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1.11 23:29 | 수정 : 2013.01.11 23:33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실시한 법관 평가에서 우수 법관 10명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 김대웅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재판에 들어가기 전 늘
'내가 말하고 싶을 때 한 번만 더 참자'고 되새긴다"고 했다. 재판 도중 소송 당사자가 말이 되지 않는 주장을 장황하게 늘어놓아 짜증이
나더라도 소송 당사자 말을 중간에서 끊지 않고 충분히 들어주겠다고 다짐한다는 것이다. 김 판사는 "나야 매일 재판을 하는 사람이지만 소송 당사자
입장에선 일생일대의 중요한 순간일 테니 진술을 다 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법관이 소송 당사자나 증인, 변호인에게 막말을 하고
고압적 태도를 보여 비판을 받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기주장을 되풀이한다고 "입은 터져서 아직도 계속 말이 나와요"라고 한 법관도 있고,
자신의 허락을 받지 않고 발언했다고 60대 원고에게 "어디서 버릇없이 튀어나오느냐"고 한 40대 법관도 있었다. 어떤 법관은 이혼 재판을 하면서
"이혼했는데 무슨 말을 해. 그냥 가만히 있어"라고 하기도 했다.
소송 당사자 입장에서 자기 말을 충분히 들어달라는 것 못지않게
원하는 것은 법관이 재판 기록을 꼼꼼히 읽고 쟁점을 정확히 파악해달라는 것이다. 각 지방변호사회가 법관을 평가하면서 문제 사례로 지적한 내용
가운데는 "항소심 재판이 이미 세 차례나 진행됐는데도 재판장이 기록을 제대로 읽지 않아 원고와 피고의 주장을 거꾸로 이해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고, "재판장이 기록 파악을 못해 엉뚱한 소리만 계속하자 옆에 있는 배석판사가 민망해하며 잘못을 바로잡아 준 경우"도 있었다. 한 전직
대법관도 "준비서면(書面)을 제대로 읽지 않고 사건 파악을 소홀히 한 채 재판을 한 적이 있다"고 실토한 일이 있다.
재판
당사자들은 재판부가 세심히 읽어주리라 믿고 재판 서류 한 장 한 장을 절박한 심정으로 밤을 새워가며 쓴다. 그런데 법관들이 재판 기록을 읽는 둥
마는 둥 한다면 재판 당사자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다.
법관이 소송 당사자들의 주장을 충분히 들어주지도 않고 재판 기록을 제대로
읽지 않아 사건의 맥을 놓친 채 재판한다면 소송 당사자들은 그런 재판 결과에 승복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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