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1.19 11:38 | 수정 : 2013.01.19 17:34
▲ 그래픽

도박에 빠진 30대가 1억원을 빌려준 10년 지기(知己)를 토막살해하려 했던 사건<조선닷컴 1월 18일자 기사 참조>에서 경찰의
초동(初動) 대응이 혼란을 빚는 등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진술을 종합해 보면, 경찰은 사건이 벌어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K노래주점(지하 1층) 앞까지 출동하고도 피해자는 살해당하고 피의자는 잡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할 뻔 했다. 피해자 주장과 경찰 측
주장은 물론, 신고를 받은 112 신고센터와 현장 출동 지령을 받은 경찰들 간에도 당시 상황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피해자 김씨는 “먼저 도착한 경찰 ‘관할’ 아니라며 돌아가” 주장
피해자 김모(38)씨는
“먼저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관할지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철수해버렸다는 이야기를 병원으로 찾아온 경찰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는
현장에 도착한 경찰도 잠긴 노래주점 문을 두드리기만 했을 뿐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는 안일함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경찰의 출동이 늦었을 뿐 아니라, 처음 도착한 출동대가 관할지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돌아갔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며 “과다출혈로 정신이
혼미해지는 상황에서 방문을 소파로 막고 (피의자와) 대치 중이었는데 경찰은 ‘문 좀 열어달라’며 문을 두드렸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7일 자정이 넘은 시각, 김씨는 친구 강모(38)씨의 연락을 받고 K노래주점에 갔다가 변(變)을 당했다. 강씨는 김씨에게
다짜고짜 칼을 휘둘렀고 김씨는 머리와 귀, 왼손 등을 7차례 찔렸다. 강씨는 김씨를 반죽음 상태로 만들어놓은 뒤, 방 안에 가둬놓고 밖에서 토막
살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현장에서는 믹서기, 생선 자를 때 쓰는 큰 칼, 망치, 드라이버, 비닐 등이 발견됐다. 휴대전화를 뺏겼던 김씨는 방
안에서 무선 전화기를 발견해 112로 신고했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자 도주한 강씨는 한강에 투신(投身)하려고 택시를 탔다가
택시기사 이모(50)씨의 설득으로 이날 오전 3시25분쯤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 “두번째 도착한 출동대가 뒷문
열어줘 들어가”
17일 경찰에 따르면 112 신고센터는 지난 7일 오전 1시55분 김씨의 신고를 받았다. 통화음이 좋지
않아 중간에 끊어졌다가 1분 뒤 다시 신고 전화를 받았다. 신음 섞인 목소리로 “여기…강…남…역삼… ○○노래…”라는 말이 수화기 너머로 들리더니
또다시 전화가 끊어졌다. 김씨에 따르면 김씨는 방 안에 마련된 간이 화장실에 숨어 신고했는데, 신고 도중 전화기가 미끄러져 양변기에 빠졌다.
경찰은 김씨의 위치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전화기가 인터넷 전화기여서 발신자 추적도 할 수 없었다. 5분 정도 녹취된 내용을
반복해 들어 위치를 파악한 112 신고센터는 오전 2시2분쯤 곧장 출동 지령을 내렸다.
서울청 112 신고센터 관리팀에 따르면
출동지령을 받은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 순찰차는 오전 2시14분 현장에 도착했다고 한다. 112 신고센터는 “출동한 경찰관들은 ‘강남서 관할이
아니다’는 이유로 철수했다. 이어 오전 2시17분 관할서인 수서경찰서로 지령이 다시 떨어졌고, 오전 2시19분 수서경찰서 도곡지구대 경찰들이
현장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은 ‘테헤란로(路)’를 기준으로 남쪽은 수서경찰서, 북쪽은 강남경찰서 관할이다.
K노래주점은 테헤란로에서 직선으로 370m쯤 떨어져 있다.
그러나 서울청 112신고센터 관리팀 측에서 확인해 준 당시 신고·출동
시각에 대해 서울청 관계자는 “철수했다는 주장은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역삼지구대는 역삼동 ‘K노래주점’ 출동 지령을
받고, 정확한 위치를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해당 노래주점이 수서경찰서 관할인 것을 확인해, 강남경찰서 상황실로 무전 보고를 했다.
이에 따라 강남경찰서 지령실은 다시 수서경찰서 상황실로 인계했다”며 “서울청 신고센터에서 사건 당시 상황에 관한 질문에 답변하는 데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급박한 상황임을 알면서도 위치를 파악했는데 바로 출동하지 않고 관할서로 보낸 것이냐”는 질문에는
“녹취 상으론 그렇게까지 급박한 상황인지 분간이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고 답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도곡지구대가 처음 도착했을 때 앞문이 잠겨 있어서 들어가지 못했다”며 “지구대 경찰관이 들어갈 곳을 찾다가 강씨가 도주할 때 열어놓은 뒷문을
발견했다. 이후 앞문을 열어줘 (출동한 경찰들이 모두) 현장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급한 대로 문을 부수고 들어갈
수는 없었냐”고 묻자, “안의 상황을 정확히 모르는데 무조건 문을 파손하면 되겠느냐. 다른 문이 있는지를 알아보고 들어가는 거지, 문이 잠겼다고
무조건 파손하고 들어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씨, 경찰 설명에 “위급한 상황인 걸 뻔히
알면서…”
김씨는 경찰의 당시 상황 설명에 대해 “생사(生死) 기로에 놓인 사람이 안에서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는데,
경찰이 그렇게 안일하게 대응할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김씨는 “방 안에 갇혀 있던 내가 밖에서 ‘문 열어달라’며 두드리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는데,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내 말을 밖에서 못
들었을 리 없다”며 “경찰이 처음 문을 두드렸을 당시만 해도 강씨가 현장에 있었는데, 강씨가 나중에 자수를 안 했다면 경찰은 강씨를 못 잡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강씨가 경찰이 온 것을 알고 문을 부수고 들어와 나를 죽이고 도망갔다는 상상을 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당시 경찰 대응과 관련해 17일 감찰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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