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1.01 23:04 | 수정 : 2013.01.01 23:30
서울중앙지검 공판부 임은정 검사가 1962년 반공법 위반죄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윤길중 전 진보당 간사장에 대한 재심(再審) 공판에서 검찰 내부 결정과 달리 임의로 윤씨에게 무죄를 구형했다. 윤씨는 2001년 세상을 떠나 유족이 재심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윤씨의 유·무죄를 검찰이 주장하지 않고 "법원이 적절하게 선고해달라"고 법원 판단에 맡길 방침이었다. 윤씨 사건은 위헌 결정이 내려진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고 윤씨도 생전에 법정에서 사실 관계를 인정한 데다 윤씨에 대한 재조사가 불가능해 법원 판단에 맡기는 게 옳다고 봤다. 그러나 임 검사는 무죄 구형을 고집했고, 검사 10명으로 구성된 공소심의위원회에 넘겨 다뤄보자는 제안마저 거부했다. 결국 검찰이 다른 검사에게 사건을 맡겼으나 임 검사가 지난달 28일 법정에 먼저 들어가 검사 출입문을 잠그고 무죄를 구형해버렸다.
검사는 검찰청법에 따라 상관의 지휘·감독에 이견이 있을 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검사가 정권 핵심이나 재벌 총수들의 비리 수사를 상급자가 부당하게 막을 때 자기 소신을 펴고 관철하려 했다면 박수받을 일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절차와 내용에서 위법·부당한 지시라고 할 수 없는 경우에까지 법 절차를 어겨가며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것은 돌출 행동일 뿐이다. 임 검사가 '법원 판단에 맡기자'는 검찰 내부 결정을 끝내 받아들일 수 없었다면 '나는 이 사건에서 손을 뗄 테니 다른 검사가 처리하게 해달라'고 하는 게 검찰청법에 정해진 절차를 지키는 길이었다.
임 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이번 사건에서 무죄 구형은 의무라고 확신한다"며 "절차 위반과 월권(越權)에 대한 어떤 징계도 감수하겠다"고 썼다. 자기 개인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이루기 위해 대놓고 법 절차를 어겼음을 실토한 셈이다. 자신들의 일방적 주장을 정의(正義)로 포장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선 법 절차를 짓밟아도 괜찮다는 불법 시위대의 발상과 다를 게 없다. 10억 뇌물 검사, 성추문 검사도 모자라 이젠 목적을 위해선 무슨 수를 써도 좋다는 '운동가형' 검사까지 등장했다. 검찰이 임 검사 사건을 유야무야 넘기면 검찰엔 부패 검사에다 얼치기 운동권 검사들로 넘쳐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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