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기업 가격 단합/대기업( 중소기업착취)

제2롯데월드 균열로 멈춘 신격호 회장의 꿈

제2롯데월드 균열로 멈춘 신격호 회장의 꿈

  • 강도원 기자

    입력 : 2013.02.16 03:00 | 수정 : 2013.02.16 11:51

    제2롯데월드 조감도./롯데건설 제공
    잠실벌에 대한민국 최고층 빌딩을 올리려던 신격호 롯데 회장의 수십년 꿈이 폭 1mm, 길이 80cm 콘크리트 균열 11개로 멈춰서게 됐다.

    제2롯데월드 시공을 맡은 롯데건설은 건물이 무너질 정도의 구조상 문제가 아니며, 콘크리트 균열은 기둥 표면에만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일반인들은 500여명의 사망자를 낸 1995년 6월의 삼풍백화점 악몽을 떠올리며 불안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 제2롯데월드, 무엇이 문제인가

    제2롯데월드는 최고 123층 건물로 지어진다. 123층의 중심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이를 받쳐 주는 주변의 8개의 메가 기둥이 지어진다. 그런데 이 메가 기둥 5층과 9층 콘크리트 표면 11곳에서 폭 1mm, 길이 80cm 크기의 균열이 발견된 것이다.

    감리사인 한미글로벌은 작년 10월 “균열 방지방안 제출 및 협의가 필요하며, 건물 자체에 대한 구조물 진단과 전문업체의 정밀 안전진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었다.

    메가기둥의 균열은 123층의 초대형 건물의 무게를 지탱해준다는 점에서 안전에 매우 큰 위험요소로 지목된다.

    한미글로벌의 추현필 단장은 “처음 균열이 발생했을 때 일반적인 균열과 모양이 달라 안전진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건설 측은 “큰 문제가 없다”며 공사를 계속 진행했다. 이번 균열은 기둥 전체를 관통하는 것이 아니라 용접으로 열이 나면서 일정 시멘트 표피에만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롯데건설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고 진단한 박홍근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건물 구조상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아직 바닥 공사를 하지 않아 하중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균열이라 용접 방식을 변경하는 등의 조처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롯데건설, 공사기간 쫓겼나?

    이번 균열 발생에 대해 다양한 원인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유력한 해석은 시간에 쫓겨 공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콘크리트는 양생 시간이 길수록 단단하게 굳는다. 단단하게 굳을수록 용접 열이 발생하더라도 균열이 덜 생긴다.

    하지만 제2롯데월드는 완공 예정일인 2015년 10월에 맞추기 위해 공사를 서두르다 보니, 콘크리트가 제대로 굳기 전에 용접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제2 롯데월드의 현재 공정률은 9.7%로, 당초 목표(15%)에 비해 늦다.

    하지만 롯데건설과 함께 건물이 안전하다고 진단한 박홍근 교수는 이러한 정황에 대해 “처음 균열이 발생한 것은 작년 8월 여름으로, 콘크리트가 잘 굳을 시기인데다 강화 콘크리트라 굳는 성질도 좋은 콘크리트”라며 “덜 굳은 상태에서 서두르며 용접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정밀 안전진단, 무엇이 진행될까

    서울시는 안전 우려가 제기되자 대한건축학회와 함께 정밀안전진단에 나섰다. 15일 오전 서울시와 대한건축학회 위원, 감리사인 한미글로벌은 만나 정밀 안전 진단에 대한 구체적 내용들을 협의했다.

    3월 7일까지 진행될 정밀 안전진단에는 대한건축학회 위원 14명이 진단에 나선다. 2월 말까지는 정말 건물이 무너질 위험이 없는지 구조적 진단을 진행한다.

    한양대 안산 캠퍼스에는 제2롯데월드의 메가 기둥을 축소한 여러개의 모형이 제작될 예정이다. 실제로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양생하면서 용접 과정을 진행해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실험을 4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신성우 한양대 교수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현장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관련 조사를 철저히 진행할 계획”이라며 “두달 정도 현장에 상주하면서 관련 문제의 재발 여부 등에 대해 첨단 장비를 동원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삼풍 악몽 떠올리게 하는 초고층의 꿈

    잠실 제2롯데월드의 균열과 관련된 일련의 상황을 보면 1995년 무너진 삼풍백화점을 떠올리게 한다.

    삼풍백화점은 1989년 완공 후 5년 7개월이 지난 1995년 6월29일 붕괴됐다. 삼풍백화점의 경우에는 무량식 구조로 바닥에 힘을 지탱해주는 보가 없었다. 오로지 기둥이 모든 하중과 힘을 버티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기준보다 기둥의 두께가 얇았고, 철근도 규정보다 얇은 것이 사용됐다.

    더 큰 문제는 설계부터 시공, 감리, 유지관리 등 모든 과정이 부실했다는 점이다. 사실상 인재였다. 안전에 대한 우려는 무시된 채 4층 건물은 5층으로 증축됐고 수시로 용도변경이 이뤄졌다.

    뇌물과 비리로 모든 문제는 덮어졌다. 삼풍백화점 붕괴로 업무상 과실치사·뇌물수수·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사람만 25명이었다.

    제2 롯데월드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 것은, 혹시 모를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비없이 불안감을 안고 준공으로 이어질까 하는 점이다.

    정밀안전진단이 진행되는 중에도 롯데건설 측은 무리가 없다며 공사를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정밀안전 진단 전 진행했던 검사에서 구조적인 문제가 없다고 나왔기 때문에 공사는 계속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