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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가격 단합/대기업( 중소기업착취)

[조선데스크] 삼성 없는 한국 경제

[조선데스크] 삼성 없는 한국 경제

  • 송의달 산업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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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2.16 03:04

    송의달 산업부 부장대우
    요즘 삼성전자를 비롯한 15개 삼성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국내 증시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삼성그룹의 총매출액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30%를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삼성이 휘청거려도 한국 경제는 괜찮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북유럽의 핀란드는 이런 난제(難題)를 푸는 실마리를 보여준다. GDP의 25%, 시가총액의 70%를 맡던 세계 1위 휴대폰사 노키아가 몰락했어도 핀란드 경제는 최근 3년간 평균 성장률(2.1%)이 유로존 평균(0.9%)을 웃돌고, 1990년대 초 20%대이던 실업률은 2010년 8.3%, 지난해 7.6%로 낮아졌다.

    더 강력해진 핀란드 경제의 첫째 비결은 30여년간 다져온 '스타트업(startup·창업) 문화'이다. 1984년 세운 스타트업 육성 정부 기관인 국립기술개발청(Tekes·테케스)과 '핀베라(Finnvera)'란 벤처캐피털 펀드가 대표적이다. 핀베라는 기금 약 26억유로(약 3조7500억원)를 갖고 매년 벤처기업 3500여개를 지원해 새 일자리 1만여개를 만든다. 매년 20개가 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테케스는 2011년 1928개 프로젝트에 6억1000만유로(약 8800억원)를 지원했다. '창업의 여름' '스타트업 사우나(창업 경진 대회)' '창업 워크숍(주말 캠프)' 같은 행사나 조직도 즐비하다. 2009년 앵그리버드 게임으로 세계적 히트를 친 로비오는 이런 풍부한 생태계에서 탄생했다.

    지역사회에 밀착한 재취업 훈련과 평생교육 시스템도 주목된다. 주민들의 거주지에서 가까운 학교를 '이브닝 스쿨'로 정해놓고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자기 주도 학습과 노동·서비스 훈련 등 실용 교육을 정부 주도로 제공한다. 최대 성인 교육 센터인 탁(TAKK)은 매일 5000여명에게 92개 자격 코스를 가르친다. 정부는 노키아 직원의 창업을 전문적으로 돕는 '이노베이션 밀'이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노키아 퇴직자들이 세운 신생 기업만 300개가 넘는다.

    1970년대 초 공교육 강화에 착수해 대학까지 무상 교육을 하며 '등수 매기기'보다 잠재력 개발과 과목별 학업 성취도를 중시하는 핀란드식 교육도 밑거름이다. 핀란드는 지난해 세계 최대 교육 기업인 피어슨의 조사에서 세계 1위 교육 강국에 뽑혔고, OECD가 주관하는 학업 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선 세 번 연속 1위에 올랐다. "노키아의 침몰이 오히려 핀란드에서 가장 잘된 일"이라는 말이 유행할 수 있는 것은 이런 탄탄한 교육 경쟁력을 바탕으로 재취업·평생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고 수십 년 동안 창업 활성화 노력을 끈질기게 펼쳐 '스타트업 DNA'가 뿌리내린 덕분이다.

    물론 한국 경제를 위해서라도 삼성은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하고, '제2·제3의 삼성'도 속속 나와야 한다. 하지만 삼성 같은 대기업 위주로만 한국 경제가 발전할 수는 없고, 삼성이 지금보다 약해진 상태에서 한국 경제의 살길도 대비해야 한다. 핀란드가 한참 전에 시작한 스타트업 창달과 사회 전반의 혁신을 우리도 이제부터 본격 착수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