을 던지며 볼넷 1개와 폭투 1개 정도가 옥의 티였던 노경은의 이날 최고 구속은 152km. 시즌에 앞서 WBC가 열리기는 해도 연습경기부터 150km대 직구를 힘껏 던지는 예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 검증이 필요한, 확실히 자리 잡지 못한 투수들이나 낯선 외국인 투수들이 보여주기 위해 2월 중순 연습경기에서 빠른 공을 던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욱이 대표팀 소속 투수들은 모두 각자 소속팀의 에이스이자 주춧돌이다. 본 게임이 아닌 이상 연습경기는 실전 감각을 되찾고 숨을 고르는 차원으로 나서게 마련. 그러나 노경은은 자신의 첫 대표팀 소속 연습경기에서 152km를 던졌다. 경기 종료에 맞춰 송고된 상보에 자신의 최고 구속이 148km로 표기되자 노경은은 “대표팀 전력분석으로는 152km가 나왔어요. 일부러 주목받고 싶어서 세게 던졌는데”라며 웃었다.
"빠른 공으로 이슈가 되고 싶어서요"라며 가볍게 농을 던진 노경은. 그는 2003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주력 대표팀에 승선했다. 2009년 노경은은 네덜란드-스웨덴 야구월드컵 대표팀에서 태극마크를 달았으나 당시 노경은은 ‘2군의 에이스’로 대표팀에 뽑힌 케이스였다. 처음으로 주력 대표팀에서 태극마크를 단 만큼 노경은의 보직은 아직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 그만큼 류중일 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앞에 자신의 공을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었다.
공교롭게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치른 첫 실전이 NC전. NC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경문 감독은 2011년 6월까지 두산 지휘봉을 잡았다. 김 감독 재임 당시 노경은은 좋은 구위를 지녔으나 부상과 제구 난조로 인해 제 자리를 못 찾고 방황했던 유망주였다. 김 감독은 선발감으로 염두에 뒀던 노경은의 제구난과 방황을 다그치면서도 굉장히 안타까워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놓기 직전 두산의 새로운 승리 계투로 떠오르기 시작했던 노경은은 지난 시즌 12승 6패 7홀드 평균자책점 2.52(2위)를 기록하며 에이스로 우뚝 섰다. 김 감독 재임 동안 만개하지 못했던 노경은은 전 감독 앞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용맹하게 광속투를 보여줬다.
노경은이 아직도 강조하는 말 중 하나는 “야구가 잘 풀린다고 마음 속 긴장감을 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자신의 공을 제대로 보여줘야 하는 대표팀 초보 투수가 던진 152km 광속구는 그의 의지와 같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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