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안보/국민의 최후의 보루(경,검.법원)

[사설] 사법부를 조롱거리 만드는 '鄕判' 폐해

[사설] 사법부를 조롱거리 만드는 '鄕判' 폐해

[참조] 감싸주기 그만, 근절할수 있는 방법 없나? 유전무죄? 

입력 : 2013.02.15 03:03 | 수정 : 2013.02.15 03:35

광주지법 순천지원이 1000억원대 교비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씨와 공범 3명을 보석으로 풀어준 것을 계기로 법원 '향판(鄕判)' 제도의 폐해가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일부 향판이 지역 유지나 향판 출신 변호사들과 유착해 '봐주기 재판'을 한다는 논란이다.

향판이란 서울과 지방을 오가지 않고 퇴임 때까지 한 지역에서만 근무하는 판사를 말한다. 향판 제도는 수십 년 전부터 이어져 온 법원의 인사 관행이다. 대다수 판사가 지방보다 서울 등 수도권 법원 근무를 희망하는 데 비해 수도권에 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리가 부족하자 대법원이 평생 지방 근무를 원하는 판사들을 인사이동에서 제외해 그 지역에서 계속 근무토록 한 것이다. 현재 부산, 대구, 광주, 대전고등법원 관할 지역에서 향판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전체 법관 2500여명 가운데 300여명이 향판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대법원은 법관의 사생활 보장을 이유로 향판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향판이 지역 사정에 밝아 주민들의 고충을 재판에 잘 반영할 수 있고, 잦은 인사로 판사가 바뀌어 재판이 지연되는 부작용을 막는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근래 들어 향판 제도의 장점보다는 문제점이 두드러지고 있다. 향판 제도가 있는 지역에서는 재력 있는 사람들이 주로 신청하는 보석 허가 비율이 다른 지역 법원보다 평균 10%포인트 높다는 통계가 있다. 향판 출신 변호사들이 맡은 형사 사건 2심 재판은 1심 때와 사정이 달라진 게 없는데도 1심 형량을 깎아 주는 비율이 일반 사건의 2.5배인 51%나 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집행유예 기간에 다시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피해 가려고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도 실형이라는 핑계를 대며 벌금형을 내리는 사례도 많다.

대법원은 향판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법관 윤리 기준을 강화하고 근무 평가를 엄격히 해 부작용을 막겠다고 말해 왔으나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이번 서남대 사건은 일부 향판의 폐해를 드러내면서 사법부 전체를 조롱거리로 만들었다.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좁혀졌고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 시대에 향판 제도를 계속 둘 이유가 없다. 대법원은 향판 제도를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