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1.04 22:53 | 수정 : 2013.01.04 23:26
이번 결정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독자적인 판단이다. 한국이 일본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듯 일본도 한국 사법부 판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중국과 일본이 서로 데려가겠다고 해온 류씨의 문제는 한·중·일 세 나라 간 과거사 문제가 얽혀 있는 미묘한 사안이긴 하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안일수록 3국의 지도자들은 오로지 정해진 법 절차에 따라 냉철하게 처리하는 것이 국가 간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는 길이란 걸 유념해야 한다.
2011년 12월 야스쿠니 신사에 화염병을 던지고 한국으로 건너와 작년 1월 서울의 주한 일본대사관에 화염병을 던지다 검거된 류창은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중국인인 류씨의 조부는 항일 투쟁을 하다 전사했고 한국인인 류씨의 외할머니는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성노예로 끌려갔으며 중학교 교사이던 외증조부는 몰래 한국어를 가르쳤다는 이유로 고문을 받다 죽었다고 한다. 일본의 범죄인 인도 청구에 따른 재판에서 류씨는 이런 가족사를 털어놓으며 "군국주의로 회귀하려는 일본에 경고하려 했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도 "류창의 범행과 정치적 목적 사이에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한·일 범죄인 인도 조약은 범죄가 정치적 사안이어서 인도 요구를 한 국가에 범죄인을 보낼 경우 박해받을 것으로 예상되면 인도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의 일부 정치인은 "방화범이 왜 정치범이냐" "한국이 중국 압력에 굴복했다"며 한국 정부와 사법부를 비난하고 있다. 류씨 행동을 단순 방화범으로 보고자 하는 일본인들은 대한민국 법원이 "류창의 인식과 견해는 대한민국의 헌법 이념 및 국제기구, 대다수 문명국가가 지향하는 보편적 가치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고 판단하게 된 배경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일본은 과거 정부 이름으로 식민(植民) 지배를 사죄했고(1995년 무라야마 담화) 일본 정부가 성노예 강제 동원에 개입한 사실을 인정했었다(1993년 고노 담화). 그러나 최근 일본 정계에서 두 담화를 부인하는 발언이 늘어나더니 아베 정부는 아예 두 담화를 수정하겠다고 나섰다. 일본이 류씨를 단순 방화범으로만 보고 그의 문제를 이슈화하려 하면 할수록 군국주의 시절 일본의 반(反)문명적인 모습들만 더 들춰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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